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당직 끝, 너 믿고 꿀잠잔다”…24시간 서버 지키는 AI 어디?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5. 12. 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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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AWS 마켓플레이스에 적용되기 시작한 바이브AI (바이브래니움랩스 제공)
개발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모두가 잠든 새벽 3시, 갑자기 울리는 장애 알람이다.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수천 줄의 로그를 뒤지며 원인을 찾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역이다. 최근 만난 바이브래니움랩스의 창업자들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바이브AI를 통해 개발자들의 꿀잠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브래니움랩스는 워크데이 출신 찰스 킴, 구글과 AWS를 거친 이상만, 법조인 출신 태니 강, 피지컬노트 설립자 팀 황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한인 4인방이 2024년 뉴욕에서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의 잠재력은 투자업계가 먼저 알아봤다. 창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미래에셋 등으로부터 46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64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쟁쟁한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도 설립 직후 단기간에 뭉칫돈을 끌어모으며 기술력과 시장성을 입증받은 셈이다.

와칸다 방패처럼…24시간 잠들지 않는 AI 전문의
아마존 AWS 마켓플레이스에 적용되기 시작한 바이브AI (바이브래니움랩스 제공)
이들의 사명인 바이브래니움랩스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숨어있다. 이는 마블 영화 블랙팬서에 등장하는 가상의 최강 금속 비브라늄에서 따온 이름이다. 영화 속에서 비브라늄이 모든 충격을 흡수해 와칸다를 지키듯, 기업의 IT 인프라에 가해지는 모든 충격과 장애를 자신들의 기술로 막아내겠다는 창업자들의 포부가 담겨있다. 가장 단단한 방패가 돼 개발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이 해결하려는 IT 현장의 상황을 병원 응급실에 빗대어 보면 이해가 쉽다. 멀쩡하던 서버가 멈추는 건 응급실에 심정지 환자가 실려 온 상황과 같다. 지금까지는 쪽잠을 자던 당직 의사, 즉 엔지니어가 비몽사몽간에 깨어나 차트인 로그를 읽고 엑스레이를 판독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사이 회사의 매출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고객들의 항의는 빗발친다. 하지만 바이브래니움랩스가 내놓은 바이브AI는 24시간 눈을 부릅뜨고 있는 유능한 전문의와 같다.

실제 데모 시연은 꽤 인상적이었다. 슬랙 메신저 창에 장애 발생 알림이 뜨자 사람이 개입하기도 전에 AI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챗봇처럼 단순히 묻는 말에 대답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바이브AI는 데이터독 같은 모니터링 도구와 연동돼 서버 로그를 스스로 분석하고 과거 유사 사례를 검색해 해결책을 찾아냈다. 화면 속 AI는 순식간에 장애의 원인,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당장 수행해야 할 다음 단계까지 정리해 보고했다. 클라우드 문제인지 네트워크 문제인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이 매끄러웠다. 공동 창업자가 마치 노련한 시니어 엔지니어가 옆에 앉아서 상황을 브리핑해 주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 대목이 와닿았다.

핵심은 속도와 효율성이다. 보통 엔지니어가 새벽에 깨어나 상황을 파악하는 데만 수십 분이 걸리는데 바이브AI는 그 시간을 초 단위로 단축시킨다. 사람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을 때는 이미 AI가 1차 초동 수사를 마친 상태라 엔지니어는 AI가 제안한 해결책을 검토하고 실행 버튼만 누르면 되는 식이다. 세일즈포스, 스플렁크와 함께 AWS의 AI 에이전트 파트너로 선정된 것은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창업 1년도 안 돼 64억원 투자 잭팟
서비스 오류가 났을 때 실제로 제공되는 Vibe AI 리포트 (바이브래니움랩스 제공)
바이브래니움랩스가 설립 1년도 안 돼 투자업계의 러브콜을 받은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인 자동화를 넘어 개발자들의 업무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데 있다. 사실 IT 기업에서 장애 대응은 기피 업무 1순위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엔지니어의 극심한 피로와 번아웃으로 이어지고, 결국 퇴사로 연결되기도 한다. 바이브AI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도구다.

데모 시연에서 확인한 바이브AI의 또 다른 강점은 맥락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에러 로그 한 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에러가 과거에 발생했던 이력이 있는지, 당시에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리고 현재 비즈니스에 구체적으로 어떤 타격을 주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는 갓 입사한 주니어 엔지니어는 파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수년간 해당 시스템을 운영해 본 시니어 엔지니어만이 알 수 있는 노하우를 AI가 학습해 제공하는 셈이다.

캘리브레이트 벤처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주도한 64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 역시 이런 잠재력을 높이 산 결과다. 투자사들은 바이브래니움랩스의 기술이 글로벌 SaaS 시장에서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찰스 킴, 구글과 AWS라는 글로벌 빅테크에서 대규모 시스템을 다뤄본 상 리, 여기에 법률적 리스크를 관리할 태니 강과 연쇄 창업 성공 경험이 있는 팀 황의 조합은 흔히 말하는 어벤져스급 팀 빌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바이브래니움랩스가 그리는 다음 단계다. 지금의 바이브AI가 급한 불을 끄는 응급실 의사라면 앞으로는 병을 미리 예방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종합병원 전문의 역할로 진화하려 한다. 기업이 성장하며 트래픽이 폭증하는 스케일업 단계에서는 사람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기술적 부채가 발생한다. 서비스 규모가 커지면 장애의 빈도와 복잡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때마다 엔지니어를 채용해 대응하는 것은 비용적으로도, 효율적으로도 한계가 있다.

이때 AI가 전문의로서 시스템의 골격을 튼튼하게 잡아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평소 시스템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다가 특정 지표가 불안정해지면 장애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경고를 보내고, 최적화된 설정을 제안하는 식이다. 마치 고혈압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고 식단을 조절해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인력 채용의 한계를 넘어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

바이브래니움랩스의 비전은 명확하다. 개발자들이 더 이상 새벽 3시의 공포에 떨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기업이 기술적 장벽 없이 무한히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비브라늄 방패처럼 든든한 AI가 단순한 보조 수단을 넘어 시스템의 안정성을 책임지는 핵심 운영 주체로 거듭나는 미래를 이들이 앞당기고 있다. 결국 새벽잠을 설친 엔지니어의 피로를 덜어주는 기술이 기업의 성공적인 스케일업을 가능케 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는 셈이다.

왼쪽부터 찰스 김 CTO, 이상만 대표, 태니 강 COO, 팀 황 이사회의장 (바이브래니움랩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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