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증폭기 스마트폰, 머리맡 굴레에서 벗어난 방법

이점록 2025. 12. 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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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를 읽고

[이점록 기자]

오늘날 우리는 '생각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침대에 누워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의 걱정을 미리 가불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정작 첫발을 떼지 못하는 일상이 반복된다. 우리는 이를 '신중함'이라 부르며 스스로 위안하지만, 세계적인 마인드셋 전문가 롭 다이얼은 일갈한다. 그것은 신중함이 아니라 '자기보호라는 가면을 쓴 두려움'일 뿐이라고.

롭 다이얼의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2025년 4월 출간)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머릿속으로만 성을 쌓는 이들의 등을 강하게 떠미는 책이다. 팟캐스트 'The Mindset Mentor'를 통해 수천만 명의 삶을 변화시킨 저자의 통찰이 이 한 권에 집약되었다.

불안의 원인
▲ 책표지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
ⓒ 서삼독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불확실한 미래 때문일까, 아니면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일까. 저자는 뜻밖의 답을 내놓는다. 불안의 원인은 외부 상황이 아니라 '멈춰 있는 상태'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불안을 분석하는 데 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대신 불안이 만들어내는 치명적인 패턴 하나를 정확히 짚어낸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행동은 줄고, 행동이 줄수록 불안은 커진다'는 역설이다. 우리는 흔히 불안이 사라지면 행동하겠다고 말하지만, 저자는 그 순서를 단호하게 뒤집으라고 조언한다. 행동이 먼저이고, 불안은 그 다음에 작아지는 법이다.

공포는 당신이 안전 지대의 경계선에 도달했음을 알려주는 장치다. 다시 말해 어떤 장애물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가르쳐주는 안내판인 셈이다.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지금으로부터 몇 년 뒤에는 당신의 안전 지대가 훨씬 넓어져 있을 것이다. -45쪽 중에서

행동은 '설계'의 문제

롭 다이얼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직설적이다. 그러나 이 책이 흔한 자기계발서와 궤를 달리하는 지점은 그 화살표가 늘 '구체적인 현실'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불안을 줄이는 비결이 거창한 결심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실패할 수 없을 만큼 작게 설계된 행동'에 답이 있다. 많은 이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시작의 문턱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행동은 의지력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며, 불안을 이기는 힘은 아주 작은 시작에서 나온다.

나 역시 오랫동안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머리 맡에 둔 스마트폰은 불안의 증폭기였다. 새벽까지 타인의 삶을 훔쳐보며 나의 뒤처짐을 불안해 했고, 내일의 할 일을 검색하느라 정작 잠은 설치기 일쑤였다. '내일부터는 일찍 자야지'라는 거창한 의지는 매번 무너졌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작은 약속을 했다.

"휴대폰은 거실에 두고, 침실에는 절대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다."

거창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물리적 환경을 차단했을 뿐이다. 스마트폰이 사라진 침실에서 나는 비로소 내면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자리에 대신 책이 자리 잡았다. '잠'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에 성공했다. 이 작은 승리는 다음 날 아침의 활력으로 이어졌다. 저자가 말한 '행동은 의지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는 문장이 온몸으로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작은 승리를 수시로 얻어내는 일은 마치 도미노를 무너뜨리는 일과도 같다. 첫 번째 도미노를 넘어뜨리면 나머지 도미노 조각들도 줄줄이 넘어간다. 당신의 목표가 무엇이든 수많은 작은 승리를 연달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183쪽 중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 하나를 요구한다. 침대 정리하기, 스마트폰 들여다보지 않기 등 사소한 행동을 반복하면 먼저 바뀌는 것이 있다. 바로 '나는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이다.

완벽함보다 '꾸준함'

책은 완벽주의라는 덫에 걸린 현대인들에게 '지속 가능성'의 화두를 던진다. 변화의 실패 원인은 대개 중단이 아니라, 완벽하지 못하다는 자책에서 오는 포기다. 운동을 하겠다는 결심보다 운동화를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환경 조성'이 훨씬 강력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의지가 강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기 쉬운 환경에 있을 때 반복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완벽함을 달성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꾸준한 발전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나는 꾸준함이 완벽함보다 더 우월한 가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253중에서

불안을 삶의 일부로 인정하는 저자의 태도는 불안과 싸우다 지친 독자에게 묘한 안도감을 준다. 중요한 건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있음에도 내 삶을 앞으로 움직이는 힘이다.

이 책의 조언은 청년 세대 뿐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다시 고민하는 중장년 독자에게도 유효하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망설여질 때, 머릿속에서 끝없이 답을 찾으려 애쓰는 이들에게 이 책은 선명하게 속삭인다. "불안을 이기고 싶다면, 오늘 해야 할 일 '하나'부터 하라"고.

생각이 너무 많아 몸이 무거워진 시대, 이 책의 투박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전이다. 결국 불안은 생각으로 이길 수 없으며, 몸을 움직이는 사람만이 그 늪에서 걸어 나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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