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문상담 5년, '회복'의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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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문상담을 시작한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학생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학교생활 적응을 살피며, 가족과 친구 관계까지 함께 본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문상담은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 아이가 다시 웃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자." 그것이 내가 지난 5년간 지켜온 학교폭력 피해학생 상담의 철학이자, 앞으로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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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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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학생전담지원기관 피해학생전담지원기관 입니다. |
| ⓒ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
학교폭력 사건은 언제나 '절차대로' 진행된다. 진술을 듣고, 조사를 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처분이 결정된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그 모든 과정이 불안하다. '내가 받은 피해가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어쩌나', '쌍방 주장으로 오히려 내가 가해자로 오해받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따라다닌다.
학교를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학교가 나의 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 그 불안감이 피해학생의 회복을 가로막는다. 학교는 '중립적 절차'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상담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공감이다. 공감은 단순히 "힘들었겠다"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충분히 들어주고, 울 수 있게 하고, 마음속의 응어리를 꺼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사실관계를 차근차근 정리한다. 감정을 먼저 다독이지 않으면, 아무리 정확한 분석도 그 아이에게는 또 다른 상처로 남는다.
학교폭력 피해의 회복은 '원상복구'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서 속 사과문이나 반성문으로는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신체적 피해보다 정서적 충격으로 더 큰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치유적 회복'을 강조한다. 시간이 필요하고, 전문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때로는 같은 공간에서 마주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거리두기와 환경변화'가 필요하다. 반면, 서로의 관계가 오해로 얽혀 있다면 중재와 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사건에는 정답이 없기에, 상황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의 마음 상태를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상담가로서 '현명한 중재자'이자 '회복의 동반자'가 되려 한다.
심의 결과가 공정하게 나오면 피해학생은 일차적인 안정을 얻는다. 하지만 진정한 회복은 그 이후에 시작된다. 나는 이를 '추수관리'라 부른다. 상담이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학생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학교생활 적응을 살피며, 가족과 친구 관계까지 함께 본다.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피해학생이 다시 웃을 수 있는 그 순간, 비로소 상담은 마무리된다.
5년간의 경험을 통해 나는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되었다. 학교폭력의 해결은 '처벌'이 아니라 '회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에게는 안전한 환경과 공감의 언어가 필요하고, 가해자에게는 반성과 교정의 기회가 필요하다. 두 학생 모두가 다시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성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이 교육적 의미의 해결이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문상담은 단순히 사건을 처리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 한 명의 인생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상담실 문을 열며 다짐한다.
"이 아이가 다시 웃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자." 그것이 내가 지난 5년간 지켜온 학교폭력 피해학생 상담의 철학이자, 앞으로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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