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서학개미, 양도세 비과세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하루 만에 1480원대에서 1440원대로 치솟았다(환율은 하락). 외환 당국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구두 개입에 나선 데다, 해외 투자를 국내로 돌린 개인에게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깎아주는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면서다. 원화값 급락 흐름에 제동이 걸렸지만, 외환시장 불안이 가시진 않았다.
24일 오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33.8원 오른 1449.8원에 마감했다. 이날 기록한 상승 폭은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3년1개월 만에 최대다. 1470~1480원대로 추락했던 원화가치가 다시 오른 건 정부의 강력한 구두 개입과 이날 발표된 외환 안정 세제 지원 방안이 맞물린 결과다.

구두 개입은 외환 당국 책임자가 환율 흐름에 영향을 주기 위해 간단히 발언하거나 성명을 내놓는 걸 뜻한다. 이날 발언의 강도는 이례적으로 높았다.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이날 오전 공동으로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간의 대응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한 과정이었음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구두 개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당국이 대규모의 실제 개입(달러 투입)에 나서면서 원화값이 30원 넘게 상승했다는 시장 분석도 있다.
여기에 더해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주식을 사는 일명 ‘유턴 개미’에 대한 세제 혜택도 나왔다.
“양도세 아끼자고 미장서 나오겠나”…여당도 “조세 손실만 나고 실익 없다”
이날 정부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가 지난 23일까지 보유하던 해외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한 뒤 이 계좌를 통해 국내주식에 1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준다. 해외주식 양도세를 한시적으로(1년간) 매도 금액 기준 최대 5000만원까지 깎아준다. 투자 복귀 시점이 빠를수록 감면 비율도 커진다. 내년 1분기에 복귀하면 100%,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로 비과세 혜택을 줄여나가는 식이다.
예컨대 해외주식을 1750만원에 산 뒤 주가 상승으로 평가액이 5000만원이 됐다면 양도차익은 3250만원이다. 여기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하면 과세표준(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세금을 물리는 기준이 되는 금액)은 3000만원이 된다. 여기에 해외주식 양도세율 20%를 적용할 경우 세액은 600만원이다. 1분기 중 국내 투자로 복귀하면 이 세금이 전액 면제된다.
개인투자자의 선물환 매도(환헤지)에 대한 세제 지원도 마련된다. 정부는 주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하도록 지원하고, 지난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에 대해 환헤지를 실시할 경우 해당 상품 매입액(한도 1억원)의 5%를 해외주식 양도세 산정 시 추가 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이 경우 공제 금액이 최대 750만원까지 늘어난다.
또 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률을 기존 95%에서 100%로 올려준다. 익금불산입은 해외에서 이미 세금을 낸 배당금을 국내 법인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이를 100%로 확대하면 기업이 해외에서 받은 달러 배당금을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환전하더라도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세제 혜택도 서학개미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란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날 주식 커뮤니티에는 “매도 금액 5000만원 한도는 실효성이 없다. 몇백만원 양도세를 아끼자고 미 증시 상승에 따른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매력이 크지 않다” 등 부정적 반응이 다수 였다.
세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여당 기재위 의원인 이소영 의원은 “단기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계좌에서 국내주식을 팔고 해외주식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면 공연한 조세 손실만 발생하고 외환 관점에서의 실익은 없다”고 지적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해외 투자를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내부 투자가 어려운 국가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현상”이라고 짚었다.
세종=김연주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엄마 장례식 때도 마약 취했다…남경필 아들 주성의 첫 고백 | 중앙일보
- 형사 물먹인 유영철 폭주…사창가서 삼킨 '땅콩 10알' 정체 | 중앙일보
- 이재용·정의선·젠슨황 다 안경 썼다…"재벌은 라식 안한다"의 진실 | 중앙일보
- "특정 행위 요구했다"…정희원 카톡 대화엔, 고 장제원 언급도 | 중앙일보
- 술∙담배 안하던 50대 뇌졸중…매일 8캔 마신 '이 음료' 때문이었다 | 중앙일보
- '흉물' 빌라에 수퍼카 줄줄이…"1000억 달라" 10년째 알박은 사연 | 중앙일보
- "넌 오늘 죽는거야" 임신한 여친 복부 걷어차…끔찍한 남친 정체 | 중앙일보
- [단독] "책갈피 달러 뒤지다 공항 마비" 관계부처 전수조사 난색 | 중앙일보
- “25가 네 번 겹친다”…100년만에 돌아온 ‘쿼드러플 크리스마스’ | 중앙일보
- [단독] "임대료 2배 내라" 명도소송…순직해병 특검에 무슨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