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사건 ‘참사’ 첫 규정…국가가 20~30% 배상

천권필 2025. 12. 2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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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일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참사’로 규정하고 피해구제 체계를 배상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치료비·위자료 등 배상액을 산정해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표 간담회에서 의료용 산소통을 사용하는 피해자가 참석한 모습. [뉴시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참사’로 공식 규정하고, 피해구제 체계를 국가 책임에 따른 배상체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24일 정부는 정부세종청사에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 김 총리는 “오랜 세월 고통과 불안을 견뎌내야 했던 약 6000명에 이르는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사회적 참사로 명확히 하고,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다”며 “많이 늦었다. 모든 피해자와 유가족들께 머리 숙여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을 일으킨 사건이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최초로 확인됐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판결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국가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박경민 기자

정부 대책의 핵심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 강화다. 손해배상 책임을 기업 단독에서 기업과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배상액을 산정해 지급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8035명의 신청자 중 5942명이 피해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배상금을 신청한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에 추가 신청자까지 고려하면 6000명 이상이 배상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배상체계 전환을 위해 기후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를 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한다. 아울러 2021년 이후 중단됐던 정부 출연을 내년 100억원을 시작으로 재개한다.

관건은 정부와 기업 간에 배상금 분담 비율을 정하는 것이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과 원료 기업이 70~80%, 정부가 20~30%를 부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배상금의 4분의 1가량을 부담하게 될 경우 출연 규모가 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내년 2월 용역 결과를 토대로 배상금 총액 추계와 분담 비율이 정해지면 내후년 예산에 전액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피해자들과 협의를 통해 추모일을 지정하고 공식 추모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다. 피해자를 위한 생애 전 주기 지원 체계도 마련한다. 학령기인 피해 청소년은 중고등학교 진학 시 기존 추첨 방식 대신 주거지 인접 학교를 희망할 경우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교 등록금도 일부 지원할 방침이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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