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발견한 엑스트레 향수의 끝판왕

김하늘 2025. 12. 25. 08: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트레(Extrait)의 새 기준을 제시하는 엑스니힐로의 ‘블루 탈리스만 엑스트레 드 퍼퓸’. 푸른 보석 같은향 의 세계로

지난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엑스니힐로의 프레스 이벤트는 ‘블루 탈리스만 엑스트레 드 퍼퓸’의 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창립자 실비 로데이(Sylvie Loday), 올리비에 로이에르(Olivier Roye‵re), 브누아 베르디에(Benoît Verdier) 그리고 마스터 퍼퓨머 조르디 페르난데스(Jordi Ferna′ndez)는 향의 탄생 과정과 제품에 담긴 원료, 하우스가 그리는 퍼퓨머리의 비전을 차례로 전했다. 세션 후 찾은 세계 최초의 보석학 교육기관 오트 에콜 드 주얼리(Haute E′cole de Joaillerie)에서는 정교한 세공을 통해 하나의 주얼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드로잉한 푸른 보석과 이를 닮은 향수는 블루 탈리스만 엑스트레 드 퍼퓸, 50ml 43만원, Ex Nihilo.

이는 세공된 면마다 다른 각도로 빛을 반사하는 보석처럼 각각의 원료가 레이어를 이루며 완성되는 블루 탈리스만의 입체적인 향기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다. 갤러리 조제프에서 이어진 프라이빗 디너에서는 아티스트 저스틴 와일러(Justin Weiler)의 설치미술 작품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여러 겹의 유리와 빛의 굴절이 만들어낸 그의 작품은 낮동안 마주한 블루 탈리스만 엑스트레 드 퍼퓸 향기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펼쳐 보이며, 엑스니힐로가 지향하는 공감각적 미학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이 경험들은 향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으로 이어졌고 그 답을 듣기 위해 창립자 브누아 베르디에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스틴 와일러의 설치미술 작품이 만든 빛과 레이어.

올해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향인 ‘블루 탈리스만 오 드 퍼퓸’의 ‘엑스트레’ 버전을 선보였다. 어떤 점이 달라졌나 오 드 퍼퓸이 향의 첫인상을 밝고 경쾌하게 표현한다면, 엑스트레는 그 구조를 더 깊고 농밀하게 확장한 버전이다. 30%의 부향률과 풍부한 원료 구성 덕분에 향의 레이어가 더욱 또렷하게 펼쳐지고, 부드럽고 풍성한 텍스처가 오래 머문다.

한국에서는 아직 ‘엑스트레’가 강하거나 부담스럽다는 인식도 있다. 엑스니힐로의 엑스트레를 통해 소비자들이 어떤 후각적 경험을 느끼길 바라는지 엑스트레라고 해서 모두 ‘강하다’고 보기엔 블루 탈리스만 엑스트레 드 퍼퓸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높은 농도를 지녔지만 단순히 강도를 올린 향이 아니라, 원료의 ‘트위스트’를 통해 깊이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강한 향기로 공간을 압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서히 확산돼 오래도록 잔향이 남는 방식을 지향한다. 이 절제된 우아함을 느껴 보길 바란다.

세 명의 엑스니힐로 공동창립자.

블루 탈리스만 엑스트레 드 퍼퓸은 향의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핵심 노트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기존 오 드 퍼퓸의 싱그럽고 스파클링한 배 노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위에 크리미하고 포근한 어코드를 가미했다. 이어지는 재스민은 벨벳 같은 질감을 부여해 밝게 시작한 향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따스하게 전환되는 흐름을 만든다. 정교하게 설계된 향의 전개와 텍스처가 이 향수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모든 것을 푸른빛으로 감싸는 듯한 ‘블루’ 아트워크도 인상적이다. 어떤 무드보드를 상상하며 비주얼 컨셉트를 잡았는지 농축된 향이 가진 에너지와 ‘탈리스만’의 상징성을 시각적으로 담기 위해 노력했다. 엑스니힐로를 대표하는 블루 톤을 중심에 두고 보석 같은 광채와 아우라를 키워드로 비주얼을 완성했다.

유서 깊은 오트 에콜 드 주얼리에서 포착한 정교한 주얼리 세공 과정.

소비자들이 이 향을 어떤 순간에 떠올려주길 바라나 행복이나 자신감 혹은 평온함이 필요한 순간,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향수이길 바란다. 착향과 동시에 찬란한 푸른 보석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처럼 깊고 차분한 몰입감을 선사할 것.

엑스니힐로의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힌트를 준다면 조향사 루이스 터너(Louise Turner)가 하우스의 대표작을 새롭게 확장한 엑스트레 드 퍼퓸을 준비 중이다. 리비에라의 황혼을 떠올리게 하는 매혹적인 향이 될 테니 기대해도 좋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