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개그맨 허경환, '유퀴즈' 섭외에 고민한 속사정
[이준목 기자]
"유행어 만드는 레시피? 유행어란 둥둥 떠다니는 거다. 주변에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사람, 특이한 말투하는 사람, 이 사람들만 캐치해도 먹고 살 수 있다. 한번은 <개그콘서트> 특집을 위한 새로운 유행어를 만들어야 하는데, 진짜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결국 즉석에서 애드립으로 나온 게 "이자~뿌스요(잊어버렸어요)'였다.(웃음) 그냥 미친 척 하고 해야 한다. '안 웃으면 네가 이상한 사람이야' 라는 마음가짐으로 질러줘야 한다."
12월 31일 방송된 tvN<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는 개그맨 허경환이 출연하여 자신만의 생존비결과 유행어 레시피를 공개했다.
"마냥 웃기고 싶은 남자, 허경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허경환은 2026년으로 어느덧 데뷔 20년차의 베테랑이 됐다. 최근에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섭외는 물론 강연에 유튜브까지 도전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유퀴즈> 섭외를 받고 의외로 잠시 고민했다는 허경환은 "'유퀴즈'같은 대(大)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제가 큰 상을 받거나 이슈가 될만한 게 없어서 이르지 않나 싶었다"면서도 "혹시나 작가님이 끊을까봐 재빨리 '이르지만 하겠다'고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심지어 허경환의 매니저는 <유퀴즈> 섭외 연락을 받자마자 "혹시 MC 섭외냐"며 김칫국을 마시기도 했다고.
평소 '유행어 제조기'이자 재담꾼으로 유명한 허경환이지만, 막상 방송에서는 큰 웃음을 노리고 야심차게 투척한 무리수 멘트들이 불발탄으로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토크 경로가 예상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눈에 띄게 당황하여 불안해하는 허경환의 모습은 오히려 더욱 유쾌한 웃음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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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퀴즈 허경환 |
| ⓒ TVN |
허경환은 20대 시절 부산에서 잘생기고 입담도 좋은 이벤트 MC로 유명세를 얻으면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에는 서울로 상경하여 처음 도전한 토크 서바이벌 <톡킹 18금>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방송에 공식 데뷔했다. 당시 MC였던 신동엽은 함께 출연했던 허경환과 장도연의 남다른 재능을 눈여겨보고 개그맨 시험을 권유했다고.
"내가 과연 <개그콘서트>에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그때 유재석 선배가 '떨어지더라도 다시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낙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저도 수긍했다. 하지만 유재석 선배의 말 덕분에 오히려 개그맨 시험을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다행히 허경환이 개그맨 시험에 낙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007년, 허경환은 KBS 22기 개그맨 시험에 한번에 합격하며 꿈에 그리던 <개그콘서트>에 당당히 입성하게 된다. 당시 허경환이 시험에서 선보인 '경상도 남자' 시리즈는 실제 이별을 겪고 울음을 참던 친구의 모습을 흉내내는데서 유래한 사투리 성대모사 개그였다.
당시는 <개그콘서트>의 최전성기였다. 하지만 허경환은 초창기에는 <개콘>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신인 시절 첫 코너에서 NG를 무려 7번이나 내며 지금도 깨지지 않는 '<개콘> 역사상 최장시간 NG를 낸 개그맨'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일화도 있었다.
"무대에 아직 못서는 연수생이었는데 한달 반만에 기회가 왔다. 저를 좋게 보신 감독님께서 녹화 전날에 갑자기 연인 코너 하나를 짜오라고 하더라. 그런데 저는 20년차지만 지금도 오늘 짜서는 못올린다(웃음). 무대에 오르는 순간 긴장해서 '끝났다'는 느낌이 들더라. 땀이 위에서 밑으로 흐르는게 아니라 직진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5-6번 계속 NG를 내고 나니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간신히 무대를 마치고 혼이 빠진 얼굴로 내려온 허경환에게 누구도 쉽게 말을 건네지 못했다. 선배 김대희는 긴장감에 얼어버린 신인을 질책하지 않고 따뜻하게 격려했다.
"대기실을 지나가는데 다들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열어주고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날 여의도공원까지 걸어가면서 혼자 엄청나게 자책을 했다. 그런데 문득 '나 지금 연수 기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경환아, 너 아직 준비가 안되어있었을 뿐이잖아'라고 5분만에 나 자신과 합의점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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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퀴즈 허경환 |
| ⓒ TVN |
허경환은 개그맨 활동에 이어서 한때 닭가슴살 사업에 도전하여 사업가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동업자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허경환은 졸지에 빚더미에 오르면서 인생의 시련기가 찾아오게 된다.
"방송 일 한다고 알아서 잘해주겠지라고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 제가 꼼꼼하게 살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사건이라는 게 안 좋은 일이 점점 쌓이다가 끝까지 가서 빵 터지더라. 회사로 급하게 연락을 받아서 갔더니 돈을 받아야 하는 공장 분들이 다 앉아계셨다. 그때부터 27억에서 30억에 이르는 빚이 시작됐다. '바지사장은 싫으니까 내가 대표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날 이후로는 그냥 바지를 추천하겠다고 한다(웃음)."
다행히 허경환은 성실한 활동을 통하여 현재는 채무를 모두 갚는데 성공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허경환은 앞으로는 큰 욕심보다 꾸준히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항상 늦게 올라가도 좋지만 떨어지지 말자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잘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난 언제쯤 <유퀴즈>에 나갈수 있을까. 내가 나갈 때쯤 프로그램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유퀴즈>까지 나왔으니 앞으로는 자기 관리 잘하고, 떨어지지 않게 조금씩이라도 유지를 했으면 좋겠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허경환은 시청자들에게 특유의 유행어 메들리를 섞어 재치있는 새해 인사를 전했다.
"아쉽게도 2025년 많이 아쉬운 것들도 못한 것들도 있을 거다. 다행히도 2026년에는 또 어마어마한 기회가 있고 좋은 일이 생길 거다. 그러니 다들 행복하다치고, 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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