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22곳, 서울은 단 4곳…쓰레기 태우려 150㎞ 원정 간다 [쓰레기 외주도시]

지난 2일 오전 5시 서울 금천구 생활쓰레기 적환장(집하장)에 충남 번호판의 대형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새해 첫날부터 수거한 서울 종량제 쓰레기를 가져가기 위해서다.
한쪽에선 쓰레기차들이 15t(톤) 암롤박스(탈착식 컨테이너)에 밤새 금천구 일대에서 수거한 종량제 봉투들을 쏟아부었다. 이내 대형트럭은 꽉 찬 암롤박스를 싣고 150㎞ 떨어진 충남 공주로 떠났다.
“재활용 가치가 있는 것들을 선별한 뒤 제지·시멘트 공장의 소각로에서 연료로 태울 겁니다.” 이날 자정부터 대기했던 김영식 금천구청 폐기물관리팀장이 트럭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
직매립 금지하자 지방으로 원정 소각…처리비 30%↑

금천구도 그중 하나다. 그간 생활쓰레기를 수도권 매립지로 보내다가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충남(공주·서산)·경기(화성) 민간 폐기물 업체 3곳과 급히 계약을 맺었다. 처리 단가는 t당 11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30% 이상 올랐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소각장 건설을 추진했지만 무산됐고, 인근 마포광역소각장에도 주민들의 반대로 쓰레기를 보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들도 뾰족한 수가 없어 서울 밖으로 원정 소각에 나서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일 기준 25개 자치구 중 14곳이 민간 소각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 9개 구도 1~2월 중에 민간 업체와 계약을 맺거나 발주할 계획이어서 민간 소각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에는 민간소각장이 없기 때문에 경기도와 충청도 등 멀리 보내야 한다. 서울 쓰레기 매립이 중단되며 기존 수도권 매립지의 반입량은 이날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서울 소각장 20년 이상 노후화 “현대화 32년 이후 가능”

현재 서울에는 공공광역소각장 4곳이 있는데, 모두 20~30년 된 노후 시설이다. 권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공공소각장 시설이 노후화돼 최대 80% 정도만 가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순조롭게 진행돼도 2032년에야 된다”고 말했다.
도쿄 도심 속 우뚝 솟은 소각장 굴뚝…전기 만들고 온수 제공

2023년부터 재가동한 메구로 청소공장은 하루 600t의 쓰레기를 소각한다. 지난 30일 도쿄타워 전망대와 같은 높이(150m)를 자랑하는 메구로 청소공장 굴뚝 인근으로 다가서자 쉼 없이 드나드는 청소 차량이 보이기 시작했다. 메구로 청소공장은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차량이 오가는 입구부터 공기 차단막(에어커튼)을 설치했다.
쓰레기를 태우며 발생하는 열로는 증기 터빈을 돌린다. 최대 2만 150kW(킬로와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약 5만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여열로 만든 온수는 인접 구민센터로 보내진다.

소음 완충 지역으로 조성된 놀이터엔 주민 10여명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놀고 있었다. 50대 주민은 “예전엔 이곳이 지저분한 공터였는데 청소공장 재건축과 함께 공원으로 깨끗하게 정비돼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소각장은 생활을 지탱해주는 곳”

1970년대 초만 해도 도쿄 전역에서 수거한 쓰레기의 70% 이상이 모두 고토(江東)구 매립지로 몰렸다. 파리떼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하면서 고토구 주민들이 타구 쓰레기 반입을 저지하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당시 미노베 료키치(美濃部亮吉) 도쿄도지사가 자기 구내 처리 원칙을 골자로 ‘쓰레기와 전쟁’을 선포하면서 구별로 소각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노후 시설을 현대화하면서 소각장은 도심 속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기타(北) 청소 공장은 2030년 2월 두 번째 재건축을 위해 소각로 해체 공사에 들어갔다.
기타 청소공장 바로 옆엔 구립시설인 '건강프라자'가 있는데 청소공장에서 나오는 열로 온수 수영장을 운영해왔다고 했다. 이 지역 주민 이시다씨는 “(소각장은) 생활을 지탱해주고 있는 곳”이라며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지역에서 책임감을 갖고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정 소각은 임시방편…소각량 줄이고, 재활용 확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종량제 쓰레기를 한 번 더 선별하는 처리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소각량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재활용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새로운 쓰레기 처리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처럼 소각장을 도심과 주거지 속에 공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이홍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일본·덴마크 등에서는 한때 가장 감추고 싶어 했던 소각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쓰레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바깥으로 밀어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 들여올 때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들을 고민해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천권필·김민욱 기자, 도쿄=김현예 특파원 feeli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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