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재창조하는 ‘K-관광’ 시대 [이재환 박사의 K-컬처 & 관광 이야기]

김성일 2026. 1. 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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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K-POP 페스티벌.

지금의 호황은 K-컬처라는 콘텐츠의 힘일 뿐, 관광 시스템의 경쟁력이라고 말하기에는 불안하다.

K-컬처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는가.

K-컬처 팬을 관광객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만들고, 1회성 방문을 10년짜리 관계로 키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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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K-POP 페스티벌. 7만 관중 가운데 40%가 일본, 태국, 미국에서 온 팬들이다. 공연 전날 밤, 한 태국인 팬은 ChatGPT를 통해 BTS RM이 즐겨 찾는 서점 근처의 비건 레스토랑을 알아봤고, 30초 만에 성수동 하루 여행 루트를 받았다. 이는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한국 관광의 변화상이다. 

최근 이어지는 인바운드 관광 수치만 보면 호황이다. 명동과 홍대 거리는 외국인으로 넘치고, K-컬처 투어는 지방 소도시까지 뻗어 나간다. 그러나 현장의 감각은 다르다. 지금의 호황은 K-컬처라는 콘텐츠의 힘일 뿐, 관광 시스템의 경쟁력이라고 말하기에는 불안하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K-컬처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는가.

현재 한국 관광의 중심축은 명확하다. AI와 K-컬처의 결합이다. 하지만 논의의 대부분이 기술 그 자체에 머물러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K-컬처라는 경험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다.

일본의 스타트업이 만든 여행 앱에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연동하면, 극중 윤세리가 북한으로 불시착하던 산속 풍경을 담은 강원도 정선 일대와 리정혁을 처음 만난 배경이 된 제주 아라숲길과 치유의숲, ‘불시착 성지’로 불리는 충주 비내섬까지 주요 촬영지를 따라가는 코스가 자동으로 설계된다.

나아가 AI는 장면마다 등장하는 시간대의 빛과 계절, 실제 명소의 일몰 시각, 야간 조명 정보를 계산해 팬들이 드라마 속 인물이 된 것처럼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방문 순서와 시간을 추천해준다.

과거의 관광은 ‘BTS 관련 명소 5곳’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제 AI 기반 여행은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하루의 이야기를 기획한다. 연습생 시절 흔적, 곡이 만들어진 계절의 분위기, 팬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장소 등을 하나의 서사로 엮는다. AI는 단순 추천 엔진이 아닌 K-컬처를 여행 언어로 번역하는 도구가 된다.

이 지점에서 관광의 뉴 노멀이 시작된다. 첫째, 관광 경쟁은 ‘가격’이 아니라 ‘경험 설계 능력’의 게임으로 이동했다. 명소 10곳을 추천하는 것과 그 장소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구글맵이 하지만, 후자는 한국만이 할 수 있다.

둘째, 관광객 수 중심의 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 중요한 건 누가 와서 얼마나 깊이 경험하고 다시 돌아오는가 하는 것이다. K-POP 팬 100만 명은 단순 관광객 500만 명보다 가치가 있다. 그들은 소비하고, 공유하고, 재방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공공의 역할은 홍보가 아니라 판을 까는 것이다. 민간이 접근할 수 없는 촬영지 정보, 아티스트 동선, 팬덤 분석 등 K-컬처 데이터를 개방하고, 스타트업이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플랫폼이 가질 수 없는 하이퍼로컬 데이터가 우리의 무기다.

민간의 역할은 상품화와 확장이다. K-컬처 팬을 관광객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만들고, 1회성 방문을 10년짜리 관계로 키우는 일. 이는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다.

K-컬처는 이미 세계 최정상급 콘텐츠다. 문제는 관광이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AI라는 도구와 K-컬처라는 원석은 이미 우리 손 안에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 진짜 싸움은 ‘누가 이야기를 소유하느냐’는 데서 벌어진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그것을 ‘관광 산업’으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어지는 칼럼에서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이재환 박사 약력]
현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 
현 고양시 문화재단 선임직이사
현 강남구 관광진흥자문위원회 위원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전 경기도청 도지사 경제특별보죄관
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전 사단법인 한국창업진흥협회 초대 회장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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