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문외한’ 소방관들, AI로 신고 대응 시스템 만들었다

양윤선 2026. 1. 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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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출동, 괴산안전센터 사리면 인근 산사태 출동."

대원들이 신고 내용을 '자체상황실 운영 시스템'에 입력하자 벽면 모니터에 출동 차량, 가용 차량, 출동 대원, 요구조자 수가 붉은 글씨로 실시간 집계됐다.

괴산소방서는 지난해 초 챗GPT로 자체상황실 운영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폭우·폭설·지진 등 동시다발적 재난으로 신고가 몰리는 상황을 대비해 일선 소방서에서 자체적으로 가동하는 상황실의 시스템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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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생존법]
변화 더디던 공직사회도 AI 바람
상황실 인력 9→3명… 현장 재배치
지난해 7월 집중호우 기간 충북 괴산소방서 대원들이 자체상황실에서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괴산소방서는 소방대원이 신고 내용을 입력하면 재난상황판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자체상황실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괴산소방서 제공


“훈련 출동, 괴산안전센터 사리면 인근 산사태 출동.”

지난달 24일 오후 충북 괴산소방서 자체상황실. 천장 스피커에서 5초 간격으로 새로운 지령 방송이 울려 퍼졌다. 재난 발생으로 119 신고가 한꺼번에 몰리는 ‘호 폭주’ 상황을 가정한 테스트였다. 대원들이 신고 내용을 ‘자체상황실 운영 시스템’에 입력하자 벽면 모니터에 출동 차량, 가용 차량, 출동 대원, 요구조자 수가 붉은 글씨로 실시간 집계됐다. 시스템 덕분에 재난 상황에서도 보다 신속한 출동대 편성 및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만든 이들은 개발 경력이 전무한 현직 소방관들이다. 김형우(49) 괴산소방서 소방위는 4일 “챗GPT가 짜준 실행 코드를 파이썬에 복사 및 붙여넣기하고 오류가 발생하면 다시 수정 코드를 요청하는 작업을 반복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시대, ‘공무원 조직은 변화를 꺼린다’는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 AI를 현장에 과감히 도입해 업무 혁신을 이뤄내는 공공기관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특히 국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인 소방과 경찰에서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괴산소방서는 지난해 초 챗GPT로 자체상황실 운영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폭우·폭설·지진 등 동시다발적 재난으로 신고가 몰리는 상황을 대비해 일선 소방서에서 자체적으로 가동하는 상황실의 시스템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집중호우 피해가 잦은 지역적 특성상 기존 아날로그 시스템으로는 적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호 폭주 시 소방 본부에서 일선 서로 전달하는 정보는 신고자의 전화번호뿐이다. 김진옥(58) 소방경은 “예전엔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대형 화이트보드나 엑셀에 수기로 표기해 인력과 장비를 분배해야 했다”며 “자구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괴산소방서는 같은 해 7월부터 업무에 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소방대원이 세부 신고 내용을 입력하면 재난상황판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돼 빠른 출동대 편성이 가능해졌다. 출동 현장 변화 자동 반영, 재난 브리핑 대시보드 제공, 상황보드 기록 전산화 등도 구현된다. 조금희(38) 소방장은 “업무 효율이 50~70% 향상됐다”며 “자체상황실 인력도 9명에서 3명으로 줄어 출동 인원을 보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괴산소방서는 이 성과로 충북도 ‘생성형 AI 업무활용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수사관 3만6000명을 대상으로 ‘AI 기반 수사 지원 시스템(KICS-AI)’을 운영하고 있다. LG가 개발한 AI 모델 ‘엑사원’을 경찰 내부 시스템 ‘킥스’와 연동한 것이다. 판례 제공부터 진술 조서 정리, 압수수색영장 신청서 초안 작성 등 다양한 실무를 지원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통합수사팀에서 근무하는 10년 경력의 수사관 A씨는 “비상장주식 투자 사기, 전세 사기 등 세부 케이스별 유사 사건·판례를 AI가 바로 찾아주기 때문에 검색에 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졌다”며 “10~20장 분량의 진술 조서에서 핵심 사건 개요, 증거 등을 끌어내 몇 초 만에 요약해주는 기능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KICS-AI는 현재 1단계 구축이 완료된 상태다. 경찰청은 올해와 내년 2, 3단계 사업을 추진해 사진·영상 분석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괴산=양윤선 기자 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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