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에서 박수 받으며 떠나고 싶었다"...현대 유니콘스 '마지막 생존자' 장시환의 도전 [더게이트 인터뷰]

배지헌 기자 2025. 12.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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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정훈·황재균 은퇴...장시환이 '현대 맥' 이어
-같은 현대 출신 염경엽 감독이 손 내밀어
-"1군서 던지다 은퇴하고 싶었다" 절박한 각오
LG로 이적한 장시환(사진=한화)

[더게이트]

"나도 (황)재균이와 같은 마음이었다. 1군에 있으면서, 박수받으며 떠나고 싶었다."

사라진 제국, 현대 유니콘스의 역사를 이어갈 마지막 선수가 장시환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올겨울 롯데 정훈과 KT 황재균이 나란히 은퇴하면서 자칫 끊어질 뻔했던 현대 출신 KBO리그 현역 선수의 계보를 베테랑 투수 장시환(38)이 이어가게 됐다.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LG는 22일 자유계약선수 장시환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장시환은 이날 더게이트와 통화에서 "야구를 더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며 "LG에 가서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밖에 지금은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현대 시절의 장시환(사진=현대 유니콘스)

끊어질 뻔한 '현대의 맥', 현대맨 염경엽과 손잡고 이어간다

장시환은 현대 유니콘스 해체 시즌인 2007년 신인으로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이름은 개명 전인 '장효훈'. 이후 현대가 해체되고 히어로즈로 바뀐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흥미로운 건 한화에서 방출된 장시환에게 손을 내민 이가 같은 현대 출신 염경엽 감독이라는 점이다. 염 감독은 태평양 돌핀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현대 유니콘스에서 선수와 프런트, 코치로 활동한 '현대맨'이다. 장시환과는 2007년 선수와 코치로 처음 만났고, 이후 염 감독이 넥센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장시환은 "염 감독님과 현대 때부터, 그리고 히어로즈 때도 같이 야구했던 인연이 있다"며 "어릴 적부터 봐왔던 분이고, 팀이 달라진 뒤에도 야구장에서 계속 인사드렸는데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게 됐다"고 감사를 전했다. 끊어질 뻔한 현대의 역사를 같은 현대 출신 사령관과 손잡고 이어가게 된 인연이 흥미롭다.

장시환은 통산 416경기에서 29승 74패 34세이브 35홀드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2015년 KT와 2022년 한화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각각 12세이브, 14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필승조로 활약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2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온갖 잔부상에 시달렸고, 재활군 생활도 피할 수 없었다. 올해는 1군 등판 없이 퓨처스리그에서만 9경기를 소화했다. 시즌 후반 몸 상태가 나아졌을 때는 팀의 젊은 선수 중심 운영 기조 속에 마운드에 오를 기회마저 사라졌다.

장시환은 "팀 방향성이 어린 선수들 위주로 바뀌다 보니 던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경기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즌 중반부터는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야구를 더 해야 되나, 다른 길을 생각해야 되나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2군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대로 은퇴하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하면 1군에서 던지다가 은퇴하고 싶었다." 아내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와이프가 격려를 많이 해줘서 한 번 더 마음을 붙잡고 준비할 수 있었다."
롯데 시절의 장시환(사진=롯데)

"2군서 145km면 1군에선 3km 더 나와"

관건은 현재의 몸 상태다. 장시환은 "안 좋았던 부분들이 꾸준히 운동하고 재활하면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안 그랬으면 은퇴를 더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기처럼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는 아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145km 안팎을 꾸준히 기록한 만큼 구위에 대한 자신감은 있다.

1군 무대에서는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확신도 내비쳤다. "2군에서 145km가 나오면 1군에서는 3km는 더 나온다고 선배들이나 코치님들이 늘 말씀하셨다. 1군은 관중도 많고 긴장감이 다르지 않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느냐 안 되느냐, 그 차이가 분명히 있다."

묵직한 패스트볼과 높은 회전수의 커브는 장시환의 무기다. 존 상하단 공략이 중요해진 ABS 시대에 유리한 조합이기도 하다. 장시환은 "ABS로 바뀌고 1군에서 많이 던져보지 못했다"면서도 "타자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시환은 같은 현대 출신으로 최근 은퇴한 황재균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몇 년 전 신문에 '현대 유니콘스 마지막 멤버, 몇 명 안 남았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고 일본 캠프에서 만난 재균이와 얘기를 나눴는데, 재균이가 '내가 (현대 출신 중에) 제일 오래 선수생활 할 거야'라고 장담하더라."

그런 황재균이 올겨울 은퇴를 선언했다. 장시환은 "재균이가 은퇴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했더니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었다, 창피하게 떠나기 싫었다'고 하더라"며 "나도 재균이와 비슷한 마음"이라고 했다. "2군에서만 있다가 은퇴하는 것보다 가능하면 1군에서 뛰다가 은퇴하고 싶었다. 그래서 LG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LG로 이적한 장시환(사진=한화)

"1군에서 던질 수만 있다면"

LG에는 김진성이라는 좋은 선례가 있다. 2021년 NC에서 방출된 김진성은 이듬해 LG에 합류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고, 마흔이 넘은 지금도 불펜 필승조로 맹활약 중이다. 장시환도 같은 길을 걷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을 터. 하지만 먼저 꺼낸 건 그보다 훨씬 소박한 목표였다.

"목표는 팀이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 그리고 1군에서 던지는 것이다. 다른 거 없이 그냥 1군에서 던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것 같다."

내년 시즌을 향한 준비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장시환은 "다른 선수들보다 시즌이 일찍 끝나서 일찍 준비하고 있다"면서 "천천히 하는 것보다 가급적 빨리 준비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베스트 컨디션으로 합류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38세 베테랑이 된 장시환은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현대 유니콘스 마지막 멤버의 도전이 잠실에서 새롭게 시작된다. 2007년 현대의 마지막 신인이, 18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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