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배경 학생 J의 문제행동... '온 마을'이 필요하다

김경호 2025. 12. 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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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입국한 이주배경 학생이 한국어 교육 시간에 겪는 어려움

[김경호 기자]

9월 들어 한 아이(아래 J)가 디딤돌 학교에 왔다.

OO초 2학년 학생인 J는 중국에서 온 이주배경 학생인데, 청강생(聽講生)으로 위탁 받았다. 지난 8월 1일 부터 초등학교 3~6학년 9명(모두 중국인, 초4학년~중 1학년 연령대임) 학생들에게 한국어 집중 교육을 시작했기에, J는 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갈 수 없었다.

며칠 동안, J는 형, 누나들과 함께 수업을 해서 인지 얌전했다. 그런데 익숙함이 쌓인 얼마 후부터 달라졌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았고, 중국어를 많이 했다. 중국어를 하지 말라고 부탁했지만, 도무지 듣지 않았다. J가 중국어로 말하자, 다른 학생들도 중국어를 사용하게 되어 한국어 집중 교수·학습 활동은 흩뜨려졌고, 학습 분위기는 여지없이 훼손되었다.

또 다른 특이한 행동도 했다. 교실을 이리저리 배회하기 시작하더니, 아예 교실 바닥에 눕기도 하고, 창가로 가 커튼으로 몸을 휘감았다. J의 돌출 행동을 여러모로 제재(制裁)해 보았지만, 도무지 교사의 지시와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매일 2시간 시간강사로 수업 하는 나도 당황스럽고 어려웠지만, 6교시까지 수업을 하는 담임 교사는 너무 힘들 것 같았다.

J와 학습 타협(妥協)을 했다

J에게 맞춤형 학습 과제를 제시했고, 학습량을 대폭 줄여주며 학습 과제 이행을 잘하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다. '괜찮은 타협이었을까?' J는 제법 학습 의욕을 보이며 학습 과제를 잘 처리해 주었다. 그때마다 칭찬해 주며, 약속한 대로 보상(한국 과자나 사탕을 줌)해주었다. 하지만 얼마 간 시간이 지나자, J는 다시 흐트러졌고, 이내 딴전을 부렸다.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J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담임 선생님과 J의 심각한 학습 상황을 공유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J에게 좀 문제가 있고 섣불리 단정 짓기는 그렇지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인 것 같다며 걱정하셨다. 나 역시 J가 여느 학생들과 달리 한국어 학습의 출발점이 달라 학습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과 실제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가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담임 선생님은 J의 어머니를 불러 상담했는데, 어머니께서 몹시 속상해 하며, J의 행동을 그냥 무시해 달라 하셨다고 했다. 엄연히 학생들에게 학습권(學習權)이 있는데, J의 학습 방해 행동을 무시해 달라는 어머니의 의견은 옳지 않았다. 하루빨리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호되도록 J를 분리하여 맞춤형 한국어 교육 방안을 찾아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음날 센터의 관계자와 이중언어상담사가 왔다. J 하고 상담했고, J 어머니와도 상담했다. 어떤 상담을 해서 적절한 지원 방안을 찾았는지 알 수 없었다.

지난 42년 동안 학생 교육을 담당했던 경험을 소환해 보았다.

J 처럼 중도 입국한 이주배경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교육적 개입이 필수적일 것이다. 학생 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 방안으로, J의 경우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여 생긴 학습 장애이면 담임교사 지도 플러스(plus) 한국어 교원 튜터(tutor) 지원, 한국어 교육을 전공한 퇴직 초등 교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있겠다. 만약 특수 교육 대상자로 판정될 경우, 이중의 교육적 장벽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다 더 체계적이고 융합적인 교육적 지원으로 특수학교(급)에 배치하는 선택지도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았다.

J는 다른 이주배경 학생들과 다르게 중도 입국한 이주배경 학생이고, 어린 초2학년 학생이며, 더군다나 1개월 늦게 청강생으로 위탁 받았기에 언어적 어려움, 정서적 혼란, 교실에서의 고립감 또는 차별적 시선 등 복합적으로 심리적 스트레스(stress)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J에게 적합한 맞춤형 한국어 교육과 의사소통 지원 방안을 찾아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하루빨리 J에게 적합한 한국어 학습 상황을 만들어 주고, 한국어 노출 환경 조성 및 노출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준다면, 좀 더디더라도 틀림없이 한국어를 잘 익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즐겁게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나는 소중한 사람! 아끼고 사랑해요 디딤돌 학교의 교실에 게시한 환경물
ⓒ 김경호
디딤돌 학교 담임교사 및 관계자, 학부모, 운영 센터의 관계자 및 해당학교 담임교사가 함께 논의하여 J에게 적합한 한국어 교육 방안을 빨리 찾아주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든 J와 같은 이주배경 학생들도 한국의 공교육 울타리 안에 연착륙시켜 '학교 밖 청소년'이 되지 않도록 교육 주체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9월까지 오전 수업과 학생 상담을 병행·실시하고, 10월에는 위탁 교육 취소 여부를 결정할 거라고 했다. 부디 심사숙고해서 J에게 적절한 한국어 교육 방안을 찾아 주길 바란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J는 디딤돌 학교 위탁을 취소했고 해당 학교로 복귀시켰으며, 정기적인 학생 상담 지원은 계속 한다고 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았다.

J를 위한 디딤돌 학교의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엄연한 한계가 있었다. J가 다시 OO초등학교로 복귀했으니, 교사-학교-가정-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J에게 적합한 포용적 교육 환경을 함께 만들어 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결국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J야! 꼭 한국어를 잘 익혀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길 바랄게.

덧붙이는 글 | 중도 입국한 이주배경 학생에게는 다양한 맞춤형 한국어 교육 방안이 필요합니다. 함께 적합한 교육 방안을 찾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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