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밀어올린 두산에너빌리티…원전·SMR·가스터빈 '본게임'

백서원 2025. 12.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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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들 등급전망 상향...재무개선 가능성 주목
체코 원전 포함 12월에만 최소 6조원 이상 수주
SMR 전용 공장 투자에도 "신용도 부담 제한적"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오른쪽)이 지난 11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SMR 핵심소재에 대한 예약계약 체결식에서 클레이 셀 엑스-에너지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을 축으로 수주 확대 국면에 본격 진입했다.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가 사업 환경을 바꾸면서 그간 준비해온 포트폴리오가 실적과 재무 개선 여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며 중기적인 재무 안정성 개선 가능성에 주목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4일 두산에너빌리티의 장기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수주 잔고 증가와 함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특성상 확대됐던 운전자금 부담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나신평은 올해 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잔고가 약 20조원으로, 지난해 말 15조8000억원 대비 큰 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도 지난 22일 두산에너빌리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한 가운데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수주 잔고의 양적·질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고 투자 확대 국면에서 차입 부담 관리가 가능한 재무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에만 최소 6조원이 넘는 수주 성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성과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이다. 총 계약 금액은 5조6000억원 규모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공급이 4조9000억원, 터빈·발전기 공급이 7000억원에 달한다. 당초 대형 원전 주기기 수주 규모가 약 4조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크게 웃도는 계약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이후 미국과 유럽, 중동 지역에서 추진될 대형 원전 프로젝트 계약 역시 이와 유사한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SMR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나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와 핵심 소재 공급에 대한 예약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엑스-에너지가 미국 내에 구축하는 SMR ‘Xe-100’ 16기에 핵심 단조품을 공급하게 된다.

가스터빈 사업도 확장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달 미국 빅테크 기업과 가스터빈 3기 추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올해에만 총 5기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앞서 카타르에서 1300억원 규모의 가스복합발전소 주기기 수주도 따내 가스터빈 부문의 존재감도 한층 커졌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하고 제작한 380메가와트(MW)급 가스터빈 제품.ⓒ두산에너빌리티

이러한 수주 확대는 일회성 성과가 아니라 글로벌 전력 수요 변화에 따른 흐름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이 이어지면서 가스터빈과 원전 설비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부터 SMR, 가스터빈까지 전 라인업을 동시에 보유한 드문 기업이라는 점에서 수혜 가능성이 주목된다.

대규모 투자 계획 역시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부터 2031년까지 약 8068억원을 투입해 경남 창원 공장 부지에 국내 최초 SMR 전용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연간 20기 수준의 SMR 제작이 가능한 생산 체계를 확보해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SMR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신석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2실 선임연구원은 “2026~2027년 투자비 집행이 집중되면서 이 기간 자금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2027년을 전후로 최근 신규 수주한 프로젝트들의 사업 진행과 대금 유입이 본격화될 예정임을 감안하면 양호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이후에도 두산에너빌리티를 둘러싼 사업 환경은 우호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간 원자력 부문 협력 시 내년부터 미국을 포함한 대형 원전 수주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웨스팅하우스와 엑스-에너지, 홀텍 등 미국 주요 원전 기업들의 상장 준비도 진행될 예정이고, 미국 정부 역시 일본과의 관세 협상으로 확보한 재원을 주요 프로젝트에 투입해 원전 시장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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