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검사" 깡패들 떨었다…김태촌 잡은 '조폭 저승사자' 별세

‘조폭 잡는 검사’로 이름을 알린 조승식 전 대검찰청 강력부장이 30일 오전 3시 2분께 별세했다. 향년 73세. 유족은 31일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충남 홍성 출신인 고인은 대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19회)에 합격했다. 1979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대구·수원지검 강력부장, 대검찰청 강력부장과 마약·조직범죄부장, 형사부장 등을 역임하고 2008년 퇴직했다.
고인은 1981년 전주지검 군산지청 근무를 계기로 조직폭력 범죄 수사에 본격 투신했다. 이후 2003년 천안지청장 재직 시까지, 초임 시절과 검사장 승진 이후를 제외한 대부분의 검사 생활을 조폭 범죄 수사에 바쳤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력과 일화를 두고 대표적인 ‘강력통’ 검사로 평가받았다. 전주·부산 등 주요 근무지마다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하며 조폭들 사이에서는 ‘해방 이후 가장 악질적인 검사’로 불릴 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다.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와 부산 칠성파 두목 이강환씨 등 이른바 ‘전국구 조폭’들도 모두 고인 수사로 검거됐다.
특히 1990년 5월 서울지검 강력부 근무 당시, 실탄을 장전한 권총을 차고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 사우나에서 김태촌씨를 직접 검거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고인은 당시를 두고 “경찰이 총을 쏘면 과잉 대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내가 직접 현장 상황을 판단해 총을 쏠지 말지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 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8년 퇴직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은 ‘조폭에게 의리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동안 멋있는 조폭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제대로 남자다운 사람은 보지 못했다”며 “평소에는 신사인 척하지만 금전적 이권이 걸리면 본성이 드러난다. 공짜로 돈을 벌기 때문에 씀씀이도 크다”고 말했다.
조폭 수사에 매달린 이유에 대해서는 “사명감이 가장 컸고, 14년간 암 투병 끝에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걱정을 잊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고 했다.
고인은 2023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검사 시절을 “사건만 보고 살았던 시절”로 회고했다. 그는 “깡패들은 수사를 받으면 검사의 약점을 캐내려 한다”며 “수사에 방해가 될까 봐 종친회에는 나가지 않았고, 동창회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한 번도 휘둘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고인은 조직범죄의 위험성에 대해 “조폭이 파편화됐다고 하지만 언제든 집단을 동원할 수 있다”며 “먹고살기 위해 경제범죄로 옮겨갔다고 해도 폭력이 빠질 수는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발톱을 드러내 사람들을 해치는 존재”라고 경고했다. 이어 “숨어들수록 찾아내 적발해야 하고, 애초에 폭력조직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검도 6단의 유단자였으며, 색소폰 연주와 볼룸댄스에도 조예가 깊었다. ‘조직범죄수사기법’ 논문을 남겼고, 근정포장(1989)과 홍조근정훈장(2002)을 수훈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월 2일 오전 6시이며, 장지는 충남 홍성군 장곡면 천태리 선영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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