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무연고사 리포트⑧]"그래도 장례는 나라서"…고독이 당연한 곳 '부산'

박승욱 2025. 12. 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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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부산 중구 영주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정재남씨(86). 이웃 주민과 함께 담소를 나누던 정씨는 근처에 연고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여기 계단 내려가면 아흔 넘은 할머니 한 명이 있는데, 아플 때마다 죽겠다고 전화가 와서 거절하기도 뭐하고 가끔 들여다보고 있다"며 "그래도 평일엔 요양보호사란 사람이 와서 밥도 챙겨주는 것 같다"고 했다.

부산 동구의 초량동 주택가 골목에서 만난 최모씨(65)는 무연고 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을 가리키며 "저쪽 계단으로 올라가거나 작은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가면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그분들은 밖에 잘 나오지도 않고, 건강이 약해지셔서 돌아가실 날 잡아놓은 할머니도 두 분 정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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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지수 1·2위…부산 중구·동구 르포
부산 중구·동구 65세 이상 인구 비율 30%↑

지난달 27일 부산 중구 영주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정재남씨(86). 이웃 주민과 함께 담소를 나누던 정씨는 근처에 연고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여기 계단 내려가면 아흔 넘은 할머니 한 명이 있는데, 아플 때마다 죽겠다고 전화가 와서 거절하기도 뭐하고 가끔 들여다보고 있다"며 "그래도 평일엔 요양보호사란 사람이 와서 밥도 챙겨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 아들은 어릴 때 죽었고, 일본에서 와서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도 없다"며 "그래도 장례는 나라에서 해준다카대?"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 찾은 부산 중구 영주동에서 정재남씨(86)가 언급한 무연고 이웃 주민이 살고 있는 주택. 최영찬 기자

부산역 인근의 산복도로(경사지까지 개발이 이뤄지며 가장 위쪽 언덕에 위치한 도로)에 지어진 동네는 경사진 계단으로 가팔랐다. 낙후된 모습의 주택과 시설이 많았고, 일부 집 우편함에는 뜯지 않은 고지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희수씨(83)는 "6·25 때 산복도로 판자촌에 피난민들이 많이 와서 지금도 가난하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시골이면 서로 들여다보고 하는데, 도시다 보니 이웃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아시아경제가 해당 지역의 10만명당 무연고 사망자 수를 산출한 무연고 지수를 살펴보면, 부산 중구가 53.40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부산 동구(40.99), 부산 영도구(35.83) 순이었고, 서울 종로구와 중구가 뒤를 이었다.

지난달 27일 찾은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바라본 산복도로 위 밀집 주택 전경. 최영찬 기자

부산 동구의 초량동 주택가 골목에서 만난 최모씨(65)는 무연고 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을 가리키며 "저쪽 계단으로 올라가거나 작은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가면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그분들은 밖에 잘 나오지도 않고, 건강이 약해지셔서 돌아가실 날 잡아놓은 할머니도 두 분 정도 있다"고 전했다. 최씨가 말해준 곳에서 만난 김모씨(91)는 "자식들도 먼저 갔고, 남은 가족이라곤 동생 한 명인데 연락도 잘 안 한다"며 "그냥 혼자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찾은 부산 중구 영주동의 한 거리에 있는 부동산 임대 게시판. 최영찬 기자

중구와 동구 일대의 주민 게시판에는 저렴한 월세방 공고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임식씨(80)는 "몇 년 전에 술 많이 먹고 혼자 고독사한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최근엔 돌아가셨다는 소리는 못 들은 것 같다"며 "여기 대부분이 혼자 사는 사람들인데, 그래도 나라에서 요양사 같은 분들이 매일 와서 확인하니까 돌아가신다고 해도 금방 찾을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아픈 노인들은 다 병원으로 갔고, 젊은 사람들은 돈 벌러 빠져나가서 죄다 빈집만 남았다"고 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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