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송전탑으로 뒤덮일 비수도권...나라 두 쪽 내는 '남방한계선' 억지

하승수 2026. 1. 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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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꼼짝마! 카르텔] 막대한 전력 필요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국가가 나서 재검토해야

[하승수 기자]

 대전지역 환경단체와 진보정당 등은 12월 17일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을 지나는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 백지화와 대전시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난해 12월 29일,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경제> 등에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이슈에 대한 사설이 실렸다.

그로부터 3일 전인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산업단지)를 전기가 많은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이 있다'면서, 현재 경기도 용인에 추진 중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문제점을 얘기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현실적 문제점 때문에 '기업이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으로 가고, 불가피한 경우만 송전망을 이용하는 구조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이를 두고 일제히 김성환 장관의 발언을 공격하는 사설을 쓴 것이다.
 2025년 12월 29일자 용인 반도체 산단 관련 언론 사설들
ⓒ 화면캡처
비수도권을 전력 식민지로 보는 일부 언론

위와 같은 언론 사설들은 한마디로 비수도권을 '전력 식민지'로 보는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선 용인에 들어서려고 하는 반도체 산업단지는 두 개다. 하나는 SK가 추진 중인 일반산업단지이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 승인된 것이다. 이 산업단지에는 원전 6기 분량, 즉 6GW 정도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전 대통령인 윤석열씨가 집권하던 2023년 3월에 발표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이다. 국가산업단지는 공기업인 LH가 조성하고, 삼성이 분양을 받는 것으로 돼 있다. 여기에 원전 10기 분량, 즉 10GW 정도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두 산업단지에 필요한 총 전력은 원전 16기 분량인 약 16GW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의 전력은 대한민국 전체 전력수요 97GW의 16.5%에 달하는 것이다(2024년 기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양의 전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용인은 물론 수도권에는 이 정도의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들이 없다. 지금도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느라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초고압 송전선이 건설되어 있는 상황이다.

2024년 한국전력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0%대에 불과하고 경기도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비하지만 전력자급률은 60%대에 머무는 실정이다. 지금도 모자라는 전력은 비수도권에서 끌어오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현재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송전을 하기 위해 7개 정도의 초고압 송전선이 운용되고 있다.
 [표]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송전선들
ⓒ 오마이뉴스
이 때문에 지금도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전력식민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선을 많이 건설하다 보니 송전선 사고시를 대비해 '송전선의 전송한계량'을 설정해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령 4GW를 송전할 수 있는 송전선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그 1/3, 또는 1/4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비효율적인 시스템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처들(대공장, 대형건물)들이 수도권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그런데 무려 16개 원전이 감당할 수 있는 전력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공장을 용인에 짓겠다는 것은 , 무리하고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과연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34만 5천볼트 초고압송전선

SK가 추진하는 반도체 일반산업단지도 문제가 심각하다. 원전 6기 분량의 전기가 용인은 물론이고 경기도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수도권인 강원도 등지에 초고압송전선을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아무 대책도 없이 2023년 3월 원전 10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추가로 발표했다. 그리고 뒤늦게 수립한 대책이라는 것이 '3GW는 용인에 6개의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건설해서 조달하고, 7GW는 비수도권에 송전선을 건설해서 끌어온다'는 것이었다. 주로 서남해안에서 생산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을 끌어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LNG발전소를 6기나 추가 건설한다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역행하는 것이고, 7GW의 전력을 비수도권지역에서 끌어오기 위해 여러 개의 초고압 송전선을 건설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비수도권을 초고압 송전탑으로 뒤덮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전남과 전북, 충남, 충북, 세종 등지를 관통하는 34만 5천볼트 초고압송전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규모로 보면 역대급이다. 이렇게 많은 초고압송전선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이것은 결국 비수도권을 더더욱 전력식민지로 만드는 것이고, 비수도권 국민들을 '2등 국민' 취급하는 것이다.
 현재 추진중인 34만 5천볼트 초고압 송전선들
ⓒ 하승수 제공
'남방한계선'은 비수도권 국민을 '2등 국민' 취급하는 것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을 생각해도, 비수도권을 초고압송전탑으로 뒤덮는 정책은 잘못이다. 반도체 공장은 1극(수도권)에 집중시키고, 나머지 지역들은 전기를 생산해서 1극으로 보내주는 역할만 하는데 무슨 '5극 3특'이란 말인가?

만약 굳이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면, 용인에 원전도 16개 짓는 것이 맞다. 원전에 필요한 냉각수는 산업단지 옆에 인공호수를 만들어서 조달하면 될 것 아닌가? 어차피 용인에는 물도 없는데, 한강 물을 끌어다가 반도체 공장의 용수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방식으로 원전에 필요한 냉각수도 조달하면 된다.

물론 용인에 원전 16개를 짓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용인시민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겠는가?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용인에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비수도권 지역을 전력식민지로 만들지 않는 길이고, 대한민국 전체에도 이로운 길이다.

현재의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중식 전력시스템은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며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저해한다. 앞서 언급했듯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장거리송전을 해야 하다보니, 초고압 송전선과 변전소 건설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만약 전력수요가 분산되어 비수도권에서 전력을 생산된 전력을 비수도권에서 소비하게 된다면 불필요한 비용이다.

이런 와중에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경제지들이 언급하고 있는 '남방한계선' 얘기이다. 용인 이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비수도권 사람들을 '2등 국민'으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수도권에도 대학 등 교육기관들이 있고 인재도 있다. 비수도권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그곳으로 인재도 몰리기 마련이다.

'남방한계선'이라니, 이런 모욕적인 얘기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문제는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도, 지역을 위해서도, 기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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