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연금술 [신간]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6. 1. 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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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귀성이 만든 시장의 왜곡
조지 소로스 지음/ 송이루 옮김/ 다산북스/ 3만8000원
“시장은 왜 반복해서 틀리는가.” 조지 소로스는 자산 시장이 합리적 균형으로 수렴한다는 전통적 경제학 가정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대신 그는 인간의 인식이 시장을 왜곡하는 구조, ‘재귀성 이론’을 제시한다.

재귀성 이론의 논리는 단순하다. 시장 참여자의 인식은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균형을 잃는다.

소로스는 이 개념을 철학적 사유에서 끌어왔다. 런던정경대학 시절 접한 칼 포퍼의 인식론이 출발점이다. 인간은 진리를 완전히 알 수 없고, 오류와 수정 속에서만 접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소로스는 ‘생각하는 참여자’라는 요소를 덧붙였다. 참여자의 해석과 판단이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순간, 객관적 법칙은 성립할 수 없단 것이다.

책 ‘금융의 연금술’은 재귀성이 실제 작동한 금융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신용 팽창 국면(호황기의 시작점)에는 자산 가격 상승이 낙관적 기대를 강화하고, 강화된 기대는 다시 대출 확대와 담보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인식이 현실을 밀어 올리고, 변형된 현실이 다시 인식을 왜곡하는 재귀적 고리가 형성된다. 시장은 균형을 잃고 점차 호황으로 나아간다. 반대로 방향이 바뀌면 같은 메커니즘이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침체 국면에서는 비관적 인식이 대출 회수와 자산 매각을 부추기고, 이는 담보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 가지 차이라면 호황은 서서히 축적된 결과지만, 붕괴는 급격히 찾아온다는 점이다. 소로스는 이 비대칭성 역시 재귀성의 핵심 사례로 본다.

소로스의 투자 전략 역시 재귀성 이론을 근거로 한다. 소로스는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시장의 ‘합의된 인식’을 읽는다.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다수가 무엇을 믿는가에 집중한다. 다만 그는 합의가 무너질 가능성도 대비한다.

소로스에게 오류는 제거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피할 수 없는 변수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오류를 인정하고 오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그는 “모든 시장에는 결함이 있다”는 가정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 전제 위에서 시장을 바라볼 때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2호 (2026.01.07~01.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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