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 “퇴직금 받은 근로자도 등재”...상설특검 수사

김성진 2026. 1. 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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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 김준호 씨가 지난해 12월 31일 관봉권·쿠팡 상설특검팀(특별검사 안권섭)에 출서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국회의원 등 1만6000여명이 등재돼 논란을 빚었던 이른바 ‘쿠팡 블랙리스트’에 퇴직금을 정산받은 근로자들도 수록해 관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리스트 공익 제보자 김준호씨는 CFS가 스스로 근로자들 ‘상근성’을 인정했던 근거라고 주장했다.

2024년 블랙리스트 내부 문건을 외부로 제보했던 김씨는 전날(지난해 12월 31일) 관봉권·쿠팡 상설특검팀(특별검사 안권섭)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중앙일보와 만나 “퇴직금을 받으려면 CFS 근로자들은 ‘지급이 늦어도 이의제기하지 않겠다’ ‘지연손해금이나 이자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사직서를 작성해야 했고, 이후엔 블랙리스트에 등재돼 관리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상설특검은 김씨를 다시 불러 이런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다.


문지석 검사 눈물 호소, 상설특검 재수사로


CFS는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상설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종전에는 주 15시간 근무를 채우지 못해도 미달 기간을 뺀 총 근로기간이 1년을 넘으면 퇴직금을 지급했지만, 변경 후엔 15시간 근무를 채우지 못할 시 이전까지 근무를 무효로 하고 출근 1일 차로 ‘리셋’했다. 근로자에 불리한 내용이었으나 CFS는 2017년 대법원이 정한 ▶변경 사항 공고 ▶충분한 설명 ▶근로자 회의 개최 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퇴직금을 못 받게 된 일부 근로자들은 2023년 11월 CFS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해 4월 사건을 무혐의·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수사 책임자였던 문지석 검사(현 광주지검 부장검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눈물 흘리며 상급자였던 엄희준 지청장(현 광주고검 검사), 김동희 차장검사(현 부산고검 검사) 등이 무혐의 처분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상설특검이 출범해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다.

문지석 검사(현 광주지검 부장검사)가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눈물 흘리며 쿠팡CFS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검찰 지휘부가 불기소 처분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뉴스1


부천지청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던 핵심 근거는 ‘근로 성격’이었다. 고소인들이 일(日) 단위로 채용되고, 근무일 익일에 급여가 지급됨으로써 근로관계가 하루 만에 종료되는 점을 고려할 때 순수 일용직에 해당하고, 퇴직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문 검사는 CFS의 취업규칙 변경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이고, 종전 취업규칙에 따라 고소인들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CFS는 2018년 외부 법률 자문으로 근로자들에 퇴직금 수령 자격이 있단 사실을 알았고, 근로자들에 퇴직금을 미지급하려는 ‘고의’로 취업규칙을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관리, 상근성 인정 근거”


블랙리스트 제보자 김씨도 CFS가 퇴직금을 수령하려는 근로자에게 통상 정규직, 계약직이 작성하는 사직서 제출을 요구한 점과 이후 블랙리스트로 관리한 점을 감안하면 “CFS도 근로자들을 순수 일용직으로 보지 않고 상근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CFS는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근로자들을 향후 6개월간 채용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관리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23, 24, 29일 쿠팡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엄성환 전 CFS 대표이사를 퇴직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기재했다고 전해졌다. 특검팀은 김씨도 오는 2~4일 중 추가 조사해 블랙리스트 관리와 일용직 채용, 퇴직금 지급 과정에 관해 질의할 계획이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이사가 취업규칙을 고치고 미지급된 퇴직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근로자에 불리한 사직서를 강요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모든 계약서는 고용노동부에 의해 여러 차례 검토된 것으로 안다”면서도 “해당 부서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kim.seong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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