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연준의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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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론조사 업체 갤럽이 연말을 맞아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한 행정·입법·사법부 고위직 인사 신뢰도에서 뜻밖에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위를 차지했다.
트럼프는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라는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파월을 올해 내내 '멍청이'라고 모욕했고, 자신에게 없는 연준 의장 해임 권한까지 운운하며 위협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부터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파월은 매번 기자회견에서 신중한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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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론조사 업체 갤럽이 연말을 맞아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한 행정·입법·사법부 고위직 인사 신뢰도에서 뜻밖에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위를 차지했다. 파월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44%로 조사 대상인 고위직 13명 중 가장 높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36%)보다 8% 포인트나 많았다. 파월에 대한 신뢰는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나타났다. 공화당원인 파월을 민주당원의 46%가 지지했고, 당적이 없는 응답자 49%와 공화당원 34%도 그의 직무 수행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내년 5월이면 퇴임하는 중앙은행장인 파월이 트럼프 2기 고위직 가운데 가장 높은 신뢰를 얻은 배경에는 기관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라는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파월을 올해 내내 ‘멍청이’라고 모욕했고, 자신에게 없는 연준 의장 해임 권한까지 운운하며 위협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부터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파월은 매번 기자회견에서 신중한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 연방의회가 연준에 최우선 순위로 부여한 책무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다. 이는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법에 명시돼 있다. 연준 의장은 매년 두차례 상·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6개월 단위의 통화정책을 보고하는데, 의원들의 질의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두 개의 책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는가.’ 파월은 청문회에 출석할 때마다 “고용과 물가 지표로만 통화정책을 판단한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마지막으로 출석할 내년 2월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월가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연준 의장의 이런 신중한 태도야말로 표심에 따라 정책이 요동치는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고 자국 통화와 금융시장에 안정성을 불어넣는 힘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2026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두 명의 케빈’(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을 유력 후보로 제시하면서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현직 연준 이사를 후보군에 올려놓고 임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할 연준 의장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연준 내부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관세전쟁의 혼란을 틈타 고용·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는 반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고, FOMC 정례회의에선 연준 이사들 간 정책적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마지막인 지난 10일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이사 12명 중 3명은 0.25% 포인트 금리 인하에 반대했는데, 이는 트럼프 1기였던 2019년 이후 가장 큰 내분으로 평가됐다. 연준의 중장기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투표권을 갖지 않은 이사를 포함한 19명 중 7명은 ‘내년에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냈고, 8명은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으로 ‘최소 2차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가에선 연준의 내분을 ‘고양이 몰이’라고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러 마리 고양이를 한 곳에 모으는 것처럼 저마다 다른 연준 이사들의 통화정책 방향을 일치된 의견으로 제시하기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전망이다. 이언 와이어트 헌팅턴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연준 의장이 이사들과 이견에 부딪히면 고양이 몰이가 시작될 것”이라며 “연준의 내분은 갈수록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백악관’으로 불리는 연준의 혼란은 결국 세계 경제에 전이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으로서는 연준이 갈등을 조정할 능력을 갖췄길 숨죽여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김철오 국제부 차장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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