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북부서 시작하는 교육 대전환" vs. 유은혜 "역사 정의로 세우는 교육 정상화"

박상준 2025. 12. 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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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경기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12월 26일의 두 장면

[박상준 기자]

2025년 12월 26일 오후,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경기북부의 심장 의정부와 서북부의 거점 고양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년 6월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160여 일 앞두고, 범민주진보 진영의 유력 주자들이 동시에 대규모 세 과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출마를 공식화한 안민석 전 국회의원은 의정부에서 '교육 대전환'을 외치며 북부 공략에 나섰고, 등판이 확실시되는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양에서 '역사 교육'을 화두로 지지층 결집을 시작했다. 이날 의정부와 고양에서 열린 두 행사를 취재했다.

[현장 1. 의정부] 안민석의 '파격'과 김누리의 '독설'

오후 3시, 의정부문화재단 국제회의장. 입구에 들어서자 파란색 풍선과 "경기교육 대전환, 크게! 제대로!"라는 슬로건이 적힌 피켓 물결이 기자를 맞이했다. 안민석 전 의원이 주도하는 <경기북부미래교육자치포럼 출범식> 현장이었다.
▲ 26일 의정부문화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기북부미래교육자치포럼' 출범식. 안민석 전 의원(가운데)과 김누리 교수, 추미애 의원 등 내빈들이 손을 맞잡고 '경기교육 대전환'을 위한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박상준
안 전 의원은 이날 행사 장소를 수원(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이 아닌 의정부로 택했다. 이는 보수 성향이 강한 경기 북부를 '미래 교육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역발상이자, 자신의 강점인 '추진력'을 보여주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겁 없는 도전, 판을 바꾸겠다"

단상에 오른 안민석 전 의원은 확신에 찬 어조로 포문을 열었다. "경기교육,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습니다. 저 안민석은 오늘 이곳 의정부에서 '경기북부미래교육자치포럼'의 닻을 올립니다. 이것은 단순한 포럼이 아닙니다. 지난 3년간 무너진 공교육을 되살리고, 우리 아이들을 '성적 기계'가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키우겠다는 선전포고입니다!"
▲ 열변을 토하고 있는 안민석 전 의원. 그는 이날 특유의 역동적인 화법으로 좌중을 휘어잡으며 '준비된 교육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 박상준
이날 행사에는 안 전 의원의 '정치적 동지'이자 당내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추미애 의원이 축사를 위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추 의원은 "안민석의 뚝심이라면 낡은 교육 기득권을 타파할 수 있다"며 힘을 실었다. 경기 북부 행정의 베테랑인 안병용 전 의정부시장 역시 축사를 통해 "경기 북부 홀대론을 끝낼 적임자"라며 안 전 의원을 치켜세웠다.

김누리 "한국 교육은 학대다"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거리의 철학자' 김누리 중앙대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주제는 <교육혁신, 왜 어떻게 할 것인가?>. 김 교수는 준비된 강의 자료를 화면에 띄우며 한국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 김누리 교수 초청강연 포스터. '경기교육 대전환'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 경기미래교육자치포럼
"여러분, 보십시오. 지금의 능력주의(Meritocracy)는 공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가장 세련된 형태의 파시즘입니다. 우리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옆 친구를 밟고 올라가라'고 가르칩니다. 이것은 교육이 아니라 사육이며, 정서적 학대입니다." 김 교수는 독일의 경쟁 없는 교육 시스템을 예로 들며, "안민석 전 의원이 외치는 '대전환'은 바로 이 '야만의 경쟁'을 끝내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500여 명의 청중은 김 교수의 사자후에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현장 2. 고양] 유은혜의 '품격'과 도올의 '일갈'

같은 날, 고양시 일산서구청 대강당에서는 또 다른 결의 파도가 일고 있었다. 유은혜 전 장관이 공동대표를 맡은 <다시 빛날 경기교육>의 두 번째 특별강연 현장이었다.

유 전 장관의 정치적 텃밭인 일산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차분하면서도 비장했다. 현장에는 유 전 장관을 지지하는 학부모 단체와 지역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대거 집결해 '사실상의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유은혜, "역사를 잊은 교육에 미래는 없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유은혜 전 장관은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환영사를 전했다.
▲ 고양시 일산서구청 대강당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 그는 이날 "다시 빛날 경기교육"을 기치로 내걸며 교육의 공공성과 역사성을 강조했다.
ⓒ 박상준
"다시 빛날 경기교육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왜곡 시도가 학교 담장을 넘보려 합니다. 교육부 장관 시절, 제가 지키려 했던 교육의 가치와 역사 정의를 이제 경기도에서 다시 꽃피우려 합니다."

유 전 장관은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이날 발언을 통해 '역사 전쟁'의 최전선에 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현장에는 경기도지사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김병주 의원과 고양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회, 김영환 의원을 비롯해 다수의 고양시의회 의원들이 총출동해 유 전 장관에게 힘을 보탰다. 김병주 의원은 축사에서 "유은혜야말로 흔들리는 경기교육을 바로잡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 축사를 하고 있는 김병주 국회의원. 이 외에도 고양시 지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유은혜 전 장관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 박상준
도올 김용옥 "역사는 암기가 아니라 '주체'다"
이날의 메인 연사는 우리 시대의 석학 도올 김용옥 선생이었다. 주제는 <역사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도올 선생은 칠판에 '문명(Civilization)', '문화(Culture)' 등의 개념을 한자로 써가며 열정적인 강의를 펼쳤다.
▲ 칠판 앞에서 열강을 펼치고 있는 도올 김용옥 선생. 그는 이날 역사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을 기르는 과정임을 역설했다.
ⓒ 박상준
"역사를 가르친다는 건, 아이들에게 연도나 외우게 하는 게 아니야!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우리가 어떻게 저항하고 어떻게 문명을 일궈왔는지 그 '혼'을 심어주는 일이다. 유은혜 장관이 하려는 일이 바로 그것 아닌가!" 도올은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현 정권의 역사관을 비판하며, 유 전 장관이 추구하는 '교육 정상화'에 철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강의에도 자리를 뜨는 청중은 거의 없었다.

4파전 양상 속 '단일화'가 승부처... 1월 격돌 예고

12월 26일 하루, 의정부와 고양에서 확인된 열기는 2026년 경기교육감 선거가 치열한 '가치 전쟁'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바로 후보 단일화다.

현재 범민주진보 진영에서는 안민석 전 의원과 유은혜 전 장관 외에도,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박효진 전 전교조 경기지부장이 이미 출사표를 던지고 바닥을 다지고 있다. 4명의 후보 모두 중량감과 조직력을 갖춘 인물들이다.

지난 2022년 선거에서 진보 진영은 후보 난립으로 보수 진영의 임태희 교육감에게 자리를 내준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민사회가 먼저 움직였다.
▲ 경기교육혁신연대가 추진 중인 '2026 경기민주진보교육감 단일 후보 추진' 포스터. 내년 1월 19일까지 경기도민들의 서명을 받아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 경기교육혁신연대
'2026 경기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을 위한 경기교육혁신연대(준비위)'는 지난 12월 12일부터 <2026인 단체대표자 및 경기도민 선언>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내년 1월 19일까지 서명을 마감하고, 1월 20일경 공식적인 단일화 기구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제 공은 '단일화 룰' 협상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여론조사 비율, 선거인단 모집 방식 등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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