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쿠팡의 ‘셀프 면죄부’, 어처구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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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수사 중인 사안을 두고 셀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 쿠팡의 이번 발표는 해명을 넘어, 한국 정부와 사법 절차를 건너뛴 '셀프 면죄부'에 가깝다.
그러나 이 모든 결론은 쿠팡의 자체 조사에 근거한다.
쿠팡 측이 데이터에 손을 댔다면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자체가 부정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증거인멸 혐의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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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민 우롱하나
실효성 있는 제재 필요

쿠팡이 수사 중인 사안을 두고 셀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것도 성탄절 휴일 ‘쿠팡 장관회의’ 직전에 기습적으로 내놓았다. 미국 기업 쿠팡의 이번 발표는 해명을 넘어, 한국 정부와 사법 절차를 건너뛴 ‘셀프 면죄부’에 가깝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쿠팡은 고객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전직 직원을 특정했고, 유출자가 단독 범행을 자백했으며 제3자 유출은 없었다고 단정했다. 3370만명의 고객 정보 가운데 실제 저장된 것은 약 3000개 계정뿐이라며 피해 규모도 축소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결론은 쿠팡의 자체 조사에 근거한다. 수사기관의 판단도, 독립적 검증도 아니다. 과연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있는가. 한국 정부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비칠 수밖에 없다.
과정은 더욱 석연치 않다. 쿠팡은 경찰 협조 없이 피의자와 접촉했고, 범인이 하천에 유기한 노트북을 중국 현지에서 잠수부까지 동원해 회수한 뒤 직접 포렌식을 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핵심 증거물을 확보하고 분석했다는 설명은 상식의 선을 넘는다. 이는 수사를 돕는 행위라기보다 증거 훼손 가능성을 스스로 키운 결정이다. 그럼에도 이를 뒷받침할 사진이나 영상, 구체적 포렌식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쿠팡 측이 데이터에 손을 댔다면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자체가 부정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증거인멸 혐의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안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넘어선다. 한국의 수사 주권과 법 집행을 어떻게 대하는가의 문제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유로, 시장 지배력이 크다는 이유로, 수사 이전에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려는 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실질적 책임자인 김범석 의장이 다음 주 국회 연석 청문회에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의혹은 더 커질 뿐이다.
쿠팡은 어제 추가 입장을 내고 “조사는 정부 지시에 따라 진행됐으며, 유출자 접촉과 기기 회수, 포렌식팀 투입도 정부와 협력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쿠팡의 주장일 뿐이다. 정부는 쿠팡의 발표를 두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와 기업의 설명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오직 엄정한 수사를 통해서만 가려질 문제다. 쿠팡의 정보 유출과 자체 조사 과정에 위법 소지가 확인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은 물론, 영업정지 등 실효성 있는 제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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