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먹고 사는 우주개발 [최준호의 뉴스터치]

최준호 2025. 12. 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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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빛-나노는 이륙 약 30초 후 기체에 이상 현상이 감지됐고, 화염에 휩싸였다. 이후 발사체가 폭발하는 듯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뉴스1]

23일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진행된 국내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의 첫 상업용 발사체 한빛-나노의 발사가 실패로 돌아갔다. 추력 25t급 2단형 소형발사체인 한빛-나노는 이륙 30초 만에 기체 이상이 감지됐고, 1분 20초 만에 안전구역으로 낙하하면서 폭발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애초 한빛-나노에 브라질과 인도의 소형위성 5기 등 총 8기의 탑재체를 고도 300㎞의 지구 저궤도에 올릴 예정이었다. 실패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새로 개발한 액체메탄 엔진을 단 2단 부분의 문제가 원인이 아니었나 추정하고 있다.

발사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1만원 언저리까지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원성이 넘쳐나고 있다. 세상의 얕은 인심은 원래 그런 것이다. 하지만 우주 개발은 본질적으로 실패를 전제로 설계되는 산업이다. 수천 개 부품이 극한 환경에서 동시에 작동해야 하고, 단 한 번의 비행으로 모든 결과가 결정된다. 세계 최강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거듭된 실패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와 경험이 되레 빠른 기술 진보를 낳았다. 스타십이 화염에 휩싸인 발사장에서 일론 머스크가 웃고 있는 사진은 스페이스X의 성공 비결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한국 우주산업은 지금 막 정부 주도 개발에서 민간 중심의 상업 우주로 넘어가는 문턱에 서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첫 상업발사의 실패는 시작의 시작일뿐이다. 향후 계획된 2차 발사 도전에 문제가 없도록, 한국 사회가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와 기업만이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노스페이스에 격려를 보낸다.

최준호 과학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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