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한숨 부른 탄핵·해킹 포비아…2025년 한국 경제 이 장면 10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5. 12.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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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타민’ 코스피 4000·마스가

2025년 한국 경제는 격변의 연속이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정치 리스크가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고, 대규모 해킹 사태는 디지털 인프라의 민낯을 드러냈다. 코스피는 45년 만에 4000선을 돌파하며 자본 시장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고, K콘텐츠와 K조선은 글로벌 무대에서 산업·외교 자산으로 부상했다. 반면 고환율 뉴노멀, 집값 불안, 대기업 오너 리스크, 정보 유출 논란은 구조적 과제를 남겼다. 위기와 반전이 교차한 한국 경제 2025년, 주요 장면 10가지를 되짚는다.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전원 일치로 파면했다. 사진은 법정에 들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1. 윤석열 탄핵 인용·조기 대선

정치 리스크가 흔든 한국 경제

대한민국 헌정사에 전례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전원 일치로 파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4개월 넘게 이어진 정국 혼란의 종착점이었다. 헌재는 “대통령의 행위가 삼권분립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했고,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현직 대통령이 계엄 해제 이후 체포돼 수감된 초유의 사태였다.

탄핵 국면은 정치 이슈를 넘어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외국인 투자자 매도가 이어지며 코스피는 2400선까지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흔들렸다. 기업들은 투자를 미뤘고, 일부 글로벌 기업은 한국 투자 계획을 재검토했다. 정치 리스크가 경제심리를 직접 압박한 사례였다.

정국 혼란은 6월 3일 조기 대선으로 일단락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49.42%를 득표해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유권자들은 2017년 이후 두 번째 조기 대선에서 3년 만에 다시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이재명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했다. 공매도 폐지, 주주 친화 정책 등 자본 시장 신뢰 회복 조치가 잇따랐고, 시장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기업 투자도 단계적으로 재개되며 금융 시장은 회복 흐름을 보였다.

4월 18일 SK텔레콤에서 대규모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고개 숙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2. SKT는 시작이었다?

연이은 유출에 ‘해킹 포비아’

지난 4월 18일 SK텔레콤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건은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사회 전반에 ‘해킹 포비아’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해커는 홈가입자서버(HSS)를 침입해 휴대전화번호, 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심인증키(Ki) 등 25종의 개인정보를 빼돌렸다. 2021년부터 내부망에 악성코드를 심은 뒤 보안 패치 미흡과 접근권한 관리 부실 등 시스템 취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였다. 통신사 핵심 시스템이 뚫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불안은 빠르게 번졌다. 이후 롯데카드, 쿠팡 등에서도 유사 사고가 잇따르며 국내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유출된 개인정보만 SK텔레콤 2700만건, 롯데카드 300만건, 쿠팡 3370만건 등 6300만건을 넘는다.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출 정보는 다크웹(Dark Web)에서 거래되며 보이스피싱·스미싱·대포폰·대포통장·불법 스팸 문자 등 2·3차 범죄로 확산하고 있다. KT에서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활용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까지 발생했다. 정부가 긴급 보안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사후 대응에 그쳤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올해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는 사진. (연합뉴스)
3. 코스피 4000 첫 돌파

증권가 “내년 5000도 가능”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6월 20일 3000선을 회복한 뒤 10월 27일 4000선에 안착했다. 1980년 지수 집계 이후 약 45년 만의 기록이다. 4월까지 9개월 연속 유가증권 시장에서 38조원을 순매도하던 외국인이 5월부터 매수로 돌아서며 상승장의 불씨를 지폈다.

한동안 국내 증시를 외면하던 개인 투자자들도 다시 국내 증시로 복귀했다. 이재명정부의 자본 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 정책, 여기에 약달러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랠리가 겹치며 상승세에 힘이 실렸다. 코스피는 10월 들어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여섯 차례 100포인트 이상 급등했고, 10월 27일 4000선을 넘어섰다. 11월 3일에는 종가 기준 4221.87로 사상 최고치, 장중 최고치는 11월 4일 4226.75를 기록했다. 올해 코스피 수익률은 주요국 증시 가운데 1위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코스피 5000시대가 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12월 10일 기준 최근 한 달간 내년 코스피 밴드를 제시한 국내 증권사는 총 7곳으로 내년 코스피 하단을 3500~4000으로, 상단을 4500~5500으로 전망했다.

올해 K컬처 최고 화제작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였다. 사진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 장면(넷플릭스 제공).
4. 식을 줄 모르는 ‘케데헌’ 열풍

성공 비결은 ‘한국적 정체성’

올해 K컬처 최고 화제작은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였다. 6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이 작품은 누적 3억뷰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공개한 케데헌은 미국 구글 검색어 순위 2위, 영화·출연자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OST 역시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 5곡이 동시 진입했다.

작품 전반에는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정교한 고증이 녹아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고, 한국인 작곡가와 아트 디렉터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흥행은 굿즈·음원·의류 컬래버·콘서트 등 2차 시장 확장으로 이어지며 K콘텐츠의 수출 산업 모델을 구체화했다.

케데헌 인기 이면에 있는 분명한 한계도 드러났다. 케데헌의 지식재산권(IP)은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제작은 일본 자본이 투입된 미국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이 맡았다. IP 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국이 확보한 실질적 성과는 배경과 장소 노출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 K-조선 MASGA 본격 가동

조선업이 외교 카드로 떠오르다

올해 한국 조선업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단순

한 수주 성과가 아닌, 외교·안보·산업 전략을 아우르는 ‘외교 카드’로서의 역할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의미를 갖는다. 그 중심에는 한국과 미국이 공동 추진 중인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지난 7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계기로 공식화됐다.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이 가운데 1500억달러가 MASGA에 투입된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 미국 내 조선소 신설 ▲ 조선 인력 양성 ▲ 공급망 재구축 ▲ 유지·보수·정비(MRO) 등으로 구성됐다.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시스템을 접목하면 미국은 조선 인프라 회복 속도를 높이고, 한국은 북미의 안정적 수요를 기반으로 장기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경제적·전략적 이해가 맞물린 구조다.

6. 고환율 뉴노멀 시대 오나

이대로라면 내년 물가 2% ↑

연말 외환 시장은 분주했다. 11월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450원을 훌쩍 넘기고 1470원을 뚫더니, 12월 17일엔 장중 1480원까지 돌파했다. 외환 당국은 국민연금과 맺은 외환스와프를 가동해 진화에 나섰지만 달러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제 1500원을 넘볼 기세다.

올 1~10월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895억8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호가를 기록했다. 통상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들어오면 원화 가치는 올라가고 환율은 떨어져야 하는데, 원달러 환율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치솟는 중이다.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내년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치를 뛰어넘는 2% 중반까지 오를 전망이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지난 7월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계기로 공식화됐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7. 대책 반복해도 안 잡힌 집값

文정부 시즌2 연상시키는 부동산 대책

정부는 올해만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6·27 대책과 9·7 대책 발표에도 서울 한강변과 수도권 핵심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10·15 대책까지 꺼내 들었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연이은 대책 발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2억~6억원으로 제한됐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 매매에 앞서 지자체 허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된다.

무려 세 차례에 걸친 강력한 규제로 주택 거래는 줄었지만 집값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마포·용산·성동·광진구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 오름폭이 커지는가 하면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는 중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규제지역으로 묶여 갭투자가 막히자 임대차 시장까지 덩달아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경기도 구리, 화성 동탄신도시에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정부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를 목표로 부랴부랴 추가 규제지역 지정 카드를 검토 중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 수십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던 ‘문재인정부 시즌2’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 10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0년에 걸친 갈등 끝에 이혼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8. SK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결혼 10년 만에 마침표…김희영 이사는?

10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0년에 걸친 갈등 끝에 이혼을 확정했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0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노 관장의 재산분할 청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확정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와의 사이에 혼외자가 있으며, 사실상 파탄에 이른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노 관장은 “가정을 꿋꿋이 지키겠다”며 협의 이혼을 거부했고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노 관장도 2019년 12월 “SK 주식 등 재산을 분할해 달라”며 맞소송을 냈다.

재산분할에 대한 판단은 남았지만, 두 사람은 1988년부터 37년간 지속한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9. 누리호 발사 4번 만에 성공

韓 민간주도 우주개발 시대 활짝

11월에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11월 27일 오전 1시 13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카운트다운 종료와 함께 누리호가 굉음을 내며 날아올랐다. 18분 52초 만에 발사를 완료한 누리호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포함한 총 13개 위성을 모두 분리하며 임무에 성공했다. 2023년 5월 3차 발사 후 약 2년 6개월 만이다.

이번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민간 체계종합 기업으로서 발사체 제작·조립을 총괄하고 항공우주연구원 주관의 발사 운용에도 처음으로 참여했다. 지난 3차 발사까지는 발사운용 참여가 미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4차 발사는 민간 역할이 발사 과정 일부까지 확장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발사가 단순 기술 검증을 넘어 한국 우주 산업 생태계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실질적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10. 믿었던 쿠팡까지 정보 유출…

2차 피해 확산…‘주의’ → ‘경고’로

연말에는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고객 계정 정보 약 3370만개가 외부에 무단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쿠팡은 11월 29일 “지난 11월 18일 약 4500개 계정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된 사실을 인지했다”며 “즉시 관련 기관(경찰청·한국인터넷진흥원·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후속 조사 결과 고객 계정 3370만개가량이 무단으로 노출된 점을 확인했다”면서 “노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수령자 이름·전화번호·주소), 일부 주문 정보 등”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쿠팡은 “결제정보나 신용카드 번호, 로그인 정보는 노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커는 중국인인 전 쿠팡 직원으로 지난 6월 24일부터 해외 서버를 통해 장기간 내부 정보에 접근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결제 정보가 노출되지 않았다는 쿠팡 측 설명과 달리 2차 피해는 확산하는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악용한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등 2차 금융사기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를 ‘주의’에서 ‘경고’ 단계로 격상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0호 (2025.12.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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