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국방·국무 '성과보고서' 살펴보니…'한반도' 또 사라졌다
미국의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는 국방부와 국무부가 지난 29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년 성과 보고서’에서 한국과의 동맹 외교는 물론 북핵 대응 등 한반도 관련 사안이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해 외교·안보와 국방 정책의 목표와 지향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북한과 비핵화에 대한 서술을 삭제했다.
트럼프 국방 성과에 ‘한반도’ 없다
이날 중앙일보가 확인한 미 국방부의 성과 보고서는 ▶전사 정신 ▶군 재건 ▶억지력 재확립 ▶지역사회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순서대로 우선순위(priority) 1~4번이 표기돼 있다. 한국 등 동맹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억지력을 3순위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인태 전략에선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오커스(AUKUS, 미·영·호주 안보 동맹) 등 “동맹국의 부담 분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성과로 들었다.

그러나 주요 동맹국과의 협력을 소개하면서 이스라엘·캐나다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군사 협력 등을 제시했지만, 한국은 물론 한반도에 대한 언급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핵 현대화’ 재확인…군수 협력에 韓 빠져
미 국방부가 제시한 군 재건(rebuilding)의 핵심은 핵무기의 현대화와 군수 및 방위 산업 육성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억지력의 핵심인 핵이 언제 어디서든 결정적인 대응을 가할 수 있는 신뢰성과 능력을 유지하도록 했다”며 핵무기의 실전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방위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한 군사적 태세의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군함을 포함한 조선업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한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조선업에만 1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럼프급’으로 명명한 초대형 전함이 주축이 될 ‘황금함대(Golden Fleet)’를 구성하는 호위함 건조와 관련 “한국의 한 기업과 협력해 추진될 것”이라며 “그것은 한화라는 훌륭한 회사(good company)”라고 했지만, 관련 사안은 성과로 제시되지 않았다.
국무부 아닌 ‘이민 단속부’ 전환 실토?
미 국무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2025년 외교적 승리(2025 Diplomatic Wins)’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1가지 성과를 제시했다. 그런데 11개 성과 중 5개가 불법 이민 단속, 이주 범죄자 체포, 주요 도시 치안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이민 단속 분야에 맞춰졌다.

특히 국무부가 11개 올해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명칭을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바꾼 것을 선정한 점이 눈에 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 평화 실현을 위한 헌신을 반영해 명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 명칭이 변경된 건 지난 3일이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의 성과 항목이 10개가 아닌 11개가 되고, 해당 사안이 11번째로 등장한 것은 보고서 공개 직전 추가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 USIP를 폐쇄하고 직원들을 해고했다가, 연구소 외벽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뒤 재개관했다. USIP는 1984년 미 의회가 법률로 설립한 독립적 공공기관으로, 트럼프 정부가 자의적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외교성과’ 3개뿐…방위비 압박·원조 축소
국무부가 제시한 성과 가운데 전통적 의미의 ‘외교 분야’에 해당하는 항목은 3개뿐이다.


보고서는 이밖에 ‘세계 평화 보장’ 항목을 통해 “가자 지구에서 평화 계획이 실행되도록 지원해 전쟁을 종식하고 인질 귀환을 보장하고, 인도적 지원의 접근성을 확대했다”고 했다.

국무부가 해당 항목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는 배경을 선택한 점도 눈에 띈다. 일본은 무역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은 3500억 달러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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