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단식하겠다"…'의사 1만8700명 부족' 추계위에 반발

의대 정원 확정을 위해 필요한 의사 수를 추산하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 참여해온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추계 방식에 통계적 왜곡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추계위가 논의 5개월 만에 결론 도출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협 "추계위 통계 왜곡…단식 등 강구"
김택우 의협 회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추계위에서 사용하는 '아리마(ARIMA) 모형'은 분석 기준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결괏값이 크게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며 "시점에 따라 널뛰는 결과를 토대로 국가 백년대계인 의사 수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추계위는 지난 8일 제9차 회의에서 2040년 기준 의사 부족 규모가 최소 1만4435명에서 최대 1만8739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 결과를 제시했다. 이어 22일 제11차 회의에서는 2040년 의사 부족 규모가 최소 9536명에서 최대 3만6094명에 달할 수 있다는 추가 분석 결과를 논의했다. 추계위 A위원은 "미래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추계 결과는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은 이 같은 추계의 근거가 된 아리마 모형을 두고 "중장기 인력 수급 예측에 적절하지 않다"(김창수 의협 정책이사)고 비판하고 있다.
김택우 회장은 "지난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시간에 쫓겨 (추계를) 졸속으로 처리하지 말라"며 "의협이 요구한 모델이나 납득할 만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단식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040년 1만8700여명 부족'이라는 잠정 추계 결과가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의료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내고 "충격적이고 참담한 추계 결과"라며 "윤석열 정부가 '2000명 증원' 근거로 활용한 '의사 1만5000명 부족'이라는 추계를 훌쩍 뛰어넘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대생·전공의 등은 이번 추계 결과를 듣고 깊은 절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추계위는 의대 정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법을 개정해 도입한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의 독립 심의기구다.
위원 15명 가운데 과반이 넘는 8명이 의협·대한전공의협의회·대한의학회 등 공급자 단체 추천 인사로 구성돼 있다. 추계위 B위원은 "아리마 모형은 여러 예측 기법 가운데 오차가 가장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수개월간 모형과 방법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왔는데, 계속 같이 논의해오던 의료계가 막상 수치가 나오자 뒤늦게 반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추계위는 지난 22일 마지막으로 예정됐던 11차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30일 회의를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지난 8월 출범한 추계위는 인공지능(AI)이 의사 생산성에 미칠 영향 등을 놓고 격론을 벌여왔다. 위원 간 견해차가 큰 만큼 30일에 최종안이 나올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추계위 C위원은 "추계위 심의 결과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구조인 만큼 복수의 안을 함께 제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추계위 관계자는 "추계위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며 "최종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위원들 의견을 최대한 모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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