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공천 비리, 과연 ‘개별 일탈’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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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늘어나고 수사 무마 청탁까지 폭로
야당엔 엄하고 왜 자기 당 비리엔 관대한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천 비리 의혹을 사과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꼬리 자르기’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어제(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선거 때의 공천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것인지 질문을 받고 “전면적인 시스템상의 문제라기보다 개별 인사들의 일탈로 본다”고 답했다. 김병기·강선우 의원이 연루된 공천 비리 의혹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면서도 당시 공천에 대한 전수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탈당계를 낸 강선우 의원을 제명했다.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개별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여론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사이 의혹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등장인물이 계속 더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낙천한 이수진 전 민주당 의원은 김병기 의원의 부인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동작구 의원들에게서 1000만~2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으며, 이 내용을 담은 탄원서가 2023년 말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의 김현지 보좌관에게 전달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 의원 부인이 구의회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를 썼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사 무마 청탁이 있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김 의원이 당시 여당(국민의힘)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내사 종결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한 충격적인 의혹이다.
국민의힘은 공천 비리 의혹을 당시 민주당의 ‘비명횡사’ 논란과도 연결지으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권력 실세 연루에 이어 수사 무마 의혹까지 제기됐으니 정치 공세로만 치부할 수 없어 보인다. 모든 의혹을 특검에 맡기는 것도 능사는 아니지만 다수당이 상대방에게만 칼을 겨누는 ‘선택적 특검’은 더욱 경계할 일이다. 민주당이 임기추상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특검에 대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정의 구현을 내세워 2차 종합특검을 새해 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민주당으로서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일 것이다. “오늘의 정의로 내일을 지키겠다”며 내란 척결 의지를 다져온 민주당은 자당의 공천 비리 의혹에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그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양간을 더 두껍고 더 높이 짓고 밑바닥으로 스며드는 연탄가스 구멍도 철저하게 막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직 원내대표와 현직 의원이 공천 관리위원을 맡은 상태로 저지른 공천 거래 의혹은 ‘외양간 수리’ 정도의 말로 무마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민주당 안에서도 “구석기 시대에서나 있었던 일”이란 탄식이 나올 만큼 민주 정당의 근본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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