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도 못 다스리면서 170여 명 국회의원을 이끈다? [김채수의 "왜 가만히 있어?"]
보좌진 대화방 공개…방어용 인질이었나
신뢰 있던 관계라면 왜 보좌진이 녹음까지?
"견디겠다"니…대국민 버티기 선전포고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 167석의 원내사령탑 김병기 원내대표.
대한항공 숙박권 수수, 가족 공항 의전 요구, 병원 진료 특혜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온다. 자녀의 대학 편입을 위해 보좌진과 구의원을 사적으로 동원했고, 전직 보좌진의 취업 길까지 막으려 쿠팡 대표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이 모든 추문에 대해 김병기 원내대표가 내놓은 해명은 기가 찰 노릇이다. "보좌진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더니, 급기야 자신이 면직시킨 보좌진 6명의 대화방 내용을 공개하며 "이들이 나와 가족을 난도질했다"고 역공에 나섰다.
자기 손으로 면직시킨 보좌진을 탓하며 단체 대화방 내용까지 공개하는 이 황당한 상황을 보며 떠오르는 말이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자기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의원실 보좌진 여섯 명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170여 명의 국회의원을 지휘하는 집권여당의 원내대표 자리에 앉아 있단 말인가.
보좌진에게 발목 잡힌 원내대표, 이것이 민주당의 수준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보좌진들의 대화방 존재를 알았고, 닷새 뒤 이들을 직권면직했다고 밝혔다. 이상한 점은 바로 그 시차다. 이제 와서 본인이 벼랑 끝에 몰리자 갑자기 대화방 내용을 공개하며 "이들이 내란을 희화화하고 여성 구의원을 도촬했다"고 폭로한다.
정말 그들의 대화가 심각한 범죄였다면 왜 그때는 침묵했는가.
답은 명백하다. 자신의 비위가 드러날 때를 대비해 숨겨둔 방어용 인질이었기 때문이다. 보좌진이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폭로하자, 기다렸다는 듯 "이들은 공익제보자가 아니라 사적 복수를 하는 자들"이라며 대화방을 공개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마저 "보좌진과의 갈등을 탓하기 전에 의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가 우리 국회의원 전체가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뱉었다. 같은 당 중진의원이 보기에도 김병기 원내대표의 대응은 적절치 못했다는 방증이다.

약자를 향한 칼날, 이것이 좌파의 본모습
보좌진과 국회의원의 관계에서 약자는 명백히 보좌진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신뢰 속에 오갔던 말과 부탁이 갑질로 둔갑했다"고 억울해한다.
신뢰가 있던 관계라면 왜 보좌진들이 대화를 몰래 녹음까지 해뒀겠는가. 신뢰가 아니라 두려움이었고 부탁이 아니라 강요였기 때문이다.
갑질을 당하는 사람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증거를 남긴다. 녹음한 것 자체가 이미 그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민주당과 좌파 진영은 늘 평등과 약자보호, 불평등 해소를 부르짖는다. 하지만 정작 김병기 원내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무엇인가. 자신의 비위를 고발한 전직 보좌진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그들의 신원이 특정될 수 있는 대화 내용을 서슴없이 공개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밑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것, 이것이 민주당이 감추고 싶었던 진짜 얼굴이다.
막장드라마보다 못한 집권여당의 수준
텔레비전 막장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온갖 추문에 휘말리면서도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뻔뻔하게 버티는 장면이 나온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고 혀를 끌끌 찬다. 그런데 지금 김병기 원내대표가 보여주는 모습이 딱 그렇다.
그는 당내 단체 대화방에 "쏟아지는 빗줄기는 감내하겠다"며 "든든한 우산인 의원들을 믿고 견디겠다"고 한다. 견디겠다고? 반성은 커녕 버티기에 들어간다는 선전포고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숙박권 160만원 때문이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전가하는 비겁함, 그리고 위기 탈출을 위해 약자를 제물 삼는 잔인함 때문이다.
자기 의원실 6명마저 마음을 얻지 못해 녹음기를 켜게 만든 사람이 무슨 리더십으로 거대 집권여당을 이끌겠다는 것인가. 리더십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정치력은 권모술수가 아니라 신뢰로 쌓이는 것이다.
묻고 싶다. 전직 보좌진 뒤꽁무니나 캐고 다니는 사람을 원내대표로 앉혀놓은 민주당은 민생과 개혁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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