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함시대' 부활?…"더 크고 100배 강한 '트럼프급' 황금함대 구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해군력 증강을 위해 ‘황금함대(Golden Fleet)’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주력인 9500톤급 ‘알레이버크급’을 대신할 황금함대를 이끌 3만~4만톤 초대형 전함을 ‘트럼프급(Trump Class)’으로 명명하고, 첫 전함은 ‘USS 디파이언트(Defiant)’가 될 거라고 했다. 디파이언트는 트럼프 일가가 설립하겠다고 밝혔던 암호화폐 플랫폼 이름과 동일하다.
사업의 파트너로는 한화를 직접 언급했다. 한국의 대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탄력을 받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軍에도 ‘트럼프 브랜드’ 알박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초대형 전함을 필두로 한 황금함대 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우리는 이번 전함은 더 크고 100배의 화력과 위력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지명을 따 명명돼 온 “아이오와, 미주리, 위스콘신, 앨라배마급 전함”을 언급하며, 이들보다 3~4배 큰 새 전함을 ‘트럼프급’이라고 소개했다. 브리핑장에는 첫 트럼프급 전함의 상상도와 전함의 이름 ‘디파이언트’가 표기돼 있었다.
디파이언트는 대선 기간이던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소개했던 가족기업 트럼프 그룹이 출시하려던 암호화폐 플랫폼 ‘더 디파이언트 원스(The DeFiant Ones)’와 이름이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인들은 대형 은행과 금융 엘리트들에게 억압받아 왔지만, 이제 함께 나서야 한다”며 가족 기업의 사업 아이템을 직접 소개했고, 그의 두 아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부동산”이라고 홍보하면서 이해충돌 논란을 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워싱턴의 상징적 공연장 ‘케네디센터’를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데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멋 있는 배”…전문가 “전술적 활용도 전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기 때문에 미 해군은 나와 함께 선박의 설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디파이언트는)가장 크고, 가장 견고하며, 가장 중무장한 함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함포뿐 아니라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전자기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그리고 핵무기까지 탑재하고, 인공지능(AI)도 큰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냉전 이후 퇴장한 ‘거대 전함(Battle Ship)’의 재도입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육중한 전함은 항공모함과 구축함 미사일에 밀려나면서 1994년 이후 건조되지 않고 있다.

마크 몽고메리 전 해군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수직발사 시스템이나 이지스 방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전함에 대해 “전술적 활용도가 전무하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황금함대 전함 건조에 한 척당 50억 달러(약 7조4000억원)가 든다”며 “‘전함은 멋있어 보이는 배’라는 트럼프의 비주얼 중시 기조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좋은 회사 한국의 한화와 함께 할 것”
다만 이번 구상은 한·미가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한국의 대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 ‘마스가’에 힘을 싣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해군은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건조 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국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회사에 대해선 “한화라는 좋은 회사”라며 “(한화는)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50억 달러룰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함정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며 당초 이탈리아에서 도입하려던 호위함 도입 사업이 지연되면서 한국의 신속한 선박 건조 능력에 눈을 돌렸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호위함 관련 사업은 미국의 최대 군함 조선업체 ‘헌팅턴 잉걸스’가 설계한 경비함에 기반을 두고, 2028년 첫 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추가 호위함 건조는 여러 조선소에 맡길 계획인데, 존 펠란 해군 장관은 “필라델피아에서 샌디에이고, 메인에서 미시시피, 5대호에서 걸프 연안까지 모든 조선소에 일감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미국 모바일과 샌디에이고 등에서 조선소를 운용하는 호주 업체 오스탈의 최대 주주 지분을 확보했다.
“미국 내 건조”…韓조선소 활용 불발?
일각에선 한화의 호위함 건조 사업 참여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약속한 1500억 달러의 조선업 투자 패키지의 첫 투자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국은 지난달 투자 양해각서에 서명했지만 아직 투자처를 발표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업과 관련 “미국 내 건조”를 강조하면서 업계에서 기대했던 미 해군 함정의 한국 조선소 건조 가능성은 일단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서명한 국방수권법(NDAA)에는 해군 함정 건조용 예산 260억 달러가 포함돼 있지만, 함정의 외국 건조를 금지하는 ‘번스-톨레프슨법’을 유지했다. 만약 미국 내 호위함 건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향후 한국 현지 건조를 허용할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첫 트럼프급 전함 건조에 2년 반 정도가 걸리고, 향후 20~25척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대형 항공모함 3척을 더 건조하고, 잠수함 12~15척을 건조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힘을 실었다.

해군력을 복원함으로써 중국의 ‘해양굴기’를 견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만 해도 매일 군함 4척씩을 건조할 정도로 압도적 조선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 조선업 쇠락과 함께 군함 건조 능력이 떨어졌고, 세계 최대 조선 생산 능력을 확보한 중국에게 해군력을 따라 잡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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