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화장실 냄새가 싹 사라졌어”…배관 하나 바꿨을 뿐인데

이걸 막으려고 건설사들은 그동안 배수관 옆에 공기가 드나드는 통기배관을 하나 더 달았다. 파이프가 두 개 들어가니 자재비가 늘고 설치 공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그런데 파이프 하나로 물과 공기를 동시에 해결해 공사비를 20%나 깎아주는 기술이 등장했다. 새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배관 전문 기업 PPI파이프가 개발한 ‘에어드레인 무통기 시스템’ 이야기다.

성능은 수치로 증명된다. 기존 방식보다 물 빠짐 속도가 2배 빨라졌다. 초당 3리터 배수되던 게 6리터까지 거뜬하다. 소음이 줄고 악취가 차단되는 건 덤이다.
하지만 보수적인 건설업계가 기술 설명서만 보고 지갑을 열 리 없다. “진짜 되는지 보여달라”는 요구에 PPI파이프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기후환경센터아파트에 20층 높이인 60m짜리 배수시험타워를 직접 지어버린 것이다. 국내 최초다. 유럽이나 일본 선진국에서나 하던 실증 실험을 중소기업이 자비로 해냈다.
이곳에서 국가공인 시험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함께 수천번 물을 내리며 데이터를 뽑았다. 초고층 건물에서 물을 한꺼번에 내릴 때 배관이 얼마나 버티는지 눈으로 보여줬다. 결과는 합격점. 배수할 때 배관 내 압력 변화가 기준치인 ±400pa(파스칼·압력의 단위) 이내로 안정적이었다.
건설사 입장에서 이 기술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넘어 ‘돈 버는 기술’이다. 통기배관 하나를 없앴을 뿐인데 배관 자재비와 시공비가 줄어 전체 공사비가 20% 이상 절감된다. 배관이 지나가는 구멍을 메우는 내화충전 작업도 줄어 공사 기간이 단축된다.
입주민에게도 이득이다. 배관이 차지하던 벽 속 공간(PD)이 줄어드니 그만큼 실내 전용 면적이나 수납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유지보수도 편해진다. 배관 구조가 단순해 하자가 생길 확률이 낮고, 문제가 생겨도 원인 파악이 쉽다. 악취 민원이 줄어드는 건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가치다.
남들이 하수구 파이프라고 무심코 지나칠 때 PPI파이프는 60m 타워를 세우고 물길을 연구했다. 그 집요함이 아파트 악취를 잡고 건설 원가까지 낮추는 신기방기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기술 하나가 주거 환경과 건설 현장의 셈법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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