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면 꼭 먹는 음식" 불고기 아니었다…외국인들의 '한국인 놀이'
최승표 2025. 12. 25. 07:01

1870만명.
올해 방한 외래객 수가 역대 최고 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존 최고치였던 1750만명(2019년)을 훌쩍 넘어서는 기록을 예상했다. 지난 23일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인천공항에서 올해 1850만번째로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을 환영하는 행사도 가졌다. K컬처의 영향 때문일까. 요즘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르다. 꼭 한국인처럼 먹고 마시고 논다. 경복궁·명동·남산으로 대표되는 뻔한 관광 코스를 따르지 않고, 한국인의 일상 속으로 자꾸 들어온다. 서울 곳곳을 다니며 외국인이 즐기는 ‘한국인 놀이’의 현장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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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안 먹던 서양인의 변심

18일 오전 10시. 지하철 성수역 3번 출구를 빠져나가는 에스컬레이터는 맛집 대기 행렬처럼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온갖 외국어로 소란스러웠다. 이 많은 외국인은 아침부터 어디를 가는 걸까.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성수동은 카페 투어 명소로 통했다. 소문난 카페를 순례하는 청춘으로 북적였으나 지금은 달라졌다. 카페는 여전히 많지만, 각종 지구촌 음식을 파는 식당, 기념품점, 패션·뷰티 브랜드의 팝업이 자주 눈에 띈다. 외국인 상권으로 탈바꿈했다는 뜻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성수동은 카페 투어 명소로 통했다. 소문난 카페를 순례하는 청춘으로 북적였으나 지금은 달라졌다. 카페는 여전히 많지만, 각종 지구촌 음식을 파는 식당, 기념품점, 패션·뷰티 브랜드의 팝업이 자주 눈에 띈다. 외국인 상권으로 탈바꿈했다는 뜻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성수동 2가 1동은 올 1~9월 외국인 카드 소비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0% 증가했다. 5층 규모의 ‘올리브영 N성수’가 외국인이 지갑을 가장 많이 연 바로 그곳이다. 매장은 대목을 맞은 시장통이 따로 없었다. 화장품뿐 아니라 침구, 가전제품까지 파는데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요즘 외국인은 쇼핑만 하지 않는다. 한국인처럼 먹고 한국인처럼 논다. 경기도 의정부의 약과 전문점 ‘장인한과’는 올해 성수동에서 몇 차례의 팝업 행사를 성공한 뒤 아예 매장을 냈다. 손님 60% 이상이 아시아 관광객이란다. 떡 전문점 ‘가치’의 관계자는 “쫀득한 식감의 간식을 즐기지 않던 서양인이 요즘은 떡과 한과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요즘 외국인은 쇼핑만 하지 않는다. 한국인처럼 먹고 한국인처럼 논다. 경기도 의정부의 약과 전문점 ‘장인한과’는 올해 성수동에서 몇 차례의 팝업 행사를 성공한 뒤 아예 매장을 냈다. 손님 60% 이상이 아시아 관광객이란다. 떡 전문점 ‘가치’의 관계자는 “쫀득한 식감의 간식을 즐기지 않던 서양인이 요즘은 떡과 한과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소문난성수감자탕’도 외국인이 들끓었다. 중국 항저우에서 왔다는 리잉(20)은 돼지 등뼈 살을 바르며 “네 번째 한국 방문인데 올 때마다 감자탕을 먹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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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홍대 입구의 한옥 카페 ‘신이도가’를 방문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온 요한나 바우머(20)가 대추차에 감자빵과 인절미 토스트를 맛보고 있었다. 그는 “난생처음 맛본 차와 간식이 건강한 맛이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치어리더와 한국 야구 직관도
이번에는 홍대 입구의 한옥 카페 ‘신이도가’를 방문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온 요한나 바우머(20)가 대추차에 감자빵과 인절미 토스트를 맛보고 있었다. 그는 “난생처음 맛본 차와 간식이 건강한 맛이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요즘 외국인은 ‘K놀이’에도 푹 빠졌다. 방탈출 카페, PC방, 오락실을 한국 여가 체험 공간으로 즐긴단다. 홍대 입구에 자리한 ‘T1 베이스캠프’가 외국인의 K게임 성지로 통한다. 롤·오버워치 같은 PC 게임을 즐길뿐더러, 프로게이머의 경기도 시청하고 기념품도 사간다. PC방에서 반나절 이상 머물 예정이라는 스위스인 라파엘 로페스(26)는 “스위스에는 이런 공간 자체가 드물고 이용료도 무척 비싸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즐기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개별여행객만 그런 게 아니다. 단체관광객도 취향을 찾아 움직이고, 이색 여행지를 찾는다. 대만에서 활동한 한국인 치어리더 이다혜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직관하는 여행상품을 통해 대만 관광객 104명이 방한한 게 대표적이다. 여행사 ‘원더투어’는 APEC 기간 새로운 경남 여행상품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17개국 방문객은 진주남강유등축제에서 유등을 띄우며 소원을 빌었고, 논개시장에서 육전과 냉면을 먹었다. 하동에서 스카이워크를 걷기도 했다.

관광공사는 ‘인바운드 마케팅 지원 사업’을 통해 방한 관광의 다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관광공사 김종훈 국제관광본부장 직무대리는 “지자체·여행사·자영업자 등 어디라도 관광객 유치에 관심 있다면, 노하우를 전하고 해외 판촉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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