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당신의 가족입니다"… 무연고자의 마지막 곁 지키는 천사들[2025 무연고사 리포트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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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걸어 다니시니 너무 좋네요. 혼자 아프지 마세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서울 청량리역 인근 다일복지재단의 요양보호시설 다일작은천국.
다일복지재단은 서울시 수탁을 받아 호스피스 케어가 필요하거나 중증질환 등으로 요양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이 임종 직전까지 이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달리 다일작은천국에서는 떠나는 입소인들의 장례까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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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자 요양보호에 자립 지원까지
"잘 걸어 다니시니 너무 좋네요. 혼자 아프지 마세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서울 청량리역 인근 다일복지재단의 요양보호시설 다일작은천국. 조미진 간호팀장은 복도에서 마주친 무연고자 민기동씨(82)에게 "치료 잘 받고 오셨냐. 아프면 참지 말고 꼭 말하라"며 웃었다.
군무원 출신인 민씨는 2015년 입소 후 약 10년간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가족으로 아내와 동생이 있지만,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민씨는 한 달 전 담석이 생겨 서울의료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이날 복귀했다. 그는 "간호사님과 복지사님 모두 입원한 사람들 기저귀 갈아주는 일을 힘든 내색도 없이 해내고 웃으면서 말도 잘 걸어주는 모습을 보고 천사라고 생각한다"며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리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존댓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일작은천국에는 총 32명이 입소해 있다. 이 중 28명은 무연고자로 대부분 서울역·영등포 희망지원센터에서 발굴 후 들어오게 됐다. 다일복지재단은 서울시 수탁을 받아 호스피스 케어가 필요하거나 중증질환 등으로 요양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이 임종 직전까지 이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돕는다.

다일작은천국 직원들은 홀로 남은 이들에게 가족이 돼주고 있다. 이들이 병상에만 누워 생활하지 않도록 주 1회 음악 치료, 미술 치료를 제공하고 외롭지 않도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복지사는 "한 분 한 분께 화분을 선물하고 이를 키우게 하면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며 "어떻게 화분을 키워야 할지 알려주고, 화분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입소인들도 웃음꽃을 피우게 된다"고 전했다.
무연고자의 자립 지원에도 나선다. 조 간호팀장은 "입소하신 분을 보면 수급 자격이 있음에도 실제로 수급자가 아닌 경우가 있어 제도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어려울 수 있지만 비교적 젊은 분들은 자활할 수 있도록 회복도 지원하고 일자리도 같이 찾아주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위생원으로 근무하는 양시영씨(58) 역시 한때는 입소인이었다가 자립에 성공했다. 그는 사업 실패 후 가족과 연락이 끊기고 노숙 생활을 하다가 2018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다일작은천국에서 지냈다. 양씨는 "처음 입소할 때는 당뇨병 등으로 건강도 많이 안 좋았는데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간호사님과 복지사님의 도움으로 자립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다"며 "그러다 이곳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입소인들 목욕 등을 전담하는 위생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무연고자 10명 중 6명은 의료시설에서 사망한다. 연고가 없거나, 유족이 있어도 관계단절 등의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할 경우 무연고자로 등록되며 공영장례를 연다. 사실상 홀로 세상을 떠나거나, 봉사 단체가 이들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셈이다.
이와 달리 다일작은천국에서는 떠나는 입소인들의 장례까지 책임진다. 이곳 지하 1층에 마련된 빈소에서 천국환송식을 열어 장례 예배를 진행하고 고인의 넋을 기린다. 조 간호팀장은 "생전에 가족으로 지내던 이들이 떠나면 장례까지 치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족이라는 건 마지막 가는 길까지 함께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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