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유방암 방사선치료 명의' 가천대 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성기훈 교수
#여성 A씨(52)는 좌측 초기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부분절제 후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관해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A씨는 수술받지 않았고, 아들의 추천으로 자연치유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들었다. 2년 뒤, 다시 병원을 찾았다. 유방 내부에 있던 암은 피부까지 올라와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고, 뇌에도 다발성 전이가 된 이후였다.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계획 중이던 B씨는 갑자기 병원을 나오지 않았다. 6개월 후 진료실을 찾아, "화가 나서 못 견디겠다"며 "그 나쁜 치료를 왜 하라고 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유방암 수술을 받은 지인이 B씨에게 방사선 치료는 받으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생기가 없어지므로 받지 말라고 했다는 것. 알고 보니 해당 지인은 방사선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고, 단지 입원실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모습을 본채 지레짐작한 것이었다. 오해를 푼 B씨는 뒤늦게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국내 유방암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대비 2021년 환자 수는 무려 5.6배로 증가했다. 여성 암 중에서는 발생률 1위기도 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환이고, 또 그만큼 잘못된 정보도 넘쳐난다. 특히 오해를 사고 있는 대표적인 치료는, 이름만 들으면 위험해 보이는 '방사선 치료'다. 위에서 언급한 환자들을 만나고 직접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 겠다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의사가 있다. 가천대 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성기훈 교수를 만나 방사선 치료와 관련된 오해를 풀어봤다.
가천대 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성기훈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유방암에서 방사선 치료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방사선 치료는 고에너지로 암세포를 여러 번 조사해 파괴하는 것이다. 유방암을 산불이라고 가정해 보자. 수술은 불을 끄는 물 역할을 한다. 항암 치료는 기세가 꺾인 불에 비를 내려 다시 번질 수 없도록 하는 것이고, 방사선 치료는 화재 진압 후 확실하게 남은 불씨를 마저 끄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적정 조사량으로 방사선을 쪼이면 빠르게 성장하는 암세포의 DNA를 주로 파괴할 수 있다. 부분절제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선 치료가 재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봤더니, 방사선 치료를 했을 땐 재발률이 8% 이하였지만 안 했을 땐 약 25%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인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80%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종양이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데 유방전절제술을 한 경우 방사선 치료를 생략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분절제술을 받은 환자와 전절제술을 받은 환자 중 3기 이상에서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보통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담당 의료진이 암의 병기, 절제 범위, 림프절 전이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방사선'뒤에는 '피폭'이라는 단어가 주로 붙곤 한다. 방사선 치료로 몸에 오히려 무리가 가지는 않는가? "전신 피폭으로 죽을 수 있는 방사선 용량은 6~7Gy다. 이 정도의 방사선이 조사되면, 먼저 장이 녹으면서 심각한 상해를 입게 된다. 방사선 치료로는 무려 60Gy까지도 조사한다. 그런데 방사선 치료를 받고 전혀 문제가 없는 이유는 필요한 부위에만 부분적으로 조사하기 때문이다. 다른 부위에 노출되는 것은 최소화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큰 부작용이나 후유증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방암 방사선 치료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인가? "치료 범위 피부에 햇볕에 탄 것 같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자외선 조사 중 나오는 낮은 에너지는 피부에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뜨겁진 않다. 변화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예 피부 반응이 없는 환자도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에너지양이 일정하게 뿜어져 나와, 피부 반응이 나타날 위험이 감소했다. 여러 종류의 보호용 크림도 나왔다."
유방암 방사선 치료 현장./사진=성기훈 교수 제공
-환자의 나이·종양 위치·유방 크기 등이 방사선 치료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가? "전부 무관하다. 108세 환자를 본 적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병기와 림프절 전이 여부다. 림프절 전이가 없고 일반 보존술을 했다면 유선 조직만,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빗장뼈 위 상부 림프절 구역까지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된다."
-유방 재건술을 받은 환자도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재건 물질이 자가 조직과 인공 보형물 중 무엇인지, 부분절제술을 받았는지 등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방재건술 환자도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다. 인공 보형물은 방사선 치료 시 감염, 섬유화, 보형물 경화, 제거 가능성이 증가하지만, 그 폭이 매우 작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간혹 방사선 치료를 염두에 두고 수술 중 치료 보조 물질을 넣었다가, 치료 후 보조 물질을 빼고 보형물을 넣는 2단계 치료하기도 한다. 변화 위험이 크지 않아 2단계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다."
-최근 유방암 방사선 치료에서 나타나는 치료 트렌드가 있는가? "방사선 치료뿐만 아니라, 수술과 항암 치료 등 대다수 치료의 범위와 강도가 줄어드는 추세다. 삶의 질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도 낮은 강도로 서른 번 하던걸, 조금 높은 강도로 다섯 번만 하고 끝내는 방향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반기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편하겠지만, 아직 강하게 다섯 번만 했을 때 30~40년 뒤 변화 등은 알려진 게 없다. 우리나라는 치료 여건이 다른 국가보다 매우 좋으므로, 여러 번에 걸쳐 방사선 치료받는 걸 권장한다."
-방사선 치료와 직장 생활 병행이 가능한가? "치료는 주 5회 총 15~30번, 한 번 받을 때 10분 정도 걸린다.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일상을 유지하길 권고한다. 현대 의학에서는 산 좋고 물 좋은 데 가는 것보다 본인 생활을 유지하라고 한다. 정신건강에도 오히려 이게 낫다. 간혹 치료받는 중 사람 만나도 되는지 묻는 환자가 있는데,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고 몸에 방사선이 남거나 방출되지는 않는다. 주변 사람을 만나도, 심지어는 아기를 안아도 괜찮다."
-큰 기술적 변화가 있다면? "무표식이 가장 화두다. 몇주에 걸쳐 치료가 이뤄지는데, 한 위치에 매우 정밀하게 방사선을 조사해야 하므로 표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CT를 찍어 확인한 조사 위치에 펜으로 여러 개의 선을 그었다. 선이 지워질까 봐 샤워를 할 수 없는 등 환자가 여러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카메라로 환자 위치를 정밀하게 기억한 뒤, 표식 없이 위치를 재현할 수 있도록 돕는 기계가 국내 도입됐다. 점점 도입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방사선 치료 후 임신과 수유가 가능한가?
성기훈 교수는 방사선 치료에 사용되는 마킹을 점점 지워지는 문신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직접 몸에 문신을 하기도 했다./사진=성기훈 교수 제공
"임신은 방사선 치료와 상관이 없다. 수유는 의학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모유 감소 등으로 모유 수유가 어려울 수 있다. 또 피부 반응 등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어 피할 것을 권고한다. 수술받지 않은 반대쪽 유방으로 수유하는 것은 상관없다."
-마지막으로 유방암 방사선 치료를 앞둔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방사선 치료는 수술하고 4~6주 후 혹은 항암 치료 이후 진행하게 된다. 다시 말해 환자가 거의 녹초인 상태다. 고생 많았고, 이제 편안하게 방사선 치료받으라고 전하고 싶다. 또 화도 내라고 말하고 싶다. 항암치료를 받을 때까진 놀라서, 슬픈지 화가 나는지 등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비교적 편안한 방사선 치료를 받다 보면 그간 억울하고 화났던 감정이 올라온다. 이때 쏟아내고 터뜨렸으면 한다. 마음껏 우셔라. 그래야 정신 건강에도 좋다. 이때 같이 온 남편 중 일부는 '괜찮다잖아'라고 하는데, 최악의 반응이다. 많은 환자가 이 이야기를 듣고 섭섭해한다. 남편은 그저 옆에서 같이 울어주거나, 어려우면 휴지를 전해줬으면 한다."
가천대 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성기훈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성기훈 교수는… 연세대에서 지질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구시스템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석사후연구원을 밟은 후, 이 기술을 사람을 살리는 일에 사용하기 위해 의대로 진로를 틀었다. 가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현재는 가천대 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방사선 관련해서는 그 누구보다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의 건강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의사다. 유방암 세기조절방사선치료를 위해 4차원 호흡연동 모션팬덤을 개발하고, 방사선치료로 생기는 피부염을 예방하기 위해 피부도포제제를 연구했다. 또 많은 환자가 방사선 치료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 치료할 때 긋는 표식이 지워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고,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점점 지워지는 문신 염료가 있다면 방사선 치료 중에만 정확한 위치에 점을 찍으면 될 것으로 생각해, 실제 염료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그렇게 찾은 문신 염료를 본인 등에 직접 새겼다. 성 교수는 진한 염료로 새긴 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이야기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