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빨·파' 맨 李대통령, '靑시대' 다시 열었다…구중궁궐 탈피는 과제

맹찬호 2025. 12. 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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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13분 도착…'통합' 상징 넥타이 착용
"24시간 철저히 근무"…비상 집무실 살피기도
'소통 단절' 방지 위해 3실장과 여민관서 근무
신년사 국정비전 메시지에 통합·실용 앞세울듯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이전 후 청와대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약 7개월 만인 29일 '통합'을 상징하는 넥타이를 매고 청와대로 복귀해 공식 업무를 처음 시작했다. 대통령이 집무하는 공간인 '대통령실'이란 명칭도 이날부터 '청와대'로 바뀌었다. 현직 대통령의 청와대 출근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며 마지막으로 청와대를 떠난 2022년 5월 9일 이후 1330일 만이다. 청와대 복귀가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과 별개로 지리적 특성 탓에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합 넥타이'로 새출발 강조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3분께 전용차를 타고 청와대 경내로 들어섰다. 청와대 주변 경호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원의 경례를 받으며 하차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탄 차량이 지나는 길 앞에는 일부 지지자들이 "이재명" "이재명 만세" 등을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첫 청와대 출근을 환영했다.

본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주변 경호를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원의 경례를 받으며 하차했다. 검은색 코트에 흰색·빨간색·파란색이 배색된 사선 줄무늬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는 '통합'을 상징하는 넥타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취임 선서식을 비롯해 주요 국정 행사 때마다 이 넥타이를 착용해 왔다. 청와대 입주 첫날에도 같은 넥타이를 맨 것은 취임 당시의 초심을 잊지 않고 진영과 계층을 아우르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새로운 출발과 소통, 통합을 중시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실 이전 작업이 마무리된 청와대 본관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본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참모진을 향해 "왜 나와 있어요? 아, 이사 기념으로?"라고 농담을 건내기도 했다.

첫 출근인 만큼 이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 도착해 참모들과 아침 차담회(티타임)를 진행하며 주요 현안 및 업무 계획을 보고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참모진과의 티타임은 1시간 넘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성장수석실이 올해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흘러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지시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또 민정수석실로부터 마약·스캠·온라인 도박·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할 초국가범죄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다는 보고를 받고 "보이스피싱 감소 현황을 국민에 잘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지하벙커서 안보태세 점검…첫 재가는 아그레망 부여

이후 청와대 내부의 이른바 '지하벙커'로 알려진 국가안보실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안보 대비 태세 등을 점검했다. 군 통수권자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청와대 집무 첫날부터 안보 대비 태세를 직접 챙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를 위해 시설개선공사를 진행하면서 안보·재난 관련 시스템을 중단 없이 가동한 센터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으며 365일 24시간 철저히 근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을 둘러보며 '비상 집무실'도 확인했다. 그는 "쓸 일은 거의 업겠죠"라고 묻자 황인권 경호처장이 안보 이슈 대응을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훈련 때 사용하게 될 것이라 답했고, 함께 이동 동선을 파악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은 이후 여민1관 집무실에서 주한 베냉공화국 대사 내정자에게 아그레망(agrement·동의)을 부여했다. 이는 청와대에서 행안 이 대통령의 첫 재가로 기록됐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이 아니라 '백성과 함께한다'는 뜻의 여민관을 집무실로 택한 것은 국민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국민주권 정부의 철학을 보여준다"며 "일상적 회의부터 3실장 중심의 집중적 회의까지 여민관에서 이뤄지는 원활한 의사결정구조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전 0시 청와대에 한국 국가수반을 상징하는 봉황기가 게양됐다.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환원되며 업무표장도 변경됐다.

29일 청와대에서 근무자들이 봉황기를 게양하고 있다. 봉황기는 우리나라 국가수반의 상징으로, 대통령의 주 집무실이 있는 곳에 상시 게양된다. ⓒ연합뉴스

'용산 시대' 벗어났지만 구중궁궐 오명 벗나

청와대 복귀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등으로 얼룩진 '용산 시대'와의 정치적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27일 노무현 재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대한민국을 리부팅(재시작)하는 게 우리의 일이었다"며 "이제 부팅이 되기 시작하는 시점이고 청와대로 돌아오는 것이 회복과 정상화의 상징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다만 지리적 폐쇄성과 굴곡진 현대사의 맥락 속에서 청와대는 민심과 괴리된 '구중궁궐'이자 권위주의적 권력 운용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는 점은 숙제다. 이에 대통령실은 내부 공간을 전 정권과 차별화하기로 했다.

대통령 집무 공간은 청와대 본관과 여민관 두 곳에 마련돼 있지만 이 대통령은 여민관 집무실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실질적인 업무 동선과 참모진과의 접근성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등 이른바 '3실장'을 비롯한 수석들도 대통령과 같은 여민관에 자리를 잡았다. 대통령과 참모진이 물리적으로 '1분 거리'에 배치되면서 과거 청와대 특유의 장벽식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밀도 높은 소통 체계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이번 주 '통합'과 '실용'을 앞세운 국정 기조 아래 내년 국정비전 메시지를 조만간 밝힐 전망이다. 특히 신년사에서는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의 평가와 함께 새해 국정 방향을 큰 틀로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취임 30일·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신년 초 기자회견을 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첫 출근을 한 29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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