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15년 근무한 교사의 확신, 학교를 바꿀 수 있는 '힘'

현병순 2025. 12. 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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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연대로 연결된 빛고을혁신학교의 꿈틀대는 이야기

[현병순 기자]

나는 15년간 혁신학교에 몸담았다가 지금은 일반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다. 일반 중학교라니. 학교는 같지만 혁신학교와 구분하다 보니 혁신학교가 아닌 학교를 '일반학교'라고 부른다. 나는 일반학교에 근무하는, 빛고을 혁신학교에서 동료 교사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경험을 떠올리며 내 안의 저장된 힘을 길어 올리는 혁신바라기 교사이다.

혁신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일반학교에서 혁신학교로 온 교사가 몇 개월 간을 경험하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혁신학교에서는 진짜 하네요." 연수도 진짜, 교사의 연구회도 진짜, 회의도 진짜. '진정성'으로 이어지는 그 말에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로서 자부심이 차올랐던 기억이 있다.

지난 19일 금요일 오후 2시, 수업을 교체하여 시간을 확보하고 행사가 열리는 광주동산초등학교로 향했다. 행사는 제3회 빛고을혁신학교연대(아래 빛연대) 포럼이다.

시작 5분을 남겨두고 도착했다. 마음은 바쁜데, 4층 포럼 행사장으로 가는 길 곳곳에 붙여져 있는 광주동산초학생들의 수업결과물들과 공간이 주는 포근함으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15년으로 광주에서는 가장 오래된 혁신학교의 깊은 면모를 보여준다. 포럼 행사장 광주동산초등학교 '우리 마루'에 도착하니 마치 공간이 우리를 반기는 듯하여 벌써 기대감에 들뜬다.
 빛연대 포럼 행사가 열리는 광주동산초등학교 '우리 마루', 공간이 주는 따스하고 자유로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 현병순
빛연대포럼은 '빛고을혁신학교 15년 – 우리가 일궈온 학교의 변화' 영상을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일상으로 확장하는 민주주의 –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자율과 책임의 학생자치, 소통과 참여의 교실 민주주의, 학부모의 모든 아이의 성장을 지원하는 학교 참여 활성화, 공간 민주주의 실현(친구들과 마음껏 배우며 놀 수 있는 곳간,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 예술을 발산할 수 있는 공간).
모두 잘 삶을 배우는 교육과정 –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교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배움, 배움과 삶이 일치된 교육과정.
협력과 연대의 실천공동체 – 연구하고 성찰하며 전문성을 키워가는 교원의 실천학습공동체, 상호교류로 배우며 성장하는 혁신학교 네트워크, 세상과 연결하는 학교 교육과정.

바로 이거다. 이것을 우리 사회의 공립학교에서 이루어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알기에 더욱 벅차다. 어려운 교육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위와 같은 대단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빛고을혁신학교가 걸어온 길이었다. 초중등 각 4개의 학교로 2011년 출발한 빛고을혁신학교는 2025년 12월 현재 유·초·중등 67개 학교이다.
 2022년 11월 24일, 광주 혁신학교의 새로운 도약을 알린 '빛고을혁신학교연대(빛연대)' 출범식 현장.
ⓒ 현병순
교육청과의 소통이 소원해지고 지원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음을 알아차린 교사들은 혁신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마침내 2022년 11월 24일 연대의 끈을 엮었다. 빛연대의 비전은 '연결·대안·견인'이다. 이는 ▲연결 –사람, 학교의 연결 ▲대안- 혁신학교 발전 방안 함께 찾기 ▲정책 – 교육청 정책 모니터링, 적극적인 의견 제시와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혁신학교는 연대에 의지하고, 연대는 혁신학교의 힘이 되어 올 수 있었다.

2025년에도 빛연대는 세 가지 활동 목표를 세우고 빛고을혁신학교와 함께 걸어 왔다. 세 가지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권역별 포럼'과 '학교 여는 날' 이 더 많은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참여하고 또 연결합니다. 둘째, 혁신학교 정책연구를 통해 학교 현장을 살피며, 정책 방향을 모색한다. 셋째, 권역 네트워크의 내실화와 활성화를 위해 연대 밴드를 혁신학교 온라인 플랫폼으로 열어놓는다.

포럼에는 무려 30여 개의 학교 80여 명의 교원들이 참가했다. 참가 학교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참가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참 잘 왔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힘입니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30여 개 학교, 80여 명의 교원이 참석한 빛연대 포럼. 참석자들은 서로를 환대하며 "우리가 서로의 힘" 임을 확인했다.
ⓒ 현병순
포럼의 특별 강연이 이어졌다. 2026년에는 교육 지형에 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더불어 빛고을혁신학교는 시대와 교육의 전환기에서 빛고을혁신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에 도움을 얻기 위해 교육 혁신에 관한 깊은 통찰로 연구와 실험, 실천을 계속 해오고 계시는 뉴스쿨 디자이너 함돈균 교수님을 강사로 모셨다. 주제는 ' 혁신학교를 위한 질문: 초연결학교란 무엇인가?' 80분 강의가 100분이 되었지만 모두 초집중. 눈은 초롱초롱 .
▲ 사진4 함돈균 교수님 특강. 혁신학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깊은 통찰을 공유하고 있다.
ⓒ 현병순
함돈균교수님은 연구와 실천 사례를 바탕으로 교육과 학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 사회 교육의 위기는 무엇인가? '한국적 입시 엘리트교육의 파탄, 그리고 그로 인해 보통교육과정의 사유의 위기.' 무엇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배움과 삶의 연결, 사회와 학교의 연결.'
배움과 함께 또 힘을 얻는다. "빛고을혁신학교를 보니 초연결학교의 핵심인 세상·삶과의 연결을 이미 해오고 계십니다. 다만 그것들이 파편적이고 분절되어 있다면 유기적·통합적으로 연결하여 나가시면 됩니다." 혁신학교들이 시도하고 있는 교육과정이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은 고민이 또아리를 틀고 앉았다.
 '선생님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혁신교육의 미래입니다. '정책 제언을 발표후, 교원들은 각자의 염원을 담아 '빛고을혁신학교 발전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현병순
포럼의 마지막 순서. 빛연대는 참가교원들과 함께 '빛고을혁신학교 발전을 위한 7대 영역 19개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차기 광주교육정책 수립 주체에게 제언하는 것으로, 11월 혁신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답변과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제언은 혁신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성, 자율성, 전문성이 더욱 잘 발현되려면 어떤 행정적·정책적 지원이 필요한지를 정리한 것이다. 정책 제언 7대 영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정의 안정적 운영 및 지속성 확보를 위한 재정 및 인사 지원 시스템 구축
둘째, 학교 현장 상시 밀착 지원 시스템 및 사례 구축·공유 플렛폼 구축
셋째, 상호 배움과 나눔의 기반인 혁신학교 네트워크 활성화와 내실화 지원
넷째, 지속가능한 혁신 실천을 위한 학교 및 교원 역량 강화 지원 확대
다섯째, 혁신학교 성장과 성과 확산을 위한 체계적 연구 추진
여섯째, 현장과 함께하는 정책 수립 및 행정지원체제 구축
일곱째, 혁신학교 가치 기반 다양한 유형의 심화 모델 전환

빛고을혁신학교는 2014년 만들어진 '광주광역시 혁신학교 지정·운영 조례'에 의하면 '공교육 내실화의 성공 모델을 창출하여 이를 확산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이다. 이에 따라 빛고을혁신학교와 교원들은 학교의 위기를 학교가 교육의 본질을 추구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했으며, 그 과정에서 협력과 소통의 학교 문화 풍토를 만들고 확산시켜 왔다.

빛연대의 '빛고을혁신학교 발전을 위한 7대 영역 19개 정책' 제언은 한 마디로 "빛고을혁신학교는 교육과 학교의 발전을 위해 더 나아가고 싶다, 그러니 교육청은 혁신학교 구성원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게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차기 광주교육정책 수립 주체가 되기를 꿈꾼다면, 이런 자발적인 교원들의 꿈에 반드시 호응해야 한다. 우리의 실천과 연대는 학교를 바꿀 수 있고, 이미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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