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후 '수렴청정' 현장 그대로…10년만에 다시 연 자금성 양심전 가보니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고궁박물원(자금성)의 양심전(養心殿)의 동난각(東暖閣) 내부 전경. 이 곳에서 서태후가 동치·광서 황제를 상대로 커튼 뒤에서 국정에 간여한 ‘수렴청정(垂簾聽政)’이 이뤄졌다. 고궁박물원 측은 약 10년에 걸친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마친 뒤 지난 26일 일반에 재개방했다. 신경진 특파원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고궁박물원(자금성)의 양심전(養心殿)의 동난각(東暖閣) 내부 전경. 이 곳에서 서태후가 동치·광서 황제를 상대로 커튼 뒤에서 국정에 간여한 ‘수렴청정(垂簾聽政)’이 이뤄졌다. 고궁박물원 측은 약 10년에 걸친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마친 뒤 지난 26일 일반에 재개방했다. 신화통신

“여기가 자희(慈禧·서태후)가 황제 뒤에서 정치를 주도하던 현장이란다.”
지난 27일 오전 베이징 자금성 양심전(養心殿)의 동쪽 동난각(東暖閣)에서 한 관람객이 딸에게 말했다. 2015년 복원을 시작한 뒤 10년 만인 지난 25일 다시 문을 연 양심전은 주말을 맞아 찾아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사진애호가 양(楊)씨는 연신 셔터를 누르며 황제와 황태후를 가른 여덟 폭 노란색 가림막을 찍었다. 재개장 뉴스를 보고 예약해 문을 열자마자 달려왔다고 했다. 양심전 안내판에는 “동난각은 서쪽을 향해 앞뒤로 두 개의 보좌(寶座)를 놓고 가운데를 황색 비단 커튼으로 가렸다. 청 말에 두 명의 황태후(慈安·慈禧)가 수렴청정을 펼친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자금성 내에 있는 양심전은 청 중기 이후 여덟 명의 황제가 집무실 및 숙소로 사용한 제국 권력의 심장이었다. 옹정제는 즉위 직후 아버지 강희제의 건청궁을 버리고 이곳을 집무실로 택했다. 서난각(西暖閣)의 근정친현전(勤政親賢殿)에는 옹정제의 친필 편액이 걸려 있었다. 당 태종의 책사 장온고(張蘊古)가 바친 문장 대보잠(大寶箴)의 한 구절을 개작한 “천하가 다스려지고 다스려지지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惟以一人治天下), 이 한 몸을 위해 천하를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리(豈爲天下奉一人)”라는 대련이다. 양심전에 걸려있는 서예 작품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관객은 삼희당(三希堂)으로 몰렸다. 건륭제가 책과 서화를 감상하던 작은 공간이다. 안내원은 “새치기 말라”며 끼어드는 관람객과 실랑이를 했다. 사진을 한장이라도 더 찍으며 꼼짝 않는 관객을 향해 뒷줄의 관람객들은 연신 “빨리빨리”를 외쳤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삼희당(三希堂)은 양심전의 서난각(西暖閣)에 자리한 서재다. 원래 건륭제의 서재로 온실(溫室)로 불렸다. 건륭 연간에 수집한 세 점의 진귀한 서예 작품을 이곳에 보관하고 감상했다. 세 작품은 왕희지(王羲之)의 쾌설시청첩(快雪時晴帖), 왕헌지(王獻之)의 중추첩(中秋帖), 왕순(王珣)의 백원첩(伯遠帖)을 말한다. 삼희는 또 “선비는 현인을, 현인은 성인을, 성인은 하늘을 희구한다(士希賢 賢希聖 聖希天)”는 수양의 격언을 담고 있다. 벽에는 도자기 꽃병 13개의 벽병(壁甁)이 걸려 있다. 신경진 특파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삼희당(三希堂)은 양심전의 서난각(西暖閣)에 자리한 서재다. 원래 건륭제의 서재로 온실(溫室)로 불렸다. 건륭 연간에 수집한 세 점의 진귀한 서예 작품을 이곳에 보관하고 감상했다. 세 작품은 왕희지(王羲之)의 쾌설시청첩(快雪時晴帖), 왕헌지(王獻之)의 중추첩(中秋帖), 왕순(王珣)의 백원첩(伯遠帖)을 말한다. 삼희는 또 “선비는 현인을, 현인은 성인을, 성인은 하늘을 희구한다(士希賢 賢希聖 聖希天)”는 수양의 격언을 담고 있다. 벽에는 도자기 꽃병 13개의 벽병(壁甁)이 걸려 있다. 신경진 특파원

황제의 서재는 크지 않았다. 광적인 문물 수집가였던 건륭은 동진 시대의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의 ‘쾌설시청첩(快雪時晴帖)’, 그의 아들 왕헌지(王獻之)의 초서 명작 ‘중추첩(中秋帖)’에 이어 왕순(王珣)의 ‘백원첩(伯遠帖)’까지 얻자 “세 가지 귀한 보물이 있는 집”이라며 삼희당을 조성했다.

삼희는 “선비는 현인을, 현인은 성인을, 성인은 하늘을 희구한다(士希賢 賢希聖 聖希天)”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다만 고궁박물원이 편찬한 『자금성(紫禁城)100』(2015)은 과학적인 고증에 따르면 건륭의 쾌설시청첩과 중추첩 두 작품은 진품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세 가지 즐거움’이 아닌 실은 ‘하나의 즐거움(一希)’에 불과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고궁박물원(자금성)의 양심전(養心殿)에 관람객들이 10년만의 재개장을 맞아 줄을 서며 관람하고 있다. 8명의 황제가 집무한 이 곳에서 서태후는 동치·광서 황제를 상대로 커튼 뒤에서 국정에 간여한 ‘수렴청정(垂簾聽政)’을 펼쳤다. 신경진 특파원

지난 27일에 찍은 양심전(養心殿) 서난각(西暖閣)의 근정친현(勤政親賢)전 전경이다. 서난각은 강희제가 서양에서 전래한 지식을 학습하던 장소였다. 옹정제가 집무실로 개조한 뒤 정무를 이곳에서 처리했다. 정무에 힘쓰고 어진 이를 가까이 한다는 현판 좌우로 당나라 장온고(張蘊古)의 문장 대보잠(大寶箴)의 한 구절을 옹정이 개작한 “천하가 다스려지고 다스려지지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惟以一人治天下) 이 한몸을 위해 천하를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리(豈爲天下奉一人)” 친필 대련이 걸려 있다. 옹정이 황제에 즉위한 원년(1722년)에 쓴 글로 전해진다. 신경진 특파원

자오펑(趙鵬) 고궁박물원 고건축부 주임은 “양심전 복원 사업은 고궁박물원 최초로 철저한 사전 연구를 바탕으로 모든 복원 및 보존 작업을 진행했다”고 인민일보에 말했다. 고건축부 주도로 목재, 채화, 장식, 도배팀 등 14개 복원팀 100여명이 넘는 전문가가 복원작업에 참여했다고 자오 주임은 소개했다.

지난 27일에 양심전(養心殿) 전시실에 근정친현(勤政親賢)전에 걸린 편액과 대련의 내용을 전시했다. 당태종의 치세인 정관 2년(628) 장온고(張蘊古)가 올린 대보잠(大寶箴)의 한 구절을 건륭제가 필사했다. 옹정은 문장을 고쳐 “천하가 다스려지고 다스려지지 않고는 나 하나의 책임(惟以一人治天下) 이 한몸을 위해 천하를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으리(豈爲天下奉一人)” 친필 대련을 집무실에 걸었다. 왼쪽은 임금 옹정황제의 인장 ‘위군난(爲君難)’. 신경진 특파원

양심전은 획일적으로 복원하지 않았다. 방마다 역사적으로 가장 특징적인 시점을 되살렸다. 원밍(文明) 궁정역사부 부주임은 “정전은 옹정시대 조정 회의가 열리던 모습을, 서난각은 옹정과 건륭 시기를, 삼희당은 건륭 시기, 동난각은 황제가 새해 첫날 덕담을 쓰던 ‘명창개필(明窓開筆)’의 현장이 아닌 청나라 말기의 수렴청정의 장소로 되살렸다”고 소개했다.

양심전은 지난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안내해 함께 차를 마시며 환담했던 곳으로도 전해진다. “큰 눈이 내리더니 때마침 맑아졌다(快雪時晴)”라는 왕희지의 서예 작품을 소재로 두 나라의 공존을 제안했다고 알려진다.

자금성 측은 관객이 쇄도하자 입장을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고궁박물원은 28일 공식 SNS를 통해 “양심전은 공간이 좁아 안전을 위해 현장 상황에 따라 입장 제한 조처를 하겠다”며 “오전 예약 관람객은 양심전을 먼저 방문하고 다른 곳을 관람하기를 권장한다”고 제안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