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붉은 말'처럼 비상할 2026년, 벤처 생태계의 질주를 꿈꾸며

2025. 12. 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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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 모두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며 대내외 환경이 어느 때보다 요동쳤고, 벤처투자 업계 역시 거시 불확실성 속에서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우리 벤처 생태계가 웅크렸던 몸을 펴고 천리마처럼 질주하기 위해서는 달릴 수 있는 넓은 들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벤처투자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 특히 금융권의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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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대전환…투자 혹한기 속 '단비'
'투자 마중물' 모태펀드 예산 삭감 안타까워
은행권 위험가중자산(RWA) 규제도 완화해야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 모두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며 대내외 환경이 어느 때보다 요동쳤고, 벤처투자 업계 역시 거시 불확실성 속에서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다행스러운 점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적 금융 대전환' 대책은 투자 혹한기 속 단비와 같았다. 민간 중심의 자본 흐름을 만들고,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하겠다는 시그널은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한 해를 갈무리하는 시점에서, 업계의 숙원들이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는 사실은 아쉽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모태펀드 예산 삭감이다.

당초 정부는 '연 40조 원 벤처투자 시장 육성'과 '제3의 벤처붐'을 목표로 삼아 모태펀드 예산을 1조 1,000억 원 규모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금액은 8,200억 원으로 줄어들어 큰 아쉬움을 남겼다.

정부 예산 가운데 어느 하나 가벼이 볼 수 없지만, 모태펀드만큼은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일관성을 갖고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 모태펀드 예산이 줄어들면 이를 믿고 매칭 출자를 계획했던 민간 자금까지 위축되고, 그해 펀드 결성 규모가 축소된다. 그리고 이는 2~3년 후 본격적인 투자집행 시기에 자금 공백으로 이어진다.

투자를 유치했다면 성공적으로 성장해 국가 경제를 견인할 수 있었던 기업이 적기에 투자받지 못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고 시장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나라의 일꾼을 길러내는 교육이 '백년지대계'라 불리듯, 경제 성장을 책임질 혁신기업을 장기적인 호흡으로 육성하는 일 역시 국가의 책무다. 벤처기업이 창출한 고용 35만 6,000명과 매출 258조 원이 주요 대기업의 실적을 넘어서는 만큼,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벤처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투자의 마중물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바로 '붉은 말의 해'다. 우리 벤처 생태계가 웅크렸던 몸을 펴고 천리마처럼 질주하기 위해서는 달릴 수 있는 넓은 들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정부와 국회가 두 가지 핵심 과제 해결에 나서 주기를 제안한다.

첫째는 모태펀드 예산의 과감한 확대다. 민간 투자가 위축될수록 정책금융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커진다. 모태펀드는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민간 자본을 시장으로 유인하는 앵커(Anchor)다. 삭감된 예산을 추경 등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해 정책적 의지를 시장에 재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둘째는 은행권의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완화다. 모태펀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벤처투자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 특히 금융권의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어야 한다. 현재 은행들은 벤처펀드 출자 시 적용되는 높은 위험 가중치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시중 자금이 혁신기업으로 흐르기 위해서는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조정이 요구된다.

말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달린다. 우리 벤처캐피탈 업계 역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 부디 내년에는 국회와 정부가 '예산 확대'와 '규제 개선'이라는 두 날개를 달아주어,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가 힘차게 비상하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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