'윗선' 겨눈 '공천헌금 특검'…지선 앞 수세 몰리는 與

김찬주 2026. 1. 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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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에 전달된 '김병기 탄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실 전달 확인
野 "특검으로 윗선 밝혀라" 촉구
與 "국민께 송구…전수조사 안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이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여당 내 '공천헌금 의혹' 파장이 나날이 확산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초조한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금권선거 논란의 당사자인 김병기·강선우 의원보다 '윗선', 즉 논란이 발발한 시점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통령을 정조준한 특검 카드를 꺼내 압박을 가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범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며 민주당이 점차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을 강타한 공천 관련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2022년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이던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강선우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 후보에 수수한 1억원을 사실상 묵인하고, 김 시의원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는 논란이다. 해당 의혹이 제기된 뒤 강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최고 징계수위인 제명 조치했다.

아울러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 구의원들로부터 공천헌금 총 3000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내 경쟁자였던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불거졌다. 이 전 의원은 김 전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 기초의원들이 김 전 원내대표의 비위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의원실 김현지 보좌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공천헌금 수수 의혹 당사자인 강 의원과 이를 묵인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김 전 원내대표가 또 공천헌금을 수수했다는 다른 의혹, 다시 말해 논란의 당사자들이 모두 공천 과정에 있어서 금품이 오갔다는 공통적 의혹을 가진 셈이다. 특히 공천을 둘러싼 두 사람의 새로운 의혹들은 지금도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민주당은 현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인 김현지에게 당시 탄원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김 실장이 (투서를) 받아 당대표실에 전달한 것은 맞다. 확인했다"면서도,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의혹이기 때문에 규명해야 하겠지만 시스템적으로 (그런 사안이) 들어오면 윤리감찰단에 넘기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 전 의원의 주장을 근거로 이번 의혹에 이재명 대통령 측을 엮으려고 하자 정면 반박에 나섰다. 김 원내대변인은 "마치 김 실장과 이 대통령이 (이 사안에)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 실장이 공천에 관여한 것처럼 마타도어식으로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태가 점점 확산하자 정청래 당대표가 직접 논란 불식에 나섰다. 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지방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부정과 의혹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당대표부터 철저히 공천 과정을 관리하겠다"고 밝힌 뒤, 당내 이른바 '클린선거 암행어사단' 발족을 천명했다. 공천헌금 의혹이 조만간 본격화할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국민적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최악의 상황을 방어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평가다.

이번 기구는 당대표 직속 기구인 윤리감찰단 산하에 설치되며, 시도당별로 비공개 요원을 선발해 지방선거 공천 전 과정을 들여다본다. 단장은 경찰 출신의 이상식 의원으로 그는 22대 총선 당시 재산을 축소 신고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의원직상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벌금 90만원이 확정돼 기사회생했다. 선거법위반 유죄형을 받은 이 의원이 '깨끗한 선거'를 관리감독하는 데 대한 물음표가 붙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송두리째 뒤흔든 공천헌금 의혹을 수사할 특검 도입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전 원내대표와 강 의원을 고리로 한 사실상 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이라는 해석이다. 금권선거 의혹 당사자들이 범죄 여부를 알고서도 이를 시행·방조할 수 있던 배경은 '최종 윗선'의 존재가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장동혁 대표는 "김병기·강선우 의원 녹취를 들어보면 강 의원이 김 시의원에게 1억원을 돌려주고 조용히 끝났어야 할 사안이었는데, 다음 날 김 시의원에게 단수 공천장이 배달됐다"며 "그 뒷배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김병기보다는 '더 윗선'의 누군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그가 사실상 최종 결정권자라는 의구심이다.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이 대통령은 강 의원 관련 의혹이 불거진 당시 당 대선후보였고, 김 전 원내대표 의혹 관련 당시엔 당대표였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공천에 큰 영향을 줄 힘을 가진 게 아니냐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김 전 원내대표가 지난 22대 총선에서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위원장을 맡아 자신의 비위 의혹에 대해 '셀프 검증'을 했던 게 아니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아울러 김 전 원내대표가 22대 총선 공천 당시 비명(비이재명)계를 축출하는 소위 '비명횡사'를 주도한 선봉장이라는 점도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을 주목하는 이유다. 당시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이던 김 전 원내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후보자검증위원장과 공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모두 맡은 것은 공천 전반을 좌우할 사령탑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특검을 거부하는자가 범인'이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주장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그대로 맞받아 국민의힘 전체를 공격하던 민주당은 이번 논란에 대한 특검 필요 주장을 단칼에 일축하고 있다. 나아가 정치권 전반의 도덕성과 윤리를 뿌리째 뒤흔든 금권선거 의혹 사태를 '개인의 일탈' 사안 정도로 축소시키고 나섰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천헌금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논란이 생길 경우 전수조사를 하느냐'라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문제가 제기된 건에 대해 긴급 최고위를 거쳐 윤리심판원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조승래 당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의 전수조사 계획'에 대한 질문에 "개별 인사들의 일탈"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박 수석대변인은 김 전 원내대표가 연루된 총선 금품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이 전 의원이 '정청래 당시 수석최고위원(現 당대표)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실은 보도에 대해서는 "이 전 의원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전수조사 계획은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많은 역사를 통해 좀 더 공정한 공천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공천헌금 사안과는 별개로 김경 시의원은 지난 2016년 12월 민주당 의원인 안규백 현 국방부 장관에게 500만원의 고액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김 시의원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 시의원은 안 의원이 당시 서울시당위원장었다는 점에서 정계입문을 위해 적극적 행보를 보였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 원내대표 후보인 진성준 의원은 라디오에서 "해당 보도는 보지 못했지만 일반적인 관례라고 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의 후원금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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