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지명은 국정 원칙 파기"…여권 일각, 李대통령 인사에 반발

李대통령, 이혜훈 지명 '후폭풍'
윤준병 "포용이 아닌 국정원칙 파기"
혁신당 "李정부 지명 배경 설명 필요"
진보당 "광장에 대한 배신…철회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해수부 업무보고를 마친 후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일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하자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의 이른바 '통합·실용' 인사 원칙에 따른 발탁이라고 하더라도, 이 전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전력을 고려하면 국정 원칙이 파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전날 이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KDI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정책 실무에 능통한 분"이라며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적임자라고 소개했지만, 이 전 의원이 국민의힘 출신이자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탓에 여권 일부에선 반발이 나오는 실정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인사는 국민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상징 언어"라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에 앉히는 인사, 정부 곳간의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닌 국정 원칙 파기"라고 지적했다.

이언주 의원도 "단지 보수라서, 진영이 달라서가 결코 아니다"라면서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민주 보수'의 범주에는 들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면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마음을 얻는 과정"이라면서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진심'이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정의롭고 공정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좀 더 노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내란을 극복하고 대선을 이기기까지 수많은 국민과 당원, 인사가 개인적 불이익을 감내하면서까지 온몸을 던져 함께 했고, 보수 진영 인사와 전문가 중에서도 욕먹어가며 용기 낸 사람이 많았다"며 "그들의 마음에 적잖이 상처가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원내 진보 정당에서도 이 대통령이 이 전 의원을 지명한 것에 불만이 쏟아졌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파면결정 전까지, 탄핵에 반대한다는 집회를 직접 주최하고 발언까지 이어왔다"며 "더구나 이재명 정부는 확대재정정책을 기조로 하고 있는데, 이 후보자는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어 정책적 기조 측면에서도 해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 역시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윤 어게인'에게 고위직을 맡기는 것은 광장에 대한 배신이자, 국가 기강을 흔드는 악수"라면서 "내란 옹호 세력에게 나라의 곳간 열쇠를 맡길 수 없는 만큼, 이재명 정부는 이 전 의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도 이 대통령의 '실용 인사' 원칙을 두고 "실용이 아닌 명백한 퇴행"이라면서 "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에서도 이번 인사는 용납될 수 없는 만큼, 내란 이전의 과거로 회귀하는 인사가 아니라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해 국민의 엄중한 뜻에 응답해달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