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 공존의 산물 ‘국립공원의 탄생’
세계 33 국립공원 여행
신용석 지음
수문출판사, 344쪽, 2만5000원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자 미국은 광활한 서부로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야생과 용맹한 인디언들의 땅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이주자들에 앞서 군대가, 또 그 앞에 탐험대원들이 앞장섰던 이유다. 현재 와이오밍주를 중심으로 몬태나주와 아이다호주에 걸쳐 있는 ‘옐로스톤 지역’의 경이로운 대자연을 접한 한 탐험대원은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개인이 소유하면 안 된다.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보호해야 한다.” 마침내 미국 정부는 1872년 이 지역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선포했다.
‘자연을 보호하면서 모든 사람이 즐기게 하자’는 정신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현재는 3200여곳의 ‘국립공원’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책은 이 중 33개국의 대표 국립공원과 명소들을 소개하는 인문기행서다. 어쩌면 ‘33’은 저자의 개인적 이력이 담긴 숫자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국립공원이 만들어진 1987년에 첫 레인저(현장직원)로 입사해 33년간 근무하고 퇴직했다. 제목에 들어간 ‘여행’에만 너무 현혹돼서는 안 된다. 저자가 직접 현장 답사한 내용과 여행에 필요한 안내가 포함돼 있지만 전 세계가 고민하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난제를 해결할 지혜도 나눌 수 있다.

독일은 국립공원 관리를 전적으로 자연에 맡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검은 숲’을 뜻하는 ‘슈바르츠발트’ 국립공원 지역은 19세기 중반 민둥산에 가문비나무와 전나무를 대대적으로 심어 키운 인공 조림지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작은 해충 침입으로 나무가 말라 죽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도 쓰러진 나무는 그대로 둔다. 자연 스스로 최선의 방법을 통해 부활하도록 맡기는 것이다. 스위스의 유일한 국립공원인 ‘스위스 국립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경관과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케이블카나 산악 철도 등을 포함해 일체의 인공시설이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반면, 일본의 국립공원 관리에는 ‘다목적 이용’이라는 원칙이 적용된다. 케이블카와 대규모 관광시설이 들어선 국립공원도 많다. 본래의 자연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에 중심을 두면서도 국민의 여가 보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부가적인 기능에도 눈을 돌리지 않는다. 정답은 없다.
모든 면에서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국립공원 관리 전략도 흥미롭게 읽힌다. 중국은 국립공원 측면에서도 미국을 앞지르겠다는 ‘굴기’ 정신이 팽배하다. 현재 중국은 5개의 국가공원(국립공원)과 5개의 예비 국가공원을 지정한 상태다. 2035년까지 중국 전체 면적의 10%에 이르는 지역에 50개의 국가공원을 지정할 계획이다. 국토 면적 대비 미국의 2.3%, 세계 평균 3.4%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책에는 전 세계 국립공원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외래종과의 싸움이나 아웃도어 회사 노스페이스의 창업주가 만든 ‘톰킨스 재단’의 기부로 만들어진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립공원 이야기도 소개된다.
저자는 전 세계 국립공원 관리의 트렌드를 ‘더 많은 국립공원과 보호지역을 지정하고, 그것들을 모두 연결해라’라는 말로 요약한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만 해도 지리산 면적의 19배나 넓지만 늑대와 들소 등 대형포유류가 안정적으로 살기에는 ‘너무’ 좁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 미국 정부는 주변의 다른 국립공원과 보호지역을 묶어서 옐로스톤 면적의 10배에 이르는 ‘그레이트 옐로스톤 생태계’를 지정, 공동관리하고 있다. 두만강 인근 국경 지역에 위치한 중국의 ‘둥베이 호랑이·표범 국가공원’과 러시아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도 연결돼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는 백두대간이라는 훌륭한 연결로가 있지만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척추 전체와 척추에서 갈라진 갈비뼈인 13개 정맥을 하나로 묶어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관련 기관의 합심과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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