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속 청년도약계좌 해지 고민하는 청년들 [취재진담]

김태은 2025. 12. 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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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각종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글이다.

고환율 국면이 길어지면서 청년도약계좌 이탈을 고민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미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5명 중 1명은 중도해지했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였던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청년이 5년간 매월 40만~70만원을 납입하면 만기 기준 최대 5000만원(연 최대 9% 수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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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약계좌 홍보물. 연합뉴스 제공

“달러 환율 미쳤는데 청년도약계좌 해지하고 달러를 사야 할까요?”

요즘 각종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글이다. 고환율 국면이 길어지면서 청년도약계좌 이탈을 고민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금융상품 이탈 현상이 아니다. 원화로 자산을 묶어두는 것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신호다. 

이미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5명 중 1명은 중도해지했다. 전체 중도해지자는 44만3000명에 달하는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20만9000명이 올해 1~10월 사이 계좌를 해지했다. 특히 10월 한 달 동안 해지자는 3만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3000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탈 흐름을 단순히 상품 경쟁력 약화로만 보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였던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청년이 5년간 매월 40만~70만원을 납입하면 만기 기준 최대 5000만원(연 최대 9% 수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금리나 정부 기여금만 놓고 보면 여전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그럼에도 등을 돌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면서 청년들은 높은 금리보다 자산 가치 하락을 더 큰 위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화로 자산을 장기간 묶어두는 구조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최근 환율은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 개입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 개입 직전인 지난 23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483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정부가 고환율 방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 외화예금 잔액이 다시 늘고 있는 점은 상징적이다. 시장 전반에서 달러 강세를 예상하며 자금을 옮기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 경제적 완충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청년들이 원화로 자산을 장기간 묶어두는 선택은 더욱 부담스러운 선택지로 느껴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 6월부터 청년도약계좌를 ‘청년미래적금’으로 개편해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청년이 월 최대 50만원을 3년간 저축하면 정부기여금(일반형 6%, 우대형 12%)을 더해 만기 시 2000만원 이상의 목돈을 쥘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목돈 마련’보다 ‘가치 보존’이 우선순위가 된 상황에서 이름만 바꾼 정책 상품이 청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정책 상품으로 자산 형성에 나서기 위해서는 원화 자산을 믿어도 된다는 확신이 먼저 필요하다. 단기적 개입을 넘어 원화 가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신호가 필요하다. 원화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아무리 매력적인 정책 상품도 ‘빈 껍데기’일 뿐이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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