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통역 쓰겠다” 책상 치던 로저스 쿠팡 대표, 처벌은 어렵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언성을 높이고 손으로 책상을 치는 등의 행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현행 법체계상 이에 대한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로저스 대표는 위증 혐의로도 고발이 예정돼있으나, 위증은 고의성이 증명돼야 하는 만큼 광범위한 수사가 뒷받침돼야 입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모욕죄’ 주장 나오지만 처벌 사례 드물어

국회법에 따르면 증인은 위원장의 절차 진행에 따라야 한다. 국회법 49조에서 위원장에게 의사진행권과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이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다. 국회증언감정법에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거나(12조) 국회를 모욕(13조) 혹은 위증한 경우(14조)에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 지시 불이행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로저스 대표는 이밖에도 손으로 책상을 치거나 ‘그만합시다(Enough)’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일단 출석한 이상 증언 태도를 이유로 처벌할 수는 없다.
이는 국회에서 “로저스 대표를 국회 모욕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회증언감정법 13조 1항은 “증인이 폭행·협박, 그 밖의 모욕적인 언행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 때”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실제로 국회 모욕 발언이 유죄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2022년 경제사회노동위 위원장이었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등 발언으로 고발됐으나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됐다.
위증은 ‘고의적 거짓말’ 입증돼야

위증 처벌을 위해서는 로저스 대표 등 쿠팡 경영진의 ‘인식’이 입증돼야 한다. 설령 객관적 사실과 다른 말을 했더라도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예를 들어 국정원에서 보낸 공문이나 보고에 관여한 실무자 등을 조사하면 허위 여부는 금방 드러날 것”이라며 “내심의 의사는 여러 객관적인 간접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여타 범죄에서도 고의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외부적인 정황을 근거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쿠팡과 국정원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국정원은 ‘업무 협의’는 있었지만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입장을 내고 “국정원법 직무조항 4조에 명시돼 있는 규정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쿠팡 측과 업무 협의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재걸 부사장의 발언에도 허위가 포함돼 있다고 보고 위증죄로 고발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로저스 대표 개인의 발언에 집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로저스 대표의 태도는 3300만개의 계정을 유출한 책임을 지고 나온 사람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고, 공분을 살 만하다”면서도 “불출석하고 있는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대신 출석한 로저스 대표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인 국회가 열을 올리는 건 격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안의 본질도 아니다”라고 했다. 과방위는 김 의장을 포함한 7명을 불출석·위증 등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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