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막내 김동선, 공격적인 M&A 행보···경영 시험대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5. 12. 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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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가이즈’ 성공의 명과 암
2023년 6월 서울 강남구 파이브가이즈에서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당시 전략본부장이 인사말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 삼형제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명이 적었던 막내아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인다. 파이브가이즈 매각 성공을 발판 삼아 인수·합병(M&A)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호텔·레저·식음료(F&B)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넓히며 단기간에 덩치를 키우고 있는데, 이를 두고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김동선 부사장은 최근 자신에게 직보하는 M&A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유통·호텔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넘어 푸드테크, 로봇, 하이테크 분야까지 사업 영토를 넓히고 오너 3세가 직접 투자 판단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사업 확장 차원이 아닌, 그룹 내 승계 구도 속 그룹 매출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형들에 맞서, 자신의 사업 영토를 확장하려는 승부수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 삼형제 구도를 보면 김동선 부사장의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에너지·조선 등 그룹의 핵심 산업을 이끌고 있고, 차남인 김동원 사장은 금융 계열을 맡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지고 있다. 반면 김동선 부사장이 전면에 나서 있는 유통·호텔·레저 부문은 산업 규모나 성장성 측면에서 형들이 맡은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급이 작다.

특히 백화점 사업은 내수 침체와 온라인 유통 확대, 명품 의존 구조 심화 등으로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 비용 절감이나 운영 효율화만으로는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기 어렵다. 김 부사장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을 지키는 전략보다, 외형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M&A가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초조함’과 ‘자신감’이 공존하는 모양새다. 과거 스카이레이크PE에서 근무하면서 사모펀드 전략인 레버리지 기반 투자 구조를 접한 점도 이런 행보 배경으로 언급된다.

파이브가이즈 성공이 준 확신?

부채 레버리지·단기 엑시트 부담

김동선 부사장의 자신감은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사업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부사장은 2023년 한화갤러리아를 통해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권을 확보하는 전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 단순 지분 투자가 아니라 마스터 프랜차이즈 운영권을 확보한 뒤 직영 위주로 매장을 늘리는 방식이었다.

최근엔 성과도 거뒀다. 한화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 지분을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기로 했다. 최근 PEF 운영사인 에이치앤큐에쿼티파트너스와 파이브가이즈 한국 운영사 에프지코리아 지분 매각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파이브가이즈는 김 부사장이 주도해 2023년 6월 국내로 들여온 버거 브랜드다.

아직 실사 등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하기 전이지만, 업계에 따르면 한국 파이브가이즈 매각가는 600억~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동선 부사장 주도로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올 당시 한화갤러리아가 투자한 금액이 200억원대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2년 반 만에 3배가량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F&B 브랜드가 매물로 쏟아져나오는 등 외식 업계가 불황인 와중에 김 부사장의 파이브가이즈 지분 매각은 제법 속도감 있게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이번 파이브가이즈 매각은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분명 성공적인 엑시트다. 한화그룹 내에서 일정 수준의 신뢰를 확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후 행보다. 김 부사장이 주도한 인수 사례를 살펴보면, 자기자본 투입은 최소화하고 기존 부채를 승계하는, 일종의 ‘갭투자’ 구조가 반복된다. 대표 사례가 ‘파라스파라 서울’ 인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8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파라스파라 서울 운영사 삼정 기업으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하며 약 300억원을 투입했지만, 동시에 39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함께 떠안았다. 외형상 투자금은 크지 않지만, 실질적인 레버리지 부담은 10배를 훌쩍 넘는 구조다. 다만 이에 대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리조트 회원권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투자금이 적게 투입된 것”이라며 “파라스파라서울로 1500억원 넘는 염가매수차익을 얻었으며 재무 개선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인수를 검토 중인 ‘휘닉스파크(운영사 휘닉스중앙)’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재현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휘닉스파크는 자산 대부분이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으로 구성돼 있고, 부채 비중 역시 높은 편이다. 지분 가치를 낮추는 대신 부채를 승계해 초기 현금 투입을 줄이는 방식이 선택될 경우, 재무 부담은 인수 이후 고스란히 운영 리스크로 전이된다.

문제는 호텔·리조트처럼 고정비 비중이 높은 자산에서 이런 인수 구조가 재무 부담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매출은 경기·금리·여행 수요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반면, 인건비·유지보수비 등 고정비는 쉽게 줄일 수 없어서다. 가동률이나 객단가가 기대에 못 미치면 손익은 즉각 악화된다. 외식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철수가 매각으로 손실을 멈출 수라도 있지만, 파라스파라나 휘닉스파크 같은 대규모 유형 자산은 단기간에 발을 빼기 쉽지 않다.

가뜩이나 호텔업계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2026년 중 서울시청 앞 랜드마크 호텔인 ‘더플라자’ 영업을 종료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2026년 3월 말까지 영업을 한 뒤 4월 1일부터 전관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검토 중인 바 없으며, 내년도 예약을 한창 받고 있는 만큼 영업 종료 예정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부사장 주도로 최근 인수한 F&B와 신사업 역시 아직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화푸드테크’는 스텔라피자 인수 등으로 외형을 키웠지만,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플랫폼 구축 비용이 늘며 연간 영업손실 110억원을 기록했다. 음료 제조업체 ‘퓨어플러스’ 역시 인수 이후 이렇다 할 실적 개선이 없다. 로봇 우동집 ‘유동’과 파스타 자동조리 매장 ‘파스타X’는 푸드테크 실험이라는 명분 아래 문을 열었지만 각각 한 달, 1년 남짓 만에 폐점했다. 오너 3세이기에 가능했던 실험이었고, 그 비용은 회사가 부담했다는 지적이다.

사업과 M&A에 집중하는 사이 본업인 백화점 사업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됐다. 한화갤러리아는 2024년 매출이 전년 대비 23.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8% 급감했다. 3년 연속 순손실을 내는 중이다. 명품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한편, 김동선 부사장은 형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함께 전날 각각 한화에너지 지분 15%, 5%를 재무적투자자(FI)인 한국투자PE와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계열분리 사전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이 더 공고해졌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투자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 매각 대금은 약 1조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김동선 부사장은 이번 거래를 통해 약 8000억원을 손에 거머쥐게 됐다. 이 자금은 최근 인수를 결정한 아워홈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거나 M&A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또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영위하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들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유통·식품 기업을 인수하는 한편 한화비전을 통해서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품는 ‘투 트랙’ M&A를 전개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브가이즈를 제외한 잇단 외식 실험 실패로 돌파구가 절실해진 김 부사장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1호 (2026.01.01~01.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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