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한두 번 값인데…19세 한 번만 주는 '청년문화예술패스' [D:이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24년 시범 도입한 '청년 문화예술패스'가 2026년부터는 대상 연령을 19세에서 19·20세로 넓히고 공연·전시 중심이던 사용처를 영화·도서 등으로 확대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에게 문화 경험을 지원해 평생의 문화 향유 습관을 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상 나이와 지원 규모를 따져보면 '청년' 정책이라 부르기에는 폭이 지나치게 좁고 실제로는 생애 한 번 제공되는 이벤트성 지원에 그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2025년 12월 31일 문체부에서 발간한 '청년 문화예술패스 제도 운영방안 연구'에 따르면 청년 문화예술패스는 '문화예술진흥법'과 '청년기본법'을 근거로 2024년 3월 28일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대상은 소득과 무관하게 국내 거주 2005년생(만 19세) 청년 약 43만명으로, 이 가운데 선착순 16만명을 뽑아 1인당 최대 15만원 상당의 공연·전시 관람 포인트를 지급했다.
문체부는 대상 연령을 19세 단일 연령으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으로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시점인 19세에 순수문화예술 경험을 제공해 문화자본을 쌓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의 유사 제도들이 대학 입학 전후인 만 18세 단일 연령을 택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프랑스는 2021년부터 '패스 퀴뤼튀르'(Pass Culture)를 시행해 만 18세 청년에게 공연·전시·도서·악기 레슨 등에 쓸 수 있는 문화 바우처를 지급해 왔다. 처음에는 18세 1인당 300유로를 앱으로 지급했지만, 예산 부담과 효과 논란이 겹치면서 2025년 3월 1일부터 개인 한도를 150유로로 줄였다. 대신 15~17세 청소년에게는 학교를 통해 별도의 집단 프로그램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스페인은 2022년 '보노 문화르 호벤'(Bono Cultural Joven)을 도입해 만 18세 청년에게 1회 400유로의 문화 바우처를 준다. 이 가운데 200유로는 공연·박물관·페스티벌 같은 라이브 문화예술, 100유로는 도서·만화·음반 등 문화상품, 나머지 100유로는 스트리밍·디지털 콘텐츠 결제에 쓰도록 용도가 나뉜다.
이탈리아는 2016년 18세 전원에게 500유로를 주던 '18app'에서 2024년부터 '카르타 퀴리투라 조반니'(Carta Cultura Giovani)로 제도를 개편했다. 새 제도는 가구 소득 지표(ISEE)가 3만 5000유로 이하인 18세 청년에게만 500유로 상당의 문화카드를 지급하는 구조로, 책·공연·영화·박물관 관람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지원 규모는 크지만, 경제적 형편에 따라 대상자를 걸러 소득 하위 청년 위주로 지원한다.
세 나라 모두 18세 전후 특정 연령대에 문화 지출에만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일회성 개념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청년문화예술패스와 비슷하다. 다만 프랑스·스페인은 15~17세까지 학교·가정 형편을 고려해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지원하고 1인당 금액도 150~500유로(한화 약 22만~74만원) 수준으로 한국보다 예산이다 크게 잡혀있다.
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 측은 "초기 설계 단계에서 문체부와 아르코는 19세부터 20대 초반까지 연속 지원을 검토했지만 예산 제약과 '특정 연령대에만 혜택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국회의 우려로 생애 1회 지원 원칙이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법률상 청년의 범위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만 19~34세로 정의하고 있다. 그 안에서 청년 문화예술패스는 19세(2026년부터는 19·20세)를 대상으로 생애 한 번 지원하는 구조다. 사실상 청년기본법이 정의한 16년의 청년기 가운데 1~2년, 그것도 최대 30%만이 혜택을 받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 패스 사업에 예산을 더 지원하는 모양새다. '서울청년문화패스'를 통해 서울 거주 20~23세 청년 가운데 중위소득 150% 이하(재지원자는 120% 이하)를 선발해 1인당 연 20만원의 공연·전시 관람권을 지급한다. 이 사업은 2024년부터 생애 1회 제한을 없애고 재신청을 허용해 중장기 지원에 무게를 뒀다. 물론 정부의 패스 사업은 소득 조건 없이 해당 연령대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령대를 점진적으로 확대해갈 필요성이 느껴진다.
지원금액도 현재의 문화 산업 흐름과 약간은 동떨어졌다. 15만원은 적지 않은 돈처럼 보이지만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집계한 2025년 3분기 기준 국내 공연(연극·뮤지컬·클래식·대중음악 등) 유료 예매 1매당 평균 티켓 가격은 7만1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 안팎 상승했다.
청년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케이팝(K-POP) 콘서트의 체감 가격은 이보다 더 높다. 2025년 10월 열렸던 그룹 엔하이픈의 '엔하이픈 월드 투어 '워크 더 라인' : 파이널'(ENHYPEN WORLD TOUR 'WALK THE LINE' : FINAL'은 사운드 체크석 22만원, 밋앤그릿석 25만 3000원, 일반석은 16만 5000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밋앤그릿석은 27% 상승했고 사운드 체크석과 일반석도 11% 상승했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이 공연은 일반석에서 보면 시야가 멀어져 잘 보이지 않음에도 15만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겨울 갈 수 있으며 그마저도 패스만으로는 갈 수 없다.
문체부 연구진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15만원으로도 양질의 순수문화예술 공연·전시를 한두 차례 관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9개월~1년 동안 문화향유 만족도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최근 몇 년 사이 정치권과 온라인 여론에서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현금성 지원을 두고 '과도한 혜택'이라는 논란이 반복돼 왔다. 취업 준비생·사회초년생에게 주거·교통·생활비를 지원하는 정책이 '일할 동기를 떨어뜨린다'거나 '다른 세대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문화 향유 비용으로 최대 15만원을 준다고 사회생활 의지가 떨어질까라고 생각해본다면 그렇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OTT나 유튜브 등 온라인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에게 극장·공연장·서점 같은 오프라인 공간을 경험할 '첫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에 방점을 찍어 보면 분명 의미 있는 사업이다. 관람 당일 주변 식당·카페 이용과 이동, 추가 구매 등까지 포함하면 문화예술패스 한 번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지원액 이상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정작 문제는 이런 지원이 청년기의 문화 경험을 두텁게 쌓아가는 출발점이 아니라, 한 번 쓰고 끝나는 이벤트성 정책에 머물고 있다는 데 있다. 청년기 전체를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보고 대상 연령과 지원 규모를 다시 설계하는 중장기적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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