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다녀 행복하다는 어르신... 그 꿈이 깨졌습니다
[정호갑 기자]
37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였지만 '교육의 본질이 무엇이냐?'라는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답하라고 하면 나는 '교육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재직 중에, 늘 현실에 얽매여 아이들에게 내일의 희망을 말하지 못한 자책감을 가지고 퇴임했다. 퇴직 후, 인연이 전혀 없는 김천 증산면이라는 산골로 들어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곳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교육과 마주했다. 여기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는 어르신을 만났다.
지난해(2024년) 어느 날, 이웃 어르신이 증산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고 슬며시 말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도전과 용기에 마음을 다하여 응원했다. 학교 가기 위해 준비하고, 학교에서 배우고, 함께 배운 것을 이야기 나누는 것이 너무 재밌다고 한다.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마을 주민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르신을 생각하는 마음에, 교육과정에 변화를 조금 주면 어떨지 여쭤보았다. 음악 시간에는 동요보다는 트로트를 부르는 것이 어떠냐고.
정색하며 이렇게 답하신다. 트로트는 언제, 어디서나 부를 수 있는 노래이고, 어린 시절 불러보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였던 동요를 배우고 부르는 게 너무 좋다고, 동요를 부르면 마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 이제 나도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하다고.
가슴을 울린다. 이어지는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학교를 보내주지 않았던 아버지, 어머니보다 이제 학교 다닐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교장 선생님이 더 고맙다. 이제 학교에 왔으니, 저승에라도 당당히 갈 수 있겠다."
배우지 못한 피 맺힌 한을 가슴에 꾹꾹 눌러두고 살아온 어르신들의 한의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너무 아프다.
어르신들의 한을 풀어준 학교가 고마웠다. 어르신들의 입학을 허락하여 준 교장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를 추진한 마을 어르신들에게 경외감이 들었다. 어르신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이 바람결에 전해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하지만 이것도 올해까지, 내년에 증산초등학교는 분교장으로 개편한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이다. 어르신 학생들은 정규 학생으로 인정되지만, 학생 수 산정에선 제외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때문에 분교장으로 개편되면, 경북교육청 측은 어르신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르신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에 왜 걸림돌이 생겨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어르신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헌법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분명히 적혀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3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육기본법 제8조, 제1항 의무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한다. 제2항 모든 국민은 제1항에 따른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학령 나이가 지났다고 해서 국민의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령초과자는 초·중등교육법 제13조의 취학의무 대상자는 아니지만, 여전히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권리가 있는 의무교육 대상자이다. 헌법과 법률에 교육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규정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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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5월 27일 열린 증산초등학교 입학식. 관계 기관에서 많은 분이 입학식에 참여하여 축하하여 주었다. |
| ⓒ 증산초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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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상북도교육청 홈페이지의 2025년 교육통계조사 각급학교 일람표(4.1. 기준) 증산초등학교의 학급수는 3학급이며, 학생 수는 22명이다. |
| ⓒ 경상북도교육청 |
*적극 추진: 분교장 개편 기준에 해당하며 학생 수 5명 이하 학교.
*그 외 학생 수 추이 등 교육 환경을 고려한 분교장으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학교.
- 경상북도교육청, '2025년도 적정규모 학교 육성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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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산초등학교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학교 현황(2025.12.30.) |
| ⓒ 증산초등학교 |
그런데 경상북도교육청은 증산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7명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학령초과자 15명은 제외한다고 한다. 그 근거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1조 5항을 제시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1조 (학급 수·학생 수)
학교의 학급수 및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감이 정한다. 이 경우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학생 수에 포함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유급생
2. 제82조 제3항 제2호 및 제3호에 해당하는 자
3. 재입학·전학 또는 편입학하는 자
4.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국가유공자의 자녀
5. 기타 지역 실정에 따라 교육감이 정하는 자
하지만 제51조의 입법 취지는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초과하는 학급에도 들어갈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여, 북한이탈주민과 국가유공자의 자녀 등을 우대 또는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제51조는 학급당 학생 수의 기준을 초과해도 학급에도 들어갈 수 있는 혜택을 줄 학생을 정하는 수혜적 재량권이다.
헌법과 법률에서 '너는 학생'이고, '너는 학생이 아니다'라는 학생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교육감에게 부여하지 않았다.
경상북도교육청에서는 증산초등학교를 분교장으로 개편하고, 어르신들에게 평생교육(희망학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한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초등학교 학력 인정이 아니다.
먹고살기도 어려웠던 시절, 당시에는 초등학교에도 등록금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 다니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에 그저 부러움과 원망으로 보낸 어린 시절의 맺힌 한을 지금이라도 풀어 보고 싶으신 것이다.
경상북도교육청은 이러한 어르신의 소박한 꿈을 외면하고 있다. 경상북도교육청은 '경상북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하였으며, 해당 조례안은 2025년 12월 10일에 도의회에서 가결되어 2026년 3월 1일 자로 증산초등학교를 분교장으로 개편시키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증산초등학교 학령초과자 대표는 마지막으로 법에 하소연하기 위해 지난 12월 29일 김천경찰서에 경상북도교육청 교육감, 전, 현 김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로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증산초등학교 학령초과자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경북 김천시 증산면에는 어르신들의 배우지 못한 한을 풀어주고, 행복으로 이어준 증산초등학교가 있었다.
교육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희망으로 한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교육의 효과가 있을까? 증산초등학교에서 이것을 지켜봤다. 15명의 어르신이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행복 바이러스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낯선 이곳으로 이주해 온 내가 마치 선견지명이라도 있는 듯 자부심에 빠지기도 했다.
잠시 꿈꿨던 적도 있었다. 증산초등학교 어르신들의 행복함이 선례가 되어 전국 아니 세계로 확대되어 케이 교육(K-EDUCATION)의 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이러한 꿈은 37년 교사로 퇴임하여 산골에 묻혀 있는 전직 교사의 한낱 헛된 꿈에 불과한 것일까? 교육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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