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선 텐트 300개 쳤다" 8번째 월드컵 가는 붉은악마 이 남자

1998 프랑스 월드컵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국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현장에서 직관한 사람이 있다. 반우용(53) 붉은악마 전 의장이다. 그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도 현장에서 관람할 계획이다.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공동개최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른다. 축구 팬들에게 월드컵 직관은 한 번쯤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다. 22일 반씨를 만나 그동안 월드컵을 관람했던 경험과 내년 열리는 월드컵 직관 준비에 대해 들어봤다.
현장에서 즐긴 7번의 월드컵은 매번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붉은악마가 생긴 초창기였다. 난 부산 대우 로열스 서포터스 회장으로 월드컵 원정 응원에 함께 했다. 프랑스에서 처음 본 유럽 서포터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모두 같은 색 옷을 입고 응원하는 게 부러웠는데, 4년 뒤에 우리가 더 멋있게 해냈다”고 회고했다. 그는 “프랑스 월드컵은 한국 서포터스 문화가 발전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대 월드컵의 경험을 술술 쏟아냈다. “2006년 독일 대회 때는 붉은 악마가 500명 넘게 떠났다. 사전답사를 갔는데 도저히 숙소를 구할 수 없었다. 캠핑장을 통째로 빌렸다. 한국에서는 텐트 300개를 배로 실어왔다. 밤새 캠핑을 하면서 호텔에 묵었을 때보다 더 축제처럼 월드컵을 즐길 수 있었다.”

“2010년 남아공과 2014년 브라질 대회는 위험하다고 걱정을 많이 한 대회였지만 사고가 생기지는 않았다. 가보기 어려운 곳이라 경기 일정이 빌 때는 현지 여행을 했다. 남아공에서는 사파리 투어, 브라질에서는 이과수 폭포를 본 게 기억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군인들이 지켜줘 안전했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대회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매우 좁은 장소에서 열려 처음엔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좁기 때문에 한 곳에 숙소를 정하고 오래 머무르면서 다른 나라 경기를 맘껏 볼 수 있어서 나중엔 더 좋았다.” 카타르의 국토 면적은 1만 1581㎢로 경기도의 크기와 비슷하다.
그는 여행업에 오래 종사했다. 지금도 스페인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다. “자유로운 직업 덕을 봤다”는 그에게 월드컵 관람은 재정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았냐고 묻자 “번 돈을 잘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내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팀에게 사실상 ‘멕시코 월드컵’이다. 출전국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었다. 이전보다 대회 기간이 길어졌다. 그는 “16강까지 보더라도 한달 정도의 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붉은악마도 2경기만 묶어서 보고 돌아오는 일정으로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6월 11일.현지시간)과 2차전(6월 18일) 사이엔 엿새, 2차전과 3차전(25일) 사이엔 닷새의 공백이 있다. 그는 “중간에 인근 지역에서 열리는 다른 나라의 경기를 보는 것도 좋지만, 멀리까지 갔으니 현지 여행을 하고 오는 걸 추천한다. 휴양지 칸쿤보다는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를 다녀오는 게 좋겠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페루로 넘어가서 마추픽추를 보고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별리그 2차전과 3차전을 관전하고 돌아오는 경우 예산을 묻자 “두 경기를 보더라도 9박11일 정도의 일정이 필요하다”며 “항공·숙박·체재비 등을 포함해 700만원 정도가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부적으로는 항공료 300만~350만원, 숙박 100만~150만원, 체재비 200만~250만원 정도로 잡았다. 티켓 값은 제외한 비용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티켓 값이 크게 올랐다. 두 경기를 보는데 약 100만원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한국 조별리그 경기는 개최국 멕시코와 벌이는 2차전 티켓 값이 가장 비싸다. 1등석 700달러, 2등석 500달러, 3등석 265달러다. 유럽 플레이오프 승자와의 1차전은 1등석 500달러, 2등석 400달러, 3등석 180달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은 450달러, 380달러, 140달러로 가격이 정해졌다. 내년 한국의 조별리그 2, 3차전을 나란히 2등석에서 볼 경우 두 경기의 티켓 가격은 880달러(약 130만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때 한국전의 가격은 1등석 220달러, 2등석 165달러, 3등석 69달러였다. 카타르 월드컵 때는 330달러면 조별리그 두 경기를 2등석에서 볼 수 있었다. 그 때와 비교해 3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티켓 값이 크게 올라 팬들의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FIFA는 60달러짜리 티켓을 도입했다. 그러나 수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또 장기간 국가대표팀에 높은 충성도를 보인 팬들에게만 판매하도록 했다.
반 ;전 위원장은 “어느 좌석에서 보느냐, 숙소는 어떤 급으로 갈 것인가, 항공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금액 차이가 천차만별이 될 것”이라며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패키지 가격은 9박11일에 850만~95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 전 위원장은 “점점 일부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500여명 원정 응원을 떠난 붉은악마도 이번엔 150~200명 정도로 예상했다. 그는 “붉은악마가 아닌 일반 팬 중에 원정 응원하는 분과 미국과 멕시코에서 경기를 보러 찾아오는 교민을 더하면, 실제 경기장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팬들의 규모는 1만 명은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적인 준비 방법에 대해 묻자 “낯선 국가이고 치안 문제도 있어 붉은악마도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여행에 자신 있는 분은 항공과 숙소을 일찌감치 예약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여러 명이 숙소를 함께 구하면 더 좋다”고 조언했다. 항공편에 대해서는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할 수 도 있고,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멕시코로 갈 수도 있다. 댈러스나 미국 중부를 경유해 갈 수도 있고, 멕시코로 곧바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며 다양한 경로를 제시했다.

또 그는 “경기 티켓을 확보하는 게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출발점이 될 것이다”면서도 “경기 티켓을 구하지 못했더라도, 월드컵을 현장에서 응원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경기 티켓을 확보를 하지 못해도 현장에 가면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티켓 없이 현장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유럽에서는 그렇게 현장을 찾아와 펍에서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막상 현장에 오면 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곤 한다. 예를 들면 입장권을 사두었다가 불가피한 일로 올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겁먹지 말고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축제에 동참하라는 조언이다.
1998년 20대 청년은 월드컵과 함께 50대 중년이 됐다. 그의 월드컵 직관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는 “2030 월드컵이 내가 거주하는 스페인에서 열린다. 그때까지는 직관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30년 월드컵은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공동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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