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에만 '스티커'... 프랑스 사회 발칵
[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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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ject kor 스티커 project.kor의 인스타 그램에 있는 프로젝트 홍보 사진 |
| ⓒ project.kor / 김승현 프로젝트 대표 |
'Project KOR'은 협찬이나 광고 없이 개인의 시간과 비용으로 진행된 작업이었다. 공개된 기업 등록 정보를 확인하고, 파리 전역을 직접 방문해 운영 주체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기획자 김승현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한식을 찾는 과정에서 손님들이 어떤 식당이 실제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식의 세계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에서 접하는 한식 경험에 품질 편차가 커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특히 외국인 소비자의 경험을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한국을 직접 방문한 외국 분들이 '해외에서 먹은 한식과 너무 다르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라며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평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최소한의 사실 정보를 제공해 선택의 기준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취향 차이를 넘어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혼란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된 '기준 설정'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셰프의 국적이나 조리 방식, 레시피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일은 개인정보 문제와 검증의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가장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요소인 '운영 주체'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김씨는 "이 기준이 자칫 정통성이나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고민됐다"고 털어놨다.
조사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주소 변경, 폐업, 대표자 변경이 잦아 사업자 등록정보(SIRET·SIREN)를 일일이 대조해야 했고, 사장님을 만나지 못해 같은 식당을 여러 번 다시 찾는 일도 반복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별된 94곳이 개인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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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ject kor 구글 지도 project.kor의 인스타 그램에 있는 프로젝트 홍보 사진. 식당들의 구글맵 위치이다. |
| ⓒ project.kor / 김승현 프로젝트 대표 |
한 커뮤니티 이용자 'RGC'는 Project kor 홍보글에 댓글로 우버이츠 주문과 직접 방문 경험을 언급하며 "한국인 사장님이 아닌 타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상상한 제육볶음', '상상한 짜장면' 같은 음식을 접했고, 20유로에서 50유로 사이의 가격을 지불한 경험이 불쾌했다"라며 "이런 식별이 있으면 외국인도 한식을 오해하지 않고 한국인에게도 유용할 것 같은데, 이게 인종차별의 문제가 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이용자 '기본정보'는 "이런 활동은 취지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인종차별을 도출할 수 있는 위험한 구조"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프로젝트 대표자 김씨는 댓글 답변에서 "의도는 좋더라도 결과적으로 좋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라며 "제공하는 정보는 특정 국적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원하는 분들이 참고할 수 있는 운영 주체에 대한 사실 정보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식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한식당이 빠르게 늘고, 그 과정에서 외국 분들이 한식에 대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데 사장님들도 공감했다"라며 "어떤 곳을 선택할지는 각자의 기호와 기대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며, 이를 구조적 불이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비판은 문화 연구의 언어로도 확장됐다. 이용자 'Yuza'는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보지만 문화주의(culturalisme), 본질주의(essentialisation)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기준이 문화의 복합성을 단순화할 위험을 내포한다는 의미였다.
법적 쟁점도 제기됐다. 이용자 'sola****'는 프랑스소비자법(Code de la consommation)상 '공식 표식처럼 오인될 가능성(usage trompeur de signes officiels)'과 개인정보보호 규정(RGPD) 위반 여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적었다. 스티커가 공적 인증처럼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였다.
국적 기준 자체의 정당성을 묻는 댓글도 이어졌다. 이용자 '갈아만든배'는 "우위를 가리려는 취지가 아니라면 왜 구분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한국계 프랑스인, 한국에서 요리 공부를 한 프랑스인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단지 한국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자 '보말'은 "취지는 좋지만 국적으로 한국적임을 판단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며 "조리법을 기준으로 한국과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방식이 더 타당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Yuza'도 "전문가가 국적과 무관하게 '정통 맛과 조리법'만으로 조사하는 방식이 맞다"고 힘을 실었다. 이어 "맛있게 요리하는 외국인 친구의 레스토랑이 프로젝트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상상하면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인'의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 댓글은 논쟁의 핵심을 정확히 찔렀다. 이용자 '풍경은 고요히'는 "한국인의 기준이 국적인가, 혈통인가, 출생지인가"라고 물으면서 "다수의 요청이 항상 정의로운 것은 아니며, 보이지 않는 소수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남겼다. 이 논쟁이 단순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음을 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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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파리 한식당의 김치 찌개 파리 북역 근교의 한국에서 오래 거주하며 한국 식당에서 일한 적 있는 외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작은 한국 음식점의 김치찌개. 직원도 한국인이며, 사장님도 한국어를 완벽히 구사한다. 한국에서 먹던 어지간한 김치찌개의 맛보다 얼큰하며 맛있었다. 하지만 국적에 의하여 프로젝트 스티커를 받지 못했다. |
| ⓒ 정수진 |
스티커 부착 식당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프랑스 여성 엠마씨는 "당연히 한국 정부에서 부착한 스티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미쉐린처럼 심사단이 맛으로 평가하거나, 국가에서 기능장에게 인증하는 한국식당이라는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광객인 일본인 사오리씨는 "국적으로 식당에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식당은 음식의 맛이 중요하다. 국적이나 인종으로 차별을 하는 것은 올드(구시대적 발상)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더 요리를 잘 할 수 있지 않나, 한국인들도 일본요리를 만들텐데 왜 이런 스티커를 붙인건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15구 근처 프랑스 식당에서 일하는 껑땅씨는 "개인이 인종으로 식당을 구별하는 행위는 인종차별이라 생각한다"라며 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논쟁은 자연스럽게 '정통 음식은 누가, 어떻게 인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국제적으로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태국 정부의 '타이셀렉트(Thai SELECT)' 제도다. Thai SELECT는 태국 정부가 해외 태국 음식점에 부여하는 공식 인증으로, 특정 국적 여부가 아니라 조리 방식, 재료, 메뉴 구성, 위생과 서비스 등 '정통 태국 요리의 구현'을 기준으로 심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Project KOR와 차이점을 보인다.
이 사안이 법적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국적·다민족 프랑스 사회에서는 국적이나 출신을 기준으로 사람이나 집단을 구분하는 행위 자체가 엄격히 다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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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의 아시안 음식점이 많은 거리 프랑스 파리 오페라인근에는 아시안 음식점이 모여있는 거리가 있다. 한국마트들과 음식점들도 모여있지만 음식점의 대표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으로 이루어져있다. 한국인이 일본요리집을 하기도하며 중국계 프랑스인이 중화요리를 하기도 한다. |
| ⓒ 정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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