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버티겠다"던 맨유 감독, 18시간도 안 돼 잘렸다...퍼거슨 이후 7번째 감독 경질 [더게이트 해축]

배지헌 기자 2026. 1. 5. 21:2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개월 버티겠다던 아모림, 하루 만에 경질
-"감독이지 코치 아냐" 구단 도발이 직격탄
-14개월 재임 24승 그치며 비참한 퇴장
루벤 아모림(사진=맨유 공식 SNS)

[더게이트]

루벤 아모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구단과의 정면 충돌 끝에 경질됐다. 18개월을 버티겠다던 호언장담은 하루도 채 버티지 못했다.

맨유는 5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아모림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부임 후 14개월 만이다. 맨유 18세 이하팀 감독인 대런 플레처가 임시 감독을 맡는다. 첫 경기는 6일 밤 벌어지는 번리전이다.

경질의 직접적 계기는 아모림 감독 스스로가 제공했다. 그는 5일 새벽 리즈전(1대 1 무승부) 후 기자회견에서 "난 맨유의 감독이지 코치가 아니다"라며 구단 수뇌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어 "앞으로 18개월 동안 내 일을 하고, 그 후엔 모두가 각자 갈 길을 가면 된다"고 말했다.

사퇴할 생각 없으니 자르려면 자르라는 식이었다. 특히 제이슨 윌콕스 스포팅 디렉터를 겨냥한 발언이 결정타였다. "각 부서, 스카우팅 부서, 스포팅 디렉터는 각자 일을 해야 한다"며 간섭을 멈추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아모림 감독은 "내 이름이 토마스 투헬도, 안토니오 콘테도, 주제 무리뉴도 아니란 건 안다"면서도 "하지만 난 맨유의 감독"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아모림 감독이 기자회견장을 나서며 추가 해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기자들이 발언의 의미를 물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맨유 구단은 감독의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맨유는 공식 성명에서 "구단 리더십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팀이 가능한 한 높은 리그 순위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루벤의 기여에 감사하며 그의 미래에 행운을 빈다"는 형식적인 덕담도 덧붙였다.
맨유 재건을 선언한 아모림 감독(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술 놓고 감독-디렉터 정면충돌

갈등의 핵심은 전술을 둘러싼 견해차였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윌콕스 디렉터는 맨체스터 시티를 성공으로 이끈 4-3-3 시스템을 선호한다. 이 전술은 공격수 1명, 미드필더 3명, 수비수 4명을 배치하는 균형 잡힌 포메이션이다.

반면 아모림 감독은 3-4-3을 고집했다. 중앙 수비수 3명을 두고 양측면에 윙백을 배치하는 이 시스템은 측면 공격력은 강하지만 수비 안정성이 떨어진다. 감독과 스포팅 디렉터가 팀의 뼈대를 두고 정면으로 부딪친 셈이다.

BBC는 영입 책임자 크리스토퍼 비벨이 지난해 8월 풀럼전 후 아모림에게 전술 변경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풀럼의 마르코 실바 감독이 3-4-3을 상대하는 법을 상세히 설명한 직후였다. 감독 고유 영역인 전술에 구단이 간섭한 것이다.

투자 문제도 갈등을 키웠다. 아모림 감독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완벽한 3-4-3 전술을 구사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구단의 투자 부족을 에둘러 비판했다. ESPN에 따르면 그는 "1월 이적시장에서 어떤 대화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도 불만을 토로했다.

맨유가 본머스의 앙투안 세메뇨(바이아웃 6500만 파운드, 약 1185억원) 영입을 추진했지만 실패한 것도 아모림의 불만을 키웠다. 세메뇨는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측은 "아모림이 이적 계획에 완전히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아모림의 공개 발언은 정반대였다.

아모림 감독의 재임 기간 성적은 참담했다. 63경기에서 24승을 거뒀다. 프리미어리그에선 15승에 그쳤다. 최근 5경기에서 1승만 거뒀고, 11경기로 넓히면 3승뿐이었다. 리즈전 후 6위로 올라섰지만, 명문 맨유로선 수치스러운 위치다.

지난 시즌 맨유는 창단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5위로 마감하며 42점에 그쳤다. 1973-74시즌 강등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FA컵 5라운드에서 풀럼에게 탈락했고, 카라바오컵 8강에서 토트넘에게 무릎 꿇었다. 유로파리그 결승에선 또다시 토트넘에게 패하며 2021-22시즌 이후 처음으로 무관에 그쳤다.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유럽 대회 출전권도 확보하지 못했다.

올 시즌 시작도 최악이었다. 1992-93시즌 이후 최악의 출발로 초반 6경기에서 7점만 따냈다. 8월엔 카라바오컵에서 4부 리그 팀 그림즈비 타운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당시 아모림 감독은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선수들을 질타했다. 이어 "때론 선수들이 미워지고, 때론 사랑스럽다"는 감정적인 발언도 쏟아냈다.

그런데도 구단은 아모림을 믿고 투자했다. 맨유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2억 파운드(약 3650억원) 이상을 썼다. 벤야민 셰슈코, 브라이언 음뵈모, 마테우스 쿠냐를 각각 6000만 파운드 이상에 영입했다. 골키퍼 세네 라멘스도 1820만 파운드에 데려왔다. 그럼에도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루벤 아모림 감독(사진=루벤 아모림 개인 SNS)

"3년 줄 것" 말하곤 14개월 만에 자른 구단

디 애슬레틱의 마크 크리칠리 기자는 "아모림의 경질은 구단 소유주인 INEOS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INEOS를 이끄는 짐 래트클리프 경은 불과 3개월 전 인터뷰에서 "아모림은 3년의 기회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크리칠리는 "아모림의 3-4-3 시스템 고집은 비밀이 아니었다"며 "2023-24시즌 말 에릭 텐 하흐 감독 거취를 논의할 때 이 때문에 다른 후보를 물색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5개월 뒤 텐 하흐를 경질하고 아모림을 택했다는 것이다. 텐 하흐 경질 시점을 늦춰 시즌 중반 감독 교체를 강행한 것도 실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일관성 부족이었다. 아모림 부임 몇 주 뒤엔 스포팅 디렉터 댄 애슈워스가 해임됐다. 애슈워스는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있는 감독을 추천했던 인물이다. 크리칠리는 "아모림 임명은 텐 하흐, 애슈워스 사례와 함께 INEOS의 가장 큰 실수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래트클리프는 소유권 인수 당시 "INEOS와 올드 트래포드 리더십이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하고 코치는 그것을 따라야 한다"며 "현대 축구에선 길을 정하고 그 길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명확한 시스템을 가진 감독을 임명하고, 그의 전술에 맞춰 선수단에 2억4200만 파운드(약 4410억원)를 투자한 뒤, 마커스 래시포드와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같은 핵심 선수를 방출하는 결정까지 지지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맨유는 2013년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은퇴한 이후 아모림을 포함해 7명의 감독을 거쳤다. 그 기간 리그 최고 성적은 2위였다. 주제 무리뉴(2017-18시즌)와 올레 군나르 솔샤르(2020-21시즌)가 기록했다. 퍼거슨 이후 감독 경질에만 5000만 파운드(약 910억원) 이상을 썼다. 왕년의 명문 구단은 또다시 감독을 갈아치우며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감독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Copyright © 더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