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안절부절…AIDC·OTT 덮친 환율 쇼크

조인영 2025. 12. 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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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C 인프라 확장 사활 걸었지만…GPU 등 수입 장비 원가 급등에 재무 부담
해외 대작 수급할수록 ‘환율 직격탄’…벌어들인 원화보다 나가는 달러 커져
2027년 가동 예정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조감도 ⓒSK그룹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킹달러' 현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ICT 기업들의 AX(AI 전환) 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래 먹거리인 AI 데이터센터(AIDC)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통신사는 환율 상승이 원가 급등에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 또한 해외 콘텐츠 제공사(CP)에 지급하는 달러 비용이 커져 재무적 압박을 가중시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연초 예측치보다 100원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초 연구기관과 금융기관들은 1300원대 중후반을 예상했었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통화정책 기조를 반영한 예측치도 1400원 선이었다.

하지만 실제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했다가 외환당국의 고강도 시장 안정 조치에 힘입어 지난 24일 주간거래 종가 1449.8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불확실한 대외 여건 속에 환율이 언제든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경계감은 여전하다.

환율이 오르면서 통신사, OTT 등 ICT업계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인프라 구축, 콘텐츠 수급 등 달러 결제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은 환율 상승이 곧 원가 급등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AI(인공지능)+ICT(정보통신기술)를 합친 AICT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I DC 구축이다. AI DC는 AI 연산에 특화된 데이터센터로, 대규모 AI 가속기, 특수 냉각 장치, 서버 랙 등 주요 자재를 필수로 한다.

SK텔레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구축 협력을 발표하며 고성능 AI 데이터센터 설계·전력·냉각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AI DC 인프라 고도화를 구체화했다. 또한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 ‘해인(Haein)’ 가동 계획도 발표했다.

KT는 kt cloud를 통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용량을 320MW 이상으로 확대하고 경북(10MW), 가산(40MW), 부천(80MW) 등 신규 센터를 순차 개소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파주 AI DC 투자를 통해 이곳을 서버 10만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들 AI DC 구축 시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핵심 자재는 해외에서 조달해야 한다. 산업계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GPU 26만장을 확보했지만 환율 상승으로 단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블랙웰 B200의 경우 가격 수준이 3만~4만 달러(4324만~5766만원)로 알려져있다. 환율이 100원 오르면 기기당 가격이 300~400만원 뛴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밖에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특수 냉각 장치, 서버 랙 등 주요 자재의 수입 단가도 동반 상승해 전체 건설 원가(CAPEX)를 밀어올리게 된다.

특히 SK텔레콤처럼 서비스형 그래픽처리장치(GPUaaS) 사업을 본격화한 기업일수록 B200과 같은 고가 장비 도입 시 달러 지출 확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GPU 인프라 관련 비용은 증가 추세"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건설비는 데이터센터 한 동에 7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나 환율 영향이 생각 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티빙·웨이브 로고ⓒ각사

OTT업계는 해외 CP에 지급하는 콘텐츠 수급 비용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다. 국내 콘텐츠를 위주로 하는 업체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지만 해외 작품일 경우 달러로 판권료를 지급하는 관계로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 오리지널이 아닌 미 본사가 만든 콘텐츠 등을 한국에서 상영하려면 본사에 이용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신규 계약건이면서 장기 계약일수록 납부 부담도 늘어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콘텐츠를 달러 기준으로 계약하는 구조상 환율 상승 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OTT별로 계약 구조가 상이하니 일률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쿠팡플레이의 경우 왕좌의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등 '미드 명가' HBO와 올해 3월 국내 독점 콘텐츠 파트너십을 체결해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도 해외에 수출하고는 있지만 포트폴리오상 해외 비중이 높을수록 벌어들이는 원화 수익 보다는 나가는 달러 비용이 커져 구조적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화 콘텐츠 수입 시 통상 달러 지급 계약을 하기 때문에 강달러면 살 때 손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 콘텐츠 수급 비중이 많고 장기 계약 건도 있어 강달러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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