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광고'의 함정
[조명호 기자]
쿠팡의 광고 시스템이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구조적 비용 전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단순한 광고비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이 가진 정보 우위와 결제 구조를 이용해 사실상 '자동 과금'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MBC 보도에 따르면 쿠팡은 2024년 한 해 동안 입점업체와 납품업체로부터 광고비와 판매장려금 명목으로 총 2조3천억 원을 거둬들였다. 이 가운데 상당수 입점업체들은 광고가 유료로 전환된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비용이 빠져나갔다고 호소하고 있다.
2주 무료, 그 다음은 자동 과금
쿠팡 광고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무료 체험' 방식이다. 쿠팡은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광고비 지원", "프로모션 참여" 같은 반가운 문구로 광고 캠페인을 안내한다. 2주간 최대 21만 원까지 무료다. 초기에는 실제로 비용이 한 푼도 나가지 않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무료 기간이 끝나면 광고는 자동으로 유료로 전환되는데, 이 과정에서 명확한 재동의 절차나 적극적인 고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입점업체들의 주장이다. 광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설정된 일 예산이 그대로 매일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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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광고팀의 이메일 쿠팡은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광고비 지원", "프로모션 참여" 같은 반가운 문구로 광고 캠페인을 안내한다. 2주간 최대 21만 원까지 무료다. |
| ⓒ 조명호 |
동일한 온라인 광고라도 네이버 쇼핑과 쿠팡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네이버 쇼핑 광고는 선불 충전 방식이다. 광고주는 미리 광고비를 충전하고, 설정한 한도 내에서만 광고가 집행된다. 잔액이 소진되면 광고는 자동 중단되며,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쿠팡은 후불 정산 차감 방식을 사용한다. 광고비는 별도로 결제되지 않고, 상품 판매 후 지급되는 정산금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판매자는 "돈이 나간다"는 직접적인 체감 없이 광고비를 부담하게 된다. 마치 월급에서 자동 이체되는 보험료처럼 말이다.
업계에서는 이 구조가 플랫폼 입장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는 극히 불리한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광고 노출 정보는 플랫폼만 알고 있다
또 다른 핵심 문제는 정보 비대칭성이다. 광고가 언제, 어떤 키워드로,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대부분 쿠팡 시스템 내부에만 존재한다. 입점업체는 사후적으로 비용 청구 내역을 확인할 뿐, 실시간으로 광고 효과를 통제하거나 중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입점업체들은 광고비 집행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설정한 예산을 초과해 집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광고 집행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한참 뒤에 미수금 알림을 받았다"는 하소연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직매입 구조에서도 반복되는 '광고비 요구'
문제는 입점업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쿠팡은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거래에서도 납품업체로부터 광고비와 판매장려금을 받았다.
2024년 기준 판매촉진비(광고비 명목)로 약 1조 4천억 원, 판매장려금으로 약 9천억 원을 거둬들였다. 판매장려금만 해도 직매입 거래금액 대비 3.7% 수준으로, 온라인 쇼핑몰 평균을 웃돈다.
상품을 매입한 주체가 쿠팡인 만큼, 해당 상품의 마케팅 비용 역시 쿠팡이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 관행이다. 그러나 쿠팡은 납품가를 낮게 책정하면서도 추가로 광고비와 판촉비를 요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쿠팡이 먼저 친절하게 전화하는 경우는 딱 한 가지 "광고 팔 때"
쿠팡 입점업체들이 쿠팡 본사와 전화로 소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의할 내용이 있어도 온라인 문의 시스템을 통해서만 연락이 가능하다. 챗봇과 이메일로 답을 받다 보면 속이 타들어간다는 게 입점업체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그런데 쿠팡 본사가 먼저 전화를 거는 경우는 바로 광고를 권유할 때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평소에는 이메일과 챗봇으로만 답변을 받다가, 광고 캠페인 안내 때만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온다"며 "필요할 때는 연락이 안 되다가 광고 영업할 때만 친절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는 쿠팡이 광고 시스템을 단순한 선택 서비스가 아니라 수익 구조의 핵심 축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왜 이제서야 들여다보는가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 분야에서 광고비와 판매장려금 부담이 과도하다"며 유통업체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구조는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쿠팡 광고 시스템의 자동 과금 방식과 정산 차감 구조는 수년간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사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셀러 허브' 등에는 2022년부터 관련 민원과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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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쿠팡 본사가 입점업체에게 먼저 친절하게 전화하는 경우는 딱 한 가지이다. 그것은 광고를 팔 때이다. |
| ⓒ 연합뉴 |
플랫폼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시장의 규칙을 설계하는 존재다. 특히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 시스템에서는 다음 세 가지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첫째, 명확한 유료 전환 고지와 재동의 절차. 둘째, 광고비 상한 설정 및 자동 중단 기능. 셋째, 실시간 비용과 효과에 대한 직관적 안내.
이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것은 지원이 아니라 유인이고, 마케팅이 아니라 구조적 비용 전가라는 비판이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빠른 배송 시스템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재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에게 쿠팡 입점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지배력이 공정한 거래 관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플랫폼의 성장은 영세 판매자의 희생 위에 이뤄진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짜'라는 말이 가장 비쌀 수 있다는 사실을, 쿠팡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그 책임을 어디까지 질 것인지가 사회적 쟁점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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