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눈엣가시 된 창고형 약국...‘파마스퀘어’식 상생 모델 통할까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1. 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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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가오픈한 상황에서 2000여명의 회원을 모은 파마스퀘어. (파마스퀘어 제공)
최근 약국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수백평 규모 ‘창고형 약국’이 우후죽순 생겨나서다. 동네 약국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날을 세우고, 대한약사회는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정 약사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지역 상권을 통째로 삼키는 ‘블랙홀’이 된다는 비판이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 속에 경기 하남에 1호점을 낸 ‘파마스퀘어’는 묘한 줄타기를 한다. 겉보기엔 영락없는 창고형 약국인데 속을 들여다보니 딴판이다. 회사 측은 “약국이 아니라 H&B(헬스앤뷰티) 플랫폼”이라 항변한다. 단순한 말장난일까, 아니면 진짜 상생 모델일까. 2025년 12월 23일 가오픈 현장 반응을 뜯어봤다.

반응은 숫자부터 터졌다. 가오픈 1주일 만에 가입 회원 수 2000명을 돌파했다.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거둔 성과다. 현장에서 만난 하남 주민 반응은 예상보다 호의적이다. 하남 미사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스타필드까지 가려면 주차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가까운 곳에 이런 대형 매장이 생겨 편하다”며 “약 사러 왔다가 영양제와 화장품, 강아지 간식까지 한 번에 해결해 좋다”고 말했다. 벌써 “더 다양한 물건을 들여놔달라”는 주민 요청이 쇄도한다.

건기식이 절반...“약국은 거들뿐” 철저한 상생 전략

회사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새해 1분기 웰니스 전문점을 출시하듯이 파마스퀘어는 약국 트렌드와 웰니스 트렌드를 선도하는 혼합 모델을 추구한다”라고 소개했다. (파마스퀘어 제공)
파마스퀘어가 기존 창고형 약국 논란에서 한발 비켜설 근거는 매장 구성비에 있다. 1652㎡(약 500평) 매장 80%는 약국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강기능식품 50%, 뷰티 30%, 펫 용품 20%다. 약국은 매장 한편에 세 든 독립 사업자일 뿐, 매장 주인은 뷰티와 건기식이다.

이는 파마스퀘어 생존 전략이자 약사 사회를 향한 해명이다. 의약품을 미끼 상품(앵커 테넌트)으로 써서 손님을 부르되, 실제 지갑은 다른 곳에서 열게 만드는 구조다. 기존 창고형 약국이 약사 1명의 배를 불리는 구조라면, 파마스퀘어는 공간을 내어주고 집객 효과를 나누는 상생형 모델에 가깝다. 약사 사회 ‘공공의 적’으로 찍힌 독점형 약국 모델과는 결이 다르다.

파마스퀘어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이제 단순 식품을 넘어 유통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업계 1위 올리브영도 올해 1분기 웰니스 전문점 론칭을 준비할 만큼 시장이 커졌다. 파마스퀘어는 약국 신뢰도와 H&B 확장성을 결합해 약국·웰니스 트렌드를 동시 선도하는 혼합 모델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다이소 뷰티 3000억 시대, ‘최저가’ 정면 승부...청라·김포 확장 속도

파마스퀘어 1호점은 1652㎡(약 500평) 매장 구성에서 건강기능식품이 50%, 뷰티 30%, 펫 용품 20%, 나머지가 약국이다. (파마스퀘어 제공)
이들 롤모델은 올리브영보다 다이소에 가까워 보인다. 최근 다이소는 초저가 화장품을 무기로 뷰티 시장을 흔들었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2025년 다이소 뷰티 매출은 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는 브랜드보다 가격표를 먼저 본다는 걸 숫자로 증명한 셈이다.

파마스퀘어도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상시 가격을 인터넷 최저가 수준으로 맞췄다. “굳이 올리브영 세일 기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언제나 싸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다.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 오는 수고로움을 ‘최저가’라는 보상으로 돌려주는 셈이다.

여기에 콘텐츠를 섞었다. 매장 안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 3개를 박아넣었다. 낮에는 물건 파는 매장이지만, 밤에는 쇼호스트와 중국 왕홍이 방송을 찍어 송출하는 콘텐츠 기지가 된다. 오프라인 매장 한계를 온라인 송출로 넘겠다는 계산이다.

초기 반응이 뜨겁자 파마스퀘어는 확장 속도에 페달을 밟았다. 당초 시장 반응을 보며 천천히 확장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즉각 추가 출점 준비에 돌입했다. 취재 결과 2호점은 인천 청라, 3호점은 경기 김포한강신도시를 타깃으로 구체적 계획을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호점 청라점은 이르면 새해 2월 가오픈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하남 1호점이 주거 밀집 지역과 쇼핑몰 인근 ‘지역 거점’ 성격이라면, 청라 2호점은 인천공항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글로벌 관광객과 K-뷰티를 연결하는 ‘글로벌 거점’이다. 김포 3호점은 거대 신도시 배후 수요를 노린 ‘광역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약사 사회 견제와 유통 공룡 틈바구니 속 파마스퀘어 실험은 이제 막 닻을 올렸다. 가오픈 1주일 만에 2000명을 모은 저력과 하남을 넘어 청라·김포로 뻗어나가는 공격적 행보가 H&B 시장의 새 문법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업계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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